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ior Monologue

Interior Monologue

Interior Monologue

디자인 가구와 몰딩 장식, 빈티지 가구, 1970년대의 데커레이션을 잘 배합하면 유니크한 퓨전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다. 현실과 이상, 시공간을 넘나드는 인테리어로 연출한 여섯 개의 공간.

Black on White

벽에 건 사진 ‘팝콘 Pop Corn’은 로미나 레시아 Romina Ressia 작품. 옐로 코너 Yellow Corner에서 판매. 180×120cm, 1650유로. 의자 ‘스파게티 체어 딜라타타 Spaghetti chair Dilatata’는 알리아스 Alias 제품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봉 마르셰 Bon Marche에서 판매. 가격 미정. 쿠션(왼쪽에서 오른쪽)은 패턴이 프린트된 면 소재로 ‘로이 Roy’, ‘스패로 Sparrow’, ‘트로피컬 Tropical’. 마두라 Madura 제품. 개당 42유로. 물푸레나무로 만든 둥근 탁자는 하이메 아욘의 ‘포에티크 Poetique’ 컬렉션. 카시나 Cassina 제품. 890유로. 바닥에 놓은 트레이와 물병, 도자 컵은 필립 모델 메종 Philippe Model Maison 제품. 각각 78유로, 65유로, 45유로.

 

 

Flame Inside

황마와 양모 소재의 태피스트리는 모로칸 컬렉션. JD 스타롱 JD Staron 디자인. JD 스타롱 제품. 1850유로부터. 참나무로 만든 낮은 테이블 ‘미스 트레플 Miss Trefle’은 앳 원스 At Once 디자인. 에어본 Airborne 제품으로 봉 마르셰에서 판매. 1557유로. 테이블 위의 커피잔 세트는 빈티지. 무라노 유리로 만든 꽃병 ‘포세이돈 Poseidon’은 펜디 카사 Fendi Casa 제품. 699유로. 솔 Sole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암체어 ‘스푸트니크 Spoutnik’는 사샤 라킥 디자인. 로셰 보보아 제품. 1480유로. 메탈과 가죽으로 만든 둥근 테이블은 장 마리 마소 디자인. 폴트로나 프라우 Poltrona Prau 제품. 950유로. 세라믹 촛대 ‘카테드랄 Cathedrale’은 칼리가리스 Calligaris 제품. 116유로. 플라스틱 끈으로 만든 암체어 ‘트래블러 Traveler’는 스테판 버크스 디자인. 로셰 보보아 제품. 522유로. 니트 담요 ‘산카케이 Sankakkei’는 마두라 제품. 99유로.

 


Time for Study

떡갈나무 프레임과 다리에 MDF 상판을 더한 책상 ‘다윈 Darwin’은 뒤비비에 Duvivier의 ‘퍼스트 타임 First Time’ 컬렉션. 1360유로. 다양한 컬러를 담고 있는 물푸레나무 의자 ‘오버다이드 Overdyed’는 디젤 크레아티브 Diesel Creative 디자인. 모로소 제품. 444유로. 래커를 칠한 메탈 조명 ‘그래픽 드림 Graphic Drimm’은 발레리 보이valerie boy 디자인. 레 이레지스튀브 Les Iresistub 제품. 347유로. 벽에 칠한 페인트는 플라망 Flammant의 ‘코코 Coco’.

 


Be Lazy in the Bed

침대 옆에 놓고 테이블로 사용하는 바퀴 달린 서랍장은 USM 할러 제품. 1630유로. 그 위에 있는 아이코닉한 조명 ‘미니 피피스트렐로 Mini Pipistrello’는 가에 아울렌티 디자인. Led 버전. 마티넬리 루체 Martinelli Luce 제품으로 마이 디자인 my design에서 판매. 489유로. 묵직한 나무 의자 ‘톤 Ton’은 아릭 레비 디자인. 봉 마르셰에서 판매. 568유로. 침대 위에 있는 면 담요 ‘클래드’는 팻보이 제품. 119.95유로. 면 소재의 베개 커버 ‘빅토리아 Victoria’는 폴&조 Paul&Joe가 마두라를 위해 제작한 제품. 26유로. 양모로 된 니트 쿠션 ‘아이스 Ice’는 마두라 제품. 52유로. 폴리카보네이트 볼을 이어 만든 펜던트 조명 ‘캔디오프니 Candyofnie’는 팻보이 제품. 149유로부터. 태피스트리와 침대는 빈티지.

 


Soft & Spiky

검은색 벨벳 카나페 ‘압솔뤼 Absolu’는 프란체스코 벵파레 디자인. 에드라 Edra 제품으로 마이 디자인에서 판매. 6430유로. 벨벳 쿠션 ‘외리디스 Eurydice’는 엘리티스 제품. 95유로. 면 셔닐 소재의 태피스트리 ‘알리아스 Alias’는 투르몽드 보샤르 Toutlemonde Bochart 제품. 455유로. 파란색 선인장 ‘블루칵터스 Blucactus’는 33개의 에디션으로 제작됐다. 구프람 Gufram 제품으로 마이 디자인에서 판매. 1만5000유로. 세라믹 토끼 ‘팡팡 Pan Pan’은 B. 쿠엔 톰슨 디자인. 리네 로제 제품. 134유로. 메탈로 된 둥근 탁자와 메탈 조명 ‘팩맨 Packman’은 모두 필립 모델 디자인. 각각 280유로, 580유로. 이스마엘 카레의 세라믹은 봉 마르셰에서 판매. 개당 38유로.

