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작품과 아트 퍼니처가 어우러진 지익스비션 정승진 대표의 갤러리 같은 집을 찾았다.
1 큼직한 가구들을 놓아 시원스럽게 꾸민 거실. 2 유독 초상화를 좋아하는 정승진 대표가 아끼는 작품 중 하나. 3 뉴욕에서 활동하는 김세나 작가가 만든 퍼 스툴은 탄성이 좋고 촉감이 보드라워서 앉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한남동에서 디자인 갤러리 지익스비션 g-exhibition을 운영하는 정승진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 동네에서 살고 있었다. 갤러리와 인접한 99㎡ 규모의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지내고 있는데 언니가 시집 가기 전까지 같이 살다가 혼자만의 삶을 만끽한 지는 6년쯤 되었다고 한다. 한집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살림살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법한데도 이 집은 유독 단정했다. 갤러리처럼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일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제가 물건을 잘 버려요. 우울할 때마다 물건을 정리하고 곧 어딘가로 떠날 사람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주는 편이죠.”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모으는 데 취미가 없다는 그녀는 털털한 성격을 대변이라도 하듯 큼직한 소파와 원목 테이블을 듬성듬성 놓았다. 주황색 세븐 체어와 비트라의 라운지 체어, 이광호 작가가 만든 파란색 조명의 색 대비가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어릴 때 같았으면 색깔까지 맞춰서 구입했을 텐데 점점 신경 쓴 듯 아닌 듯 자연스러운 게 좋아지더라고요.”
1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구입한 사진 작품을 걸어놓았다. 2 화려한 아트 주얼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을 즐기는 정승진 대표. 3 5~6년 전에 체리쉬에서 구입한 소파. 맞은편 벽은 아무것도 걸지 않고 비워뒀는데 이 소파에 앉아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곤 한다.
군데군데 걸어놓은 회화 작품 외에 곳곳에 놓은 가구들도 대부분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그중 애용하는 아이템은 황형신 작가의 스툴 겸 사이드 테이블. 평소에는 여러 개를 쌓아 조각품처럼 두었다가 손님을 맞이하는 등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어 사용하기 아주 좋다. “아트 퍼니처는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내 몸과 맞닿아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또 공간을 장식하는 주얼리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옷을 입을 때도 크고 화려한 주얼리로 포인트를 주는 편인데 공간 역시 마찬가지예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 외에도 아베크뉴욕 등 국내외 다양한 아트 주얼리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는 정승진 대표는 유명한 작품이나 물건보다 스토리가 있는 아이템에 더 끌린다고 털어놨다. 사연 있는 물건들이 모여야 이야깃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공간이 된다는 믿음에서였다.
1 황형신 작가가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스툴.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방 한 켠에 쌓아서 조각품처럼 둔다. 2,3 헤드 없는 침대로 깔끔하게 연출한 침실. 침대 옆에 걸어놓은 홍성도 작가의 콜라주 작품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