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기는 오픈형 주방

함께 즐기는 오픈형 주방

함께 즐기는 오픈형 주방
패션 커플이 만든 심플하지만 개성 넘치는 주방.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허문 모두가 함께 즐기는 주방 레이아웃.

오픈형 수납장에 아끼는 그릇을 배치

모노톤의 주방 컨셉트와 잘 어울리는 손맛 나는 그릇들을 슬라이딩 도어장 안에 넣었다.

 

패션 잡지를 들추면 예외 없이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패션 사진가 김영준. 배우 소지섭, 권상우, 원빈, 소희 등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남주희는 창조적인 비주얼을 만드는 정점에서 일하고 있는 패션 커플이다. 초를 다투는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부부는 편히 쉴 수 있는 집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하남에 있는 아파트를 얻었다.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통해 부부가 원했던 레이아웃과 색깔을 입힌 공간 중 주방은 가장 공을 들인 곳이자 이 집의 중심이다. “복잡한 요리는 못하지만 고기를 굽거나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스태프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져요. 오픈형 주방이라 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손님들도 편하게 드나들면서 필요한 걸 찾기에도 좋아요. 남편도 요리하는 것을 즐길 만큼 좋은 주방이에요.” 모던하면서 개성 있는 오픈형 주방을 갖게 됐지만 이 주방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수많은 인테리어 잡지와 인터넷을 뒤져가며 마음에 드는 시안을 들고 인테리어 업체에 찾아갔을 때의 반응은 무조건 ‘안 된다!’였다고.

 

 


배달 음식도 근사하게

테이블 매트는 피시디자인 제품. 포크와 스푼은 파리 메르시 숍, 컬러풀한 젓가락과 숟가락은 모마Moma에서 구입.

 

 

개방형 주방 레이아웃

벽을 허물고 만든 아일랜드 식탁을 중심으로 싱크 공간과 다이닝, 거실이 서로 마주 보며 소통한다. 그릇장과 벤치형 의자는 세덱에서, 분홍색 의자는 프리츠 한센에서 구입했다.

 

“아일랜드를 중간에 두면 배관을 빼는 데 힘들다. 후드 위에 타일은 왜 붙이냐. 수납장을 없애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면 불편하다 등등 모든 것이 안티였어요. 그래도 하고 싶었던 주방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에 밀어붙인 결과 공사가 끝나고 시공 업체에서는 사진을 찍어가며 나중에 집 시안으로 써도 되겠냐고 묻더라고요.” (웃음) 심플한 모노톤의 주방은 부부가 디자인한 컨셉트대로 가구를 짜맞춤했다. 하얀 타일은 논현동에서 발품을 팔아 선택했고, 상부장 대신 불투명 유리를 단 슬라이딩 도어장이 주방의 개성을 빛낸다. 부부의 의지대로 스타일은 살렸지만 불편한 점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싱크대 상판과 아일랜드 상판을 코팅되지 않은 무광을 선택했더니 생활 오염이 상당히 심해 관리하기 불편했어요. 그래서 생활 방수가 잘되는 상판으로 교체했고요. 식탁 테이블과 의자를 빈티지로 구입했는데 의자는 부서져서 교체했고 테이블도 오염이 잘돼서 테이블클로스를 덮어서 사용해요.”

 

 


여행의 흔적을 담은 그릇들

그릇을 쇼핑할 때는 네 개를 한 조로 구입한다. 술자리에서 깨질 염려가 없는 플라스틱 잔도 구비되어 있다.

 

 


무광택 싱크 수전

물 얼룩이 잘 생기지 않는 그로헤의 수전을 선택했다.

 

빈티지 다이닝 테이블 곁에 있는 수납장에는 외국 출장이 많은 부부가 하나둘씩 사서 모은 그릇으로 가득하다. 보이지 않게 수납되어 있는 다양한 그릇과 커트러리는 남주희 씨가 미국에서 잠깐 거주할 때 사온 것들이다. 한국으로 보낼 때도 쉽지 않았지만, 도착한 그릇들의 포장을 뜯어가며 정리할 때는 고생한 것보다 곱절로 행복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것을 즐기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행복을 채우는 주방은 집에서의 꿀 같은 휴식이 시작되는 공간이 분명하다.

