1 상판에 강렬한 색상의 옻칠을 한 소반은 TV 옆에 두고 라면을 먹거나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2 거실에서 안방으로 향하는 곳에 LVS 크래프트에서 구입한 먹감나무 장을 놓고 주변을 장식했다. 3 차정욱, 오유경 씨 부부와 딸 하울이.
‘한국적인 집’이라 할 때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나.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이라 생각했다면 애석하게도 반만 맞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도 분명 한국적인 것일 테니까.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으로 전통과의 단절을 겪어 우리 고유의 미를 그대로 이끌어오기 어려웠지만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결국 우리다.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려는 공예가들이 남아 있고 젊은 세대의 미감으로 변화시키려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물건들도 여전히 판매되길 기다린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구들과 전통 공예품은 조화롭지 않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미아동의 25평형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한 30대 젊은 부부의 집을 보면 그것이 편견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에서 전시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차정욱 씨는 패션 브랜드 모스카 Mosca의 오유경 실장과 연애한 지 6개월 만에 결혼하게 되었고, 결혼과 동시에 선물처럼 생긴 딸 하울이를 2개월째 키우고 있다. “이 동네에 산 지 4년쯤 되었어요. 원래 혼자 살 생각으로 이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아내를 만나면서 신혼집이 되어버린 거죠. 아이가 금방 생길 줄 알았다면 아마 더 큰 집을 마련했을 거예요.” 집 안 곳곳을 채운 물건들은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한 2011년부터 차근차근 모아온 것이다. LVS크래프트에서 구입했다는 먹감나무 장과 옻칠을 한 소반, 중요무형문화재 김수영 장인의 유기 그릇 등 멋진 공예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기획전을 준비하다 보면 장인들의 작업실을 일일이 찾아가는 일이 많았어요.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여기에 숨겨놨나 싶어서 하나 둘씩 사게 되었죠. 가보면 정말 안 살 수가 없어요.” 국내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다수 수집했다. 황형신 작가가 만든 화분을 비롯해 서정화 작가의 스툴, 서촌의 디자인 카페 MK2를 운영하는 이미경 작가가 제작한 주황색 철제 테이블, 이광호 작가가 디렉팅하는 프로젝트 ‘서플라이 서울’에서 선보인 최정유 작가의 그릇 등등 창고에 넣어둔 것들까지 합하면 더 많다.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소파는 세컨드호텔의 국종원 실장이 디자인한 제품. 가로를 길게 붙이면 팔걸이가 짧은 일반 소파처럼, 90도로 돌려 붙이면 시트와 팔걸이 부분이 길어져 다리를 뻗고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소파다. 원래 새하얀 원단으로 마감되어 있었는데 구입하면서 도저히 관리할 자신이 없어 회색 패브릭으로 교체했다. 거실 한쪽에 둔 양승진 작가의 작품은 차정욱 씨가 갓 태어난 딸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어 특별히 주문한 것이다. 식탁 겸 책상으로 활용하는 널찍한 테이블은 황형신 작가가 디자인하고 김윤환 작가가 제작한 제품. 안방의 침대 역시 김윤환 작가의 솜씨다. 보통은 아내의 취향으로 신혼집을 꾸미는데 이 집은 온통 남편의 물건뿐인 점이 특이했다. “저는 옷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어서 다른 데 치장하는 것에는 무관심했죠. 그래서 남편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도록 놔뒀어요. 공예품을 좋아하는 남편과 지내면서 우리나라 장인, 디자이너가 만든 물건을 접하다 보니 정말 멋진 것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전통과 모던 사이에는 연애 시절 과천에서 구입한 화분과 태교를 위해 함께 만든 뜨개 인형과 담요 등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점점 채워 나가고 있다.
1 회색 소파 옆에 둔 철제 테이블과 테이블 조명 ‘플라워팟’의 주홍색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2 부엌과 마주하는 방은 문을 없애고 서재 겸 다이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3 풍선 모양의 의자는 딸 하울이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양승진 작가의 작품.
포근한 분위기의 안방. 오유경 씨는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아이를 위해 직접 모빌을 만들어 천장에 달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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