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홀로 사용되는 거실. 베란다를 확장해 좌식 공간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2 산림교육전문가이자 약사를 겸하고 있는 정영란과 아이에스 디자인의 김인선. 3 거실로 향하는 복도. LED조명을 매입한 나무 패널들이 리듬감을 준다.
산림교육 전문가 정영란과 아이에스 디자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인선은 고교 시절 단짝 친구였다. 20여 년이 지난 40대 중반에 우연히 SNS로 만난 두 사람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왔지만 그 세월이 무색하게 학창 시절에서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 그대로였다. “인선이는 ‘당신 꿈도 꾼 적 있어’라며 반가워했어요. 세월과 무관하게 서로 다시 만날 에너지나 끈이 있었으니까 꿈속에도 찾아갔겠지요.” (웃음)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자주 왕래하다 보니 영란이가 집을 고치고 싶어하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공사하기로 마음먹었죠. 누구보다 친구의 감성을 잘 알기 때문에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레노베이션을 하기 전, 클라이언트로서 정영란은 잠자는 공간을 분리해 달라는 것과 거실을 넓게 쓰고 싶다는 것 딱 두 가지를 요구했다. “반드시 필요한 리드만 던져주고 모든 걸 믿고 맡겼어요. 한 공간이지만 미묘하게 조금씩 달라지는 공간 디자인에 제가 끼어들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죠. 그간 해왔던 작업물도 좋았고 워낙 색감각이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가능했죠. 지금도 제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김인선은 집의 컨셉트를 잡을 때도, 공사를 할 때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는 일반적인 저희 나이 또래 여자들이 원하는 공통적인 로망과 편의 사항은 분명해요. 영란이는 편안하면서도 튀지 않는 세련되고 시각적인 포인트가 있는 집을 원했어요.” 이런 집주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은 집을 디자인하는 밑거름이 됐고 6주간의 대대적인 공사 끝에 주인과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변모했다. 이 집의 특별한 첫인상에는 천장이 한몫한다. 나무 패널을 리듬감 있게 연출한 천장은 복도에서 넓은 거실로 이어져 마치 고급스러운 콘서트홀이나 갤러리에 들어온 느낌이다. 거실은 베란다를 확장해 단차를 높여 3개의 좌식 공간을 만들었다. 좌식과 입식이 공존하는 거실은 작은 홀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넓다. 침실은 구조 변경을 통해 입구를 거실로 옮기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는데 문을 열고 닫음에 따라 거실과 소통되거나 분리될 수 있게 했다.
1 라벤다 색상의 부엌 가구가 공간에 은은한 포인트를 준다. 2 꼭 필요한 가구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가구를 배치해 공간은 보다 넓고 시원해 보인다. 3 30년지기 친구 이명희와 함께 쓴 <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 세 명의 친구가 운영하는 인문학 살롱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 부부 침실 공간에는 8m 길이의 수납장을 짜 넣었다. 2 검정색으로 코팅한 폴딩 슬라이딩 도어를 닫으면 침실은 완벽하게 차단된다. 3 유학간 아이의 방은 AV룸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