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버니포니의 사옥 겸 쇼룸인 메종 키티버니포니의 초대를 받았다. 괜히 ‘메종’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아니었다. 국내 디자인 브랜드의 저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이곳은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
1 단독주택을 완전히 리뉴얼 한 메종 키티버니포니. 2 내부 벽은 나무로, 바닥은 돌로 마감한 별장 같은 1층 쇼룸.
합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단연 돋보이는 외관을 가진 ‘메종 키티버니포니’에는 키티버니포니의 사옥 겸 쇼룸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인 M.K.B.C 서점이 입점해 있다. 사옥 문을 열고 들어서니 8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연남동에 키티버니포니의 사무실이 처음 오픈했을 때, 작지만 감각적인 공간을 보며 브랜드의 미래를 기대했었다. 시간이 지나 키티버니포니는 꾸준히 성장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 키티버니포니의 김진진 대표는 블랙 마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각종 잡지와 인테리어 단행본에서 그녀의 집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심미안을 지니고 있다. 성격은 정반대지만 키티버니포니에 누구보다도 애정을 갖고 있는 마케팅 담당 이홍안 실장과의 호흡도 브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사옥을 지으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장소와 공간을 알아보는 것도 힘들었고, 사무실과 쇼룸을 어떤 식으로 공유해야 할지 등 매 순간이 결정의 연속이었죠.” 키티버니포니는 고민 끝에 상수동 쇼룸 작업을 함께했던 사이건축에게 외관과 전체적인 골격을 맡겼고 인테리어는 플랏엠에 의뢰했다. “건축과 인테리어라는 다른 분야에서 두 업체가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두 업체에 조심스럽게 협업에 대해 여쭤봤어요. 다행히 흔쾌하게 맡아주셨죠. 사이건축 특유의 담백한 건축으로 기존 단독주택을 리뉴얼했고 마당 쪽에 하나의 건물을 증축해서 사무실과 서점으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인테리어는 플랏엠에서 진행했는데 쇼룸의 특성을 살린 제작 가구와 디자인 가구의 조화, 세련된 마감 등 플랏엠만의 군더더기 없고 실용적인 인테리어가 녹아 있어요.” 2개 층으로 사용하고 있는 쇼룸 1층은 들어서는 순간 1970년대 미국 별장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이고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천장과 벽을 온통 나무 패널로 마감했고 플랏엠에서 디자인하고 키티버니포니의 원단으로 커버링한 파란색, 녹색의 동글동글한 소파가 시선을 끈다. 2층에는 리버티 원단으로 제작한 블랭킷을 비롯한 아이들을 위한 키즈 아이템 코너도 마련해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었던 대부분의 제품을 둘러보기에 최적화된 쇼룸이다. “메종 키티버니포니라는 이름을 붙인 데에는 키티버니포니의 제품을 집에 적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상품을 진열하고 구입하는 장소라기보다는 마치 누군가의 집에 와서 구경도 하고 프리츠 한센의 의자나 USM 유닛 같은 디자인 가구도 보면서 눈이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맞은편 건물에는 사무실과 서점인 M.K.B.C가 입점해 있다. M.K.B.C는 메종 키티버니포니 북 스토어&카페의 약자로 키티버니포의 예민한 눈으로 고른 비주얼 아트 북을 엄선해 소개하는데, 일단 들어서면 책마다 꼼꼼하게 소개를 적어둔 아트 북에 마음을 뺏길 것이다. 제품 디자인부터 로고나 라벨 하나까지도 정성 들여 준비한 키티버니포니는 카피 제품이 난무하는 국내 디자인 업계에서 그들만의 특별한 디자인과 정체성 그리고 높은 품질로 인정받아왔다. 메종 키티버니포니의 작은 나무 간판 아래에는 ‘since 1994’란 문구가 적혀 있다. 1994년은 자수공장을 이끌어온 김진진 대표의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한 해다. 메종 키티버니포니를 오픈하면서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난 키티버니포니에게 ‘since 1994’란 문구는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그들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일종의 징표다.
1 볕이 잘 드는 2층 쇼룸에는 키티버니포니의 침구류를 디스플레이했다. 2 플랏엠에서 제작한 실용적인 가구와 키티버니포니의 소소한 아이템이 어우러진 공간.
1 신축한 건물 1층에는 서점 M.K.B.C 서점이 자리 잡았다. 2 키티버니포니의 안목으로 고른 비주얼 아트북.
1 2층 키즈 존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블랭킷과 쿠션도 볼 수 있다. 2 1층 창가에 전시한 길종상가와 협업한 제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