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해로 둘러싸인 비옥한 바위섬에는 넓은 평원과 가파른 절벽이 번갈아 펼쳐진다. 이 대조적인 풍경에서 최근 창의력 넘치는 누벨바그 Nouvelle Vague가 일고 있다. 비밀스러운 ‘창작 실험실’에서 섬의 새로운 얼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여름에도 예측할 수 없는 날씨지만 누구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다. 해도 재빨리 뜨고, 비가 내리면 금세 수채화 풍경을 그려낸다.
여름날 야외에서 일하는 셰프 필리프 파스텐 Filip Fasten과 그가 이끄는 레스토랑 파브리켄 푸릴렌 Fabriken Furillen의 스태프들. 코르텐강으로 만든 커다란 바비큐 그릴에서 완성된 요리들은 이 섬의 이미지처럼 투박한 동시에 세련되었다.
호텔 파브리켄 푸릴렌의 레스토랑. 이곳의 따뜻한 분위기에서 환대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로컬과 야생은 이 레스토랑의 두 가지 모토이며 독특하면서 중독성 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The Temple of Winds’는 스웨덴 아티스트 에바 랑에 Eva Lange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코르스바르스가르덴 Korsbarsgarden은 고틀란드 남쪽 극단, 부르쉬비크 Burgsvik에 외따로 자리한다. 이 작품의 주재료는 석고와 카라레 Carrare 대리석이며 2016년 여름에는 평화에 관한 전시를 열 예정이다. 여러 작가와 함께 사다하루 호리오 Sadaharu Horio의 작품을 선보인다.
브게나스 보호 지구에 자리한 칼크라단 레스토랑은 상점으로 레노베이션한 세 개의 건물 중 하나에 자리한다. 1910년경 지어진 이 건물은 채굴한 석회를 저장하는 창고였으나 지금은 레스토랑이자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다. 독특한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구조물 역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브게나스 보호 지구의 건축을 책임진 건축가 에릭과 그의 건축 사무소 스칼소의 직원들은 시골의 투박함과 도시의 모던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그들은 2010년부터 이곳에 살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이 섬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고틀란드의 공기 속에는 자유의 향기가 떠다닌다. 가장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만들고, 창의적인 컨셉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창작의 자유. 버려진 채석장에 지은 집이나 섬에서 생산되는 100% 재활용 유리 식기에서 이 섬만의 비전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큰 섬인 고틀란드는 스톡홀름에서 비행기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 고틀란드에 매료되어 여름 한철,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려는 디자이너, 건축가, 기업가, 셰프들이 늘어나고 있다. 섬은 조금씩 자연친화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진부한 전통이나 민속과는 거리가 멀다. 시골풍의 투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전통적인 곳간과 풍차, 황무지에 남겨진 옛날 공장과 벙커가 어우러져 새로운 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스웨덴의 다른 지역에서 동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상황은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섬의 자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양모와 나무, 시멘트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고 소나무, 딱총나무, 클로버, 산딸기, 해초가 레스토랑의 셰프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석회 공장 대신 들어선 시멘트 공장이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다. 스티나 린드홀름 Stina Lindholm의 작품은 이 섬의 광물질 풍경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작가가 운영하는 숍, 스쿨푸르 파브리켄 Skulpur Fabriken에서 볼 수 있는 그의 가구 작업은 이 섬의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섬에 있는 많은 장소와 마찬가지로 아사 린드스트롬 Asa Lindstrom의 아틀리에 겸 숍 역시 1년에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만 문을 연다. 여름 동안에만 스톡홀름에서 고틀란드로 옮겨와 활동하는 것이다. 이는 창작을 계속하면서 삶의 리듬을 늦추는 좋은 방법이다.
푸릴렌은 이 섬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소임에 분명하다. 달이나 사막을 연상시키는 이곳의 풍경은 그 자체로 작품과 같다. 한때 버려진 공장 건물들이 자리했지만 이제는 자연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있다. 호텔 파브리켄 푸릴렌은 이곳에 15년이 넘도록 자리하고 있다.
자연보호구역인 푸릴렌 Furillen과 브게나스 Bgenas는 고틀란드가 일반적인 관광지로 변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곳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가 조아킴 쿠일렌스티에르나는 부동산 개발에 반대하는 긴 싸움 끝에 2007년 브게나스를 사들였다. 이곳에는 옛 군대 훈련장이 남아 있었는데 건물은 모조리 봉쇄되거나 파괴되어 있었다. 특이하지만 가능성 있는 이 땅을 재건축하고 재개발하는 일을 맡은 신생 건축 사무소 스칼소 Skalso의 에릭과 조엘은 과거의 흔적을 부분적으로 보존해서 이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하기로 결심한다. 밖으로 드러난 수로망과 총알 흔적 등 디테일한 부분은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이제 평화로운 에너지를 내뿜는 이곳은 여름이면 휴식과 영감을 찾고자 하는 예술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어떤 장애물도, 벽도 땅을 경계 짓지 않아 누구나 원하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큰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칼크라단의 전시 공간이자 공연장. 벌거벗은 옛 건축물 벽에 파트리크 크비스트 Patrik Qvist의 ‘Grand Tree Tourismo’ 연작이 걸려 있다. 헤이 Hay의 암체어가 거친 바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집들이 분산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집에는 안뜰과 미닫이문 등이 갖춰져 있어 사생활을 보호한다. 이 덕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지만, 주민들은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다. 건축물들이 정말 잘 보존돼 있는 브게나스는 비범한 환경에 세워진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고틀란드는 백조들이 사는 황량한 해변, 어부들의 소박한 오두막집이 모여 있는 마을, 건조한 황야와 바람이 조각한 멋진 석회암 지형 등의 풍경으로 시선을 끄는 동시에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도 강한 인상을 준다. 거의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고 재배되지도 않지만, 모든 것이 준비되는 겨울과 낮이 길어져 온갖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여름이 균형을 이룬다. 옛날에 해적들이 안표로 이용했던 이 섬은 오늘날 새로운 창조적 에너지로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잘 보존된 자연이 모두의 최대 관심사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