 

 


상부장 대신 만든 슬라이딩 도어장

오래 사용한 듯한 철제 프레임에 불투명 유리를 달아 만들었다.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색깔 그릇

차분한 모노톤의 주방을 환기시키는 형형색색의 그릇들로 식탁에 포인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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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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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완성한 주방

부부가 완성한 주방

부부가 완성한 주방
남편이 만든 가구와 아내의 취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다이닝 공간을 완성한 TWL숍 김희선 대표의 주방을 찾았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nt의 멤버이자 편집숍 TWL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희선 대표의 주방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궁금한 공간이었다. 눈에 익은 식상한 가구나 디자인 소품은 없었다. 주방에서 요리하고 음식을 먹는 이의 취향과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작년에 이사한 김희선 대표는 폭이 넓지 않고 거실과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주방에 맞는 가구를 맞췄는데, 가구를 만드는 남편이 제작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전에 살던 집에서 가져온 가구도 있어요. 그에 맞게 옆에 둘 가구의 높이를 맞췄고 새로 만드는 가구는 지금 집의 구조에 맞게 제작했죠. 그릇이 많아서 수납에 중점 을 뒀고 식탁은 사각형과 원형 두 가지로 만들었어요.” 김희선 대표는 사각 식탁은 주방에 두고 원형 식탁은 거실 창가에 두었다. 특히 원형 식탁은 창가에 매단 행잉 플랜트와 얇은 커튼과도 잘 어우러져 정원 속에 놓인 식탁처럼 포근하고 아름답다. 짙은 남색의 싱크대는 새로 제작했고 그동안 모아온 조리 도구와 브러시 종류를 싱크대 주변에 걸거나 올려두었다. 소재가 대부분 스테인리스나 나무라서 깔끔하게 잘 어울린다. “TWL숍에서 소개하는 제품을 거의 다 직접 사용해요. 제가 써본 것 중 정말 괜찮은 제품을 판매하고 싶거든요. 그래야 고객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고 조언도 보탤 수 있으니까요.”

   

꺼내쓰기 편한 그릇 수납 공간 남편이 만든 그릇장 하단에는 황동으로 칸을 나눠 그릇을 세워서 보관하고 꺼내기에도 편리하다.

   

투명 용기에 보관한 티 컬렉션 김희선 대표가 소소하게 모으는 티 컬렉션. 차바트리의 수납 자 Jar는 밀폐력이 좋고 내용물이 보여 찻잎이나 양념 등을 멋스럽게 보관할 수 있다.

 

 


보일듯 말듯 은밀한 그릇 수납 그릇장에 불투명 아쿠아 유리 끼워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내부 그릇을 보기 좋게 가려준다.

   

카페 같은 식탁 배치 빛이 잘 드는 창가에 원형 식탁을 두어 정원 속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은 스툴과 의자 두 개도 모두 남편이 만든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

 

 


개방감 있는 일자형 주방 구조 오래된 싱크대는 짙은 남색의 하단 수납장과 연한 그레이 컬러의 상부장으로 교체했고 다이닝 공간에는 사각 식탁을 두었다.

 

불투명한 유리를 끼운 그릇장 아래는 황동 프레임으로 칸을 나눠 그릇을 세워서 수납할 수 있고 커트러리 서랍장에도 칸을 나눠 포크와 나이프 등을 종류별로 보관할 수 있다. 섬세한 아내의 주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꼼꼼하게 가구를 만들어준 남편 덕분이다. 보기에 좋은 주방은 많지만 김희선 대표의 주방은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과 남편의 나무 가구가 켜켜이 쌓인 둘만의 합작이다.

 

 


커트러리 보관을 위한 칸막이 그릇장 옆에 둔 커트러리장은 서랍마다 칸을 나눠서 커트러리를 종류별로 수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아랫부분에도 요리 관련 책을 수납할 수 있게 칸을 나눴다.

 

 

걸어서 수납하는 조리 도구 싱크대 위쪽에 봉을 달고 고리를 연결해 각종 조리 도구를 걸어둘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거름망과 체, 가위, 티스푼 등을 걸었을 뿐인데도 멋스럽다. 

 

 


내부 공간에 따른 그릇 수납 그릇장 내부의 상단부는 가로로 길게 칸을 나눠 그릇 종류를 수납했다. 김희선 대표는 무늬가 없는 매트한 질감의 그릇을 좋아한다. 사용해보고 좋았던 그릇을 엄선해 TWL숍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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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르의 맹세

라호르의 맹세

라호르의 맹세
파키스탄 남쪽, 옛 무굴제국의 수도에 샤 자한 황제가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지은 대리석 건축물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샬리마르 정원과 거울의 궁전, 시시 마할은 아그라의 타지 마할처럼 왕비를 영원히 기념하며 여전히 우리를 매혹한다.

