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사고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브랜드 컨설팅을 펼쳐온 라니 앤 컴퍼니의 새로운 오피스를 찾았다. 난해한 서류더미로 가득할 것 같았지만 이곳에서는 비즈니스의 고정관념을 깨는 유쾌한 도발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남동에 위치한 라니 앤 컴퍼니. 박정애 대표가 개인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1 박정애 대표가 사랑하는 사진 작업들. 라니 앤 컴퍼니 곳곳에는 유명 작가들의 사진이 있지만 아들이 취미로 찍은 사진도 놓아두었다. 벽면의 검은 프레임의 작품들이 아들의 작업이다. 2 요즘도 틈만 나면 전시를 감상하는 박정애 대표는 특히 사진 작업을 좋아한다. 사진이 찍힐 당시의 시간과 감정 그 모든 것이 농축된 한 장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3 세련미와 빈티지 느낌이 적절히 묻어나는 그녀의 스테이셔너리. 4 직원들의 사무 공간에서 박정애 대표의 개인 집무실로 향하게 되는 작은 복도. 양쪽으로 난 창을 통해 햇살이 드라마틱하게 들어온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부근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한 라니 앤 컴퍼니에 들어서니 이곳은 도시의 소란스러움을 말끔하게 벗어낸 모습이었다. 각종 매체와 브랜드의 현란한 유혹 속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이곳은 ‘컨설팅’, ‘전략’ 같은 딱딱한 어휘가 오가는 경직된 분위기가 지배적일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김중만 사진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진 작품이 걸려 있고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수납장에는 두툼한 예술 서적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직원들의 책상 주변에는 사람 키만 한 녹색 식물들이 놓여 있어 구역 간의 파티션 역할을 하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눈이 즐거워지고 잠자고 있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마치 내공 있는 갤러리를 방문한 듯한 느낌이 났다. 라니 앤 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박정애 대표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유공 R&D을 시작으로 LG텔레콤, 위니아 만도, CJ그룹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녀는 LGT 시장 최초로 약정할인 요금제를 기획하고 CJ 원카드를 기획하고 론칭하는 등 누가 들어도 알 만한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다. CJ그룹에서 CMO를 역임하는 것을 끝으로 대기업 생활을 마무리한 그녀는 지난 2012년 라니 앤 컴퍼니를 설립했다. “한강진역 부근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고 저와 직원 두 명, 이렇게 시작했어요. 처음 회사를 세울 때부터 정확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막상 회사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1 박정애 대표의 개인 집무실에 놓여 있는 미팅 테이블. 책상 위에는 어김없이 예술 관련 서적이 있다. 2 기업의 전략과 창의성을 하나로 통합, 구현하여 브랜드 가치를 강화시키는 다양한 컨설팅과 마케팅을 펼치는 라니 앤 컴퍼니. 3 사무실 곳곳을 사진 작업과 디자인 가구로 장식해놓았다. 4 천장은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음에도 나무 책장과 예술 서적, 사진 작품, 커다란 식물이 따뜻한 느낌을 부여하는 박정애 대표의 개인 집무실.
라니 앤 컴퍼니는 각 기업이나 브랜드의 가치가 강화될 수 있도록 상품과 공간 기획, 브랜드 디자인, 신사업 모델 전략 등을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컨설팅 회사다. 신세계백화점 파미에스테이션의 리뉴얼을 위한 공간 컨셉트와 F&B 구성 전략 제안, 헤라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스토리 개발 및 브랜드 북 기획과 편집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해온 이곳이 여타의 컨설팅 업체와 차별화되는 점은 기업의 사업 전략과 창의성을 하나로 통합, 구현한다는 점.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산업군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적인 사고와 접근을 통해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고안하고자 한다. “제 아이디어의 원천은 바로 크로스오버적인 사고예요. 푸드를 문화의 관점에서, 문화를 금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등 이종 사업으로부터 다양한 영향과 자극을 받지요. 어떤 산업에서는 익숙한 방식일지라도 다른 산업에서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금융과 텔레콤,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기 위해 오랫동안 시장조사하고 고민하며, 직원들과의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롭고 즐겁다. 하지만 하나의 아이디어가 사업 전략이 되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창의적의 아이디어와 전략이 이상적으로 만나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박정애 대표의 가장 큰 과제이고 도전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독창적인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미디어 전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그들과의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박정애 대표는 주말에도 종종 사무실을 찾는다. 많은 생각과 계획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다가오는 한 주를 제대로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개인 집무실 한 켠에 놓인 부드러운 캐멀 컬러 FH42 시그니처 체어. 프리츠 헤닝센이 만든 가구를 칼 한센에서 부활시킨 작품이다. 그 뒤로는 김중만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1 라니 앤 컴퍼니의 벽면 곳곳에 이곳의 캐치프레이즈와 작업해온 브랜드들에 관한 정보를 붙여놓았다. 이것을 보면 직원들의 사기가 저절로 붇돋워진다. 2 사무실 한 켠에 마련한 모던하고 인터스트리얼한 주방 공간. 3 사무실 한 켠에 마련한 모던하고 인터스트리얼한 주방 공간. 4 라니 앤 컴퍼니가 위치한 건물 폴트 힐은 아름다운 외관과 독특한 구조적 특징을 자랑한다. 사무실의 복도로 난 창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각기 다른 사업의 영역을 거침없이 넘나들고 크로스오버적인 사고를 즐기는 박정애 대표의 성향은 그녀의 개인 집무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커다란 책상과 미팅 테이블이 채광 좋은 창과 마주하게 놓여 있는 이곳은 마치 아늑한 리빙룸 같은 분위기. 벽면 곳곳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다양한 사진 작품이 걸려 있고 선반에는 여행 또는 출장길에 구입한 흔치 않은 예술 서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간은 전반적으로 모던하지만 사무실 한 켠에 빈티지풍의 캐멀 컬러 FH42 시그니처 체어와 소품을 적절히 배치해 모던과 빈티지 스타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지양하는 그녀답게 꾸며놓은 개성 있는 모습이다. “사무실은 전반적으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연출하되, 그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도록 했어요. 통일감을 추구하지만 다름에서 오는 신선함이 사람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특정적인 취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추구하다 보니 이런 크로스오버적인 취향이 생겼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딱딱한 분위기의 공대를 다니면서 틈만 나면 전시와 공연을 감상하고 예술 서적을 읽는 등 문화 생활을 즐겼고 패션 또한 때로는 매니시한 의상을 입어 되레 여성미를 부각시키는 등 남다른 행보와 시도를 즐겼다. 남과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은 종종 인생에서 유쾌한 자극이 되곤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지극히 분석적이고 모범적인 것이 정답 같지만 때로는 엉뚱하고 독특한 발상이 의외의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회사를 시작하고 1~2년 정도는 많이 힘들었어요.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 없었고 감정적인 실패를 겪기도 했어요.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얻은 결론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창의적일 것을 주문합니다.” 경쟁 사회에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것. 박정애 대표는 남과 똑같은 방법으로 세상에 대응하지 않고 서두를 것도, 조급해할 것도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