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포토그래퍼, 보람 씨는 잡지 기자 출신이죠. 결혼한 지 얼마나 됐나요? 1년 반 연애하고 작년에 결혼했어요. 남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장인범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고요, 저는 <엘르>와 <그라치아>에서 뷰티 기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집 구조가 특이해서 외국의 B&B에 온 것 같아요. 서빙고동에 있는 40년 된 빌라예요. 집을 구할 때 가장 고려한 건 예산에 맞는 집이면서 야근이 많은 우리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회사와 가까운 곳이어야 했어요. 제 취미 중 하나가 부동산 카페에서 집 보는 거였는데 낡긴 했지만 구조가 특이한 점과 한강이 가까워서 애견들과 산책하기 좋은 위치, 정남향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계약했어요.
결혼하기 전 각자 신혼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을 텐데, 남편과 어떻게 맞춰갔나요? 남편은 10년 정도 혼자 살았어요. 집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였고 집에서 밥도 잘 안 먹어서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이 살았죠. 휴식이 있는 집다운 집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했고, 제가 하는 것에 반대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못을 박거나 가구 조립은 남편 몫인데 귀찮아하기도 하지만, 하고 나면 집이 예뻐진다는 것을 알기에 물심양면으로 잘 도와줘요.
집 전체를 셀프로 인테리어했다고 들었어요.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싱글 때 살던 월세 빌라도 직접 고쳐 살았어요. 그 집도 인테리어 단행본에 소개된 적이 있어요. (웃음) 몰딩이 있는 집이라 그곳까지 전문 업체에 맡겨 페인팅을 하려니 비용이 두 배로 뛰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페인팅은 자신 있다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얼마 가지 못해 녹다운됐고요. 다시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하하.
구조 변경도 했나요? 전셋집이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 변경보다는 홈 드레싱을 선택했어요. Ⅱ자형의 집 구조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 아파트와 달리 페인팅과 가구 선택 그리고 소품 배치만 잘해도 멋스럽게 변하는 집이었어요. 크림 화이트 색상을 선택해 집 안 전체를 마감했고 문은 그레이가 감도는 짙은 네이비색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그리고 들쭉날쭉 디자인이 다른 문고리를 통일감 있게 교체해 깨끗하면서도 정돈된 집의 베이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부엌에는 타일을 시공하고 부엌 가구는 그레이 시트지로 교체했어요.
이케아에서 구입한 제품이 많네요. 써보니 잘 샀다고 생각되는 가구가 있나요? 식탁에 둔 토비아스 의자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덜 알려진 제품이고 투명하고 가벼워서 사용하기 좋아요. 그리고 거실에 둔 3단 화이트 서랍장과 선반 시스템도 유용해요. 그 옆에 있는 한 칸짜리 옷장은 자질구레한 소품을 수납하기 좋아요. 이케아 제품은 하나만 놓기보다는 무리 지어 배치했을 때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부엌과 이어진 식탁 공간은 다이닝 공간에 비해 식탁 사이즈도 크고 빈티지 가구의 배치도 개성 있어요. 가구를 구입할 때는 플로어 플래너 프로그램에서 3D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보고 우리 집 사이즈에 맞는지 확인해서 선택해요. 이 식탁은 유일하게 이케아에서 충동구매한 것인데 원래는 거실 창문 쪽에 있다가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넓은 책상 공간이 필요해 다이닝 공간으로 옮겨왔어요. 소파도 원래는 2인용을 사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신혼이라고 둘이 앉아 있을 것 같냐. 소파는 누워서 TV 보는 용도다”라는 조언을 듣고 덴스크에서 거스 3인용을 선택했어요. 싱글 집에서도 혼자 살면서 퀸 사이즈 침대를 썼거든요. 혼자 살면서 싱글 사이즈를 쓴다는 게 너무 초라해 보여서요. 하하. 가구가 너무 작아서 옹색해 보이는 것보다 큰 비율의 가구를 선택하는 편이에요.
신혼 때는 사야 할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쇼핑 노하우가 있나요? 필요한 것이 있어도 한꺼번에 사지 않아요. 시간을 두고 꼭 필요한 것인지,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나중에 이사 가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고려해 여유를 갖고 구입해요.
인테리어를 할 때 나만의 룰이 있나요? 정리 정돈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마감을 하다 보면 집을 매일 치울 수도 없죠. 그래서 너저분하게 널려 있어도 흉하지 않은 소품이나 책들로 공간 꾸미기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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