라자스탄 Rajasthan의 대리석으로 지은 기둥과 아치 뒤에 있는 ‘시시 마할’의 넓은 홀. 1631년 라호르 성벽 꼭대기에 지어진 이 궁전은 왕비 뭄타즈 마할이 거주하던 곳이다. 뭄타즈 마할은 페르시아어로 ‘궁전의 영광’을 뜻한다.

 

오른쪽 페이지 궁전이 수천 개의 둥근 보석 장식으로 빛난다. 이 보석 장식 프레임 안에는 크리슈나 신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목가적인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고 보석 장식 중간 중간에는 마노와 비취, 전기석, 청금석 등을 박아 넣은 꽃 문양과 다른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기둥 아래까지 장식돼 있다.

 

 

어느날 밤, 라호르 성벽의 테라스를 산책하고 있을 때 무굴제국의 샤 자한 황제는 약혼녀에게 자신의 모든 맹세를 바치겠노라 약속했다. 약혼녀는 검은 눈동자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탁했다. 달 말고 하늘의 모든 별을 가져다달라고. 그래서 황제는 페르시아어로 ‘궁전의 영광’을 뜻하는 ‘뭄타즈 마할 Mumtaz-i-Mahal’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그녀를 위해 시시 마할 Shish Mahal의 건축에 착수한다. 이 ‘빛의 궁전’은 수천 개의 거울을 품고 세상의 빛나는 모든 것을 비추게 된다.

 

황제는 이 젊은 여인에게 홀딱 빠져 있었다. 그가 어린 왕자인 쿠람 Khurram이고 그녀가 페르시안 귀족 가문의 예쁜 공주였을 때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을 때부터 말이다. 그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었고, 결혼하기 위해 6년을 기다렸다. 그 당시 왕좌를 이어받는 후계자는 외교적인 이유와 왕조의 원칙에 따라 두 명의 배우자를 얻어야 했다. 자항기르 황제의 아들이며 전쟁을 용감히 치른 군주이고 당대의 훌륭한 건축물을 많이 세운 그는 라호르 성벽을 지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성채로 바꾸고 싶었다. 눈을 멀게 할 정도로 새하얀 대리석으로 우아한 건축물을 지어 올려 인도와 이슬람, 페르시안 스타일을 한데 모으는 것이었다. 

 

자신의 왕국의 수도를 완성하기 위해 큰 계획을 세운 그는 가장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감미로운 정원을 만들 꿈을 꾸었다. 그 결과 완성한 샬리마르 Shalimar 정원에는 수많은 분수가 있어 외부보다 시원하다. 분수의 차가운 물은 이 나라를 경계 짓는 산들의 시원함을 정원에 퍼뜨린다. 그런데 각종 의전부터 군대 원정까지 남편을 따라다니고 14명의 자녀를 낳아준 젊은 왕비는 그들의 지상낙원이 만개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출산 중에 세상을 떠났다. 절망에 빠진 샤 자한 황제는 애도의 상복을 입고 그들의 사랑을 기념하기 위해 미래의 무덤에 대해 생각한다. 이 무덤이 바로 불후의 타지 마할이다.

 

 


샤 자한 황제가 기쁨과 친절, 삶에 바치는 상징적인 선물인 샬리마르 정원. 정원의 테라스 주변에 있는 410개의 분수가 연못 위를 향해 물줄기를 쏘아 올린다. 정원 주변에서 자라는 망고나무, 레몬나무, 석류나무는 물론이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만든다.

 

 


왕비는 이 방에서 성채 아래에 흐르는 라비 Ravi 강둑에 있는 백성들을 눈에 띠지 않게 조용히 살펴보았다. 왕비가 서 있던 커다란 ‘잘리 Jali’, 즉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격자 창이 달린 돌출 발코니에는 기하학적인 문양과 식물 문양이 장식돼 있다.

 

 


황제 부부는 대리석으로 지은 완벽한 사각 공간, 디완이카스 Diwan-e-Khas의 기둥들과 궁륭 아래에서 무굴제국의 고관들과 대부호들, 몽골족의 칸, 인도의 마하라자를 접견했다. 디완이 카스는 빛의 궁전 주변을 향기롭게 만드는 여성들의 정원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해가 질 무렵 분수의 물줄기가 멈추고 샬리마르 정원의 연못 가운데에 있는 붉은색 사암의 파빌리온 정원 앞에 분수 댄서들이

나타나 매끈한 물 위에 모습을 비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벵상 티베르 Vincent Thib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