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가구는 물론 소품까지 모노톤으로 골라 통일감을 준 거실. 푸른 식물이 생기를 더한다. 3 복도에서 안방으로 향하는 통로. 벽에는 결혼식 사진을 걸어놓았는데 볼 때마다 그날의 감흥이 떠오른다. 4 천장에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한 거실은 영화를 즐겨 보는 남편이 좋아하는 장소다.
이사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작년 10월에 결혼했으니 여기서 산 지는 3~4개월 정도 되었네요. 사실 이 집에서 오래 살 생각은 없어요. 내년쯤에 시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으로 들어가야 해서 잠깐 살 집이 필요했는데 아무것도 고칠 게 없는 새 아파트로 오는 게 좋겠다 싶었죠. 처음엔 가구도 남편과 제가 결혼 전에 쓰던 것을 사용하다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서 새로 구입했어요.
큰 가구는 집에 맞춰서 사야 하는데 고민이 많았겠네요. 네. 여기는 32평인데 이사를 가야 할 집은 40평이 훌쩍 넘거든요. 이사할 집은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회색 톤으로 계획했고 그에 맞춰 가구를 구입했어요. 본래 여기는 밝은 베이지 톤이었는데 가구와 소품을 대부분 짙은 회색이나 검정으로 선택하다 보니 분위기가 너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벽을 회색 페인트로 칠했어요.
회색이 많긴 하지만 우드 톤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차가운 느낌은 안 들어요. 사실 이런 배색을 하게 된 건 예전부터 꼭 사고 싶었던 구비의 식탁 의자 때문이에요. 그에 맞춰서 회색 패브릭 시트에 나무 다리로 제작된 거스 소파를 구입했고 TV장과 그릇장, 사이드 테이블은 까사미아에서 짙은 나무색으로 맞춰 샀어요. 혹시 나중에 이사 간 집과 안 어울리면 도장을 해볼 생각이에요. 방에 있는 서랍장과 벤치도 결혼 전 제가 쓰던 물건인데 이 집으로 데려오면서 짙은 회색으로 칠했거든요. 밝은 나무색이라 안 어울려서 버릴까 했는데 색상을 바꾸고 너무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신혼집은 아내의 취향이 도드라지는 편인데, 이 집은 차분한 그레이 톤이라 남편도 충분히 좋아했을 거 같아요. 저는 10년간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는데 해외나 렌털 스튜디오, 예쁜 카페 등을 자주 다녔고 촬영을 위해 세 가지 컨셉트로 사무실을 개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반면 남편은 총각 시절 풀옵션 오피스텔에서만 살았고 인테리어에 전혀 관심이 없었죠. 저를 만나고 같이 리빙숍을 다녀보니 모노톤 인테리어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 저는 혼자 살 때 5년 정도 밝은 분위기로 꾸며놓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지겨워서 차분한 분위기로 해보자고 했죠.
요즘 모노톤으로 집을 꾸미는 이들이 많은데, 회색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저도 처음엔 회색이 만만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에 밝은 회색을 칠했는데 너무 희멀게서 짙은 톤으로 다시 칠했더니 검정 모빌과 침대 프레임이 묻혀서 안 보이더라고요. 세 번 만에 가장 적절한 중간 톤을 찾았어요. 거실과 안방, 서재에 모두 같은 회색으로 칠했는데요, 빛이 잘 들어오면 화사해 보이고 그림자가 지는 곳은 더 어둡고 차분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조도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회색의 매력인 거 같아요.
1 까사미아에서 구입한 그릇장에는 그간 모아둔 그릇들을 한데 정리해놓았다. 2 냄비와 컵, 식기를 빨간색으로 선택해 포인트를 줬다.
북유럽 브랜드 제품이 눈에 많이 띄는데, 북유럽 디자인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간결한 형태지만 세련미가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신혼 가구’ 하면 중후하고 묵직한 나무 소재나 가벼운 흰색에 꽃 장식을 한 제품이 많은데 북유럽 디자인은 그 둘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서 적절한 거 같아요. 또 각기 다른 북유럽 브랜드의 제품을 한데 놓으면 서로 잘 어울린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침실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중성적인 회색 톤이지만 러플 커튼이 있어서 로맨틱한 느낌도 들거든요. 거실을 보면 신혼집 같지 않다고 하다가 침실을 보면 다들 신혼집 같다고 그래요. (웃음) 큰 창에 걸어놓은 회색 러플 커튼은 네프호텔에서 구입했고, 안쪽에 달아놓은 얇은 흰색 커튼은 까사미아에서 산 거예요. 검은색 철제 침대와도 아주 잘 어울리죠. 침대는 세덱에서 샀는데 매트리스는 템퍼 제품으로 바꿔서 쓰고 있어요. 또 침실은 이국적인 느낌을 내고 싶어서 아레카 아쟈나무를 놓았어요.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거실에 둔 긴 식탁이요. 더 긴 식탁을 사고 싶었는데 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길이가 2500mm여서 그에 맞춰서 골랐어요. 식탁 조명도 일부러 낮게 달았는데 밤에 여기만 켜놓고 남편과 와인이나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즐거워요. 또 남편이 영화를 좋아해서 거실에 프로젝트를 달았는데 주말이면 소파에서 떠나질 않죠.
1 거실과 동일하게 모노톤으로 꾸민 침실. 흰색 침구가 유독 하얘 보인다. 2 네프호텔에서 구입한 러플 커튼이 신혼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3 서재에서 주로 컴퓨터로 작업한다는 강향숙 씨. 4 창이 넓어 빛이 잘 들어오는 서재. 흰색 가구로 한층 화사하게 꾸몄다.
이사를 가야 해서 못한 것들이 많았을 거 같아요. 다음 집은 어떻게 꾸밀 생각인가요?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하긴 했는데 카페 같은 다이닝룸을 마련하는 게 목표 1순위 예요.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만들고 싶어요. 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정원 등등 저희 부부의 취향을 고려해서 세심하게 꾸미고 싶어요. 저도 그랬지만 계획에 없다가 갑작스레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 첫 집은 타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하나씩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려고 해요.
shopping list
1 한눈에 반해 구입한 구비의 테이블 조명. 2 면 전체가 회전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는 이노메싸에서 구입. 3 룸스프레이 병은 식물에 물을 주는 분무기로 쓰고 있다. 4 100% 천연 밀랍 양초는 챕터원에서 구입. 5,6 멋스러운 마리메꼬 접시와 주전자. 7 플러그 트럭은 루밍에서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