 


Blue Corner

벽에 건 사진 ‘코크 Coke’는 로미나 레시아 작품. 옐로 코너 Yellow Corner에서 판매. 180×120cm, 900유로. 래커를 칠한 철사로 된 다리에 대리석 상판을 매치한 둥근 탁자 ‘비주 Bijou’는 파브리스 브뤼 디자인. 로셰 보보아 제품. 820유로. 은빛이 나는 메탈 잔은 미카엘 아나타시아데스 디자인. 소믈리에 Sommelier 컬렉션. 퓌포르카 Puiforcat 제품. 500유로. 이국적인 식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조명 ‘폼폼 Pom Pom’은 마테오 시빅 디자인. 마감은 구릿빛 메탈. 칼리가리스 제품. 1105유로. 벽에 칠한 페인트는 플라망의 ‘고아 Goa’.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디에 들마 Didier Delmas

TAGS
아프리카의 영혼,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의 영혼,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의 영혼, 에티오피아

목동과 사제, 순례자들이 오랜 세월 시바 왕국의 영토를 지켜온 정교회 동굴 교회당에 모여 열정적으로 기도를 올린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영혼은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간다.

 

나일 강에서 아랍 반도까지 펼쳐진 악숨의 기독교 왕국. 그 지나간 번영을 뒤로 하고 화려하게 치장한 고관들이 노트르 담 드 시온 Notre Dame de Sion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거행된 성지주일의 호산나 퍼레이드에 참관했다. 울타리 주변에는 수많은 신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성 금요일인 시클렛 Siklet이 시작되는 랄리벨라. 랄리벨라는 13세기, 이곳을 에티오피아의 예루살렘으로 만들기 위해 바위 속을 파내서 11개의 교회를 만든 왕의 이름이다. 흰색 면으로 된 ‘셰마 Chemma’로 몸을 감싼 순례자들이 그리스 십자가 모양의 교회, 비에타 기요르기스 Bieta Giyorgis 위에 무리 지어 서 있다. 30m 깊이에 자리한 이 교회는 바위를 깎아 하나의 블록으로 지어졌다. 

 

 


거대한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열리는 악숨의 토요 장터. 화려한 컬러의 바구니 ‘하베샤 Habesha’에는 염색한 양털과 독보리 섬유로 만든 생활용품과 먹거리가 놓여 있다. 채소와 파파야, 바르바리아 무화과 좌판이 서로 이웃한다.

 

오른쪽 페이지 수를 놓은 ‘셰마’로 몸을 두른 시장의 우아한 여성들이 은 장신구로 꾸민 머리 장식을 하고 있다. 이 머리 장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고 이어져 내려왔다. 

 

 


흰색천을 주름지게 두른 사람들이 에티오피아 티그레 주의 푸른 계곡을 통과한다. 긴 행렬을 이루며 언덕을 기어오른 그들은 악숨 Aksoum을 향해 나아간다. 신성한 도시, 악숨은 사하라 이남에 있는 전설적인 왕국의 옛 수도다. 에티오피아 북쪽 고원의 기슭을 갈지자로 걸으면 2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이 성서의 땅을 여행하는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 순례자들은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역법에 따라 거행되는 10여 개의 기독교 행사 중 하나를 참관하기 위해 가는 중이다. 여기에서는 크리스마스를 1월 7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주현절인 ‘팀카트 Timkat’를 1월 19일부터 3일간 축하한다. 금과 실크로 요란하게 장식한 신자들이 모두 이 의식에 참여한다. 모든 것이 4세기, 악숨 제국의 첫 번째 황제 에자나 Ezana의 시대처럼 흐른다. 황제는 시리아 전도자와 노예를 통해 기독교로 개종했고, 그 이후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에 자리한 이 땅은 하나의 굳건한 나라가 되었다. 이 나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슬림 정복자와 포르투갈 예수회 등 온갖 침략자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지만 그 어떤 침략자도 이 땅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유럽의 식민지가 되지 않은 것이다. 민주적으로 온건한 체제를 갖춘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연합 본부가 자리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 Addis Ababa에서는 가능성과 희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나라 북쪽에 살고 있는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지닌 절대적인 믿음은 사계절 내내 다른 리듬을 부여한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악숨의 행렬, 그중에서도 특히 성지주일의 호산나 행렬은 역설적이게도 묵상하는 사람들과 피정 중인 카르멜회 수녀들 앞에서 펼쳐진다. 이 땅의 신앙심은 순수하고 뿌리 깊다. 농경 민족인 암하라족 Amharas은 물질적으로 빈약하지만 자신들이 숭배하는 물건과는 관능적이고 거의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다. 독실한 신자들은 여러 곳의 예배 장소에서 거행되는 강렬한 의식에 빠져든다.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장소는 사제들이 그린 벽화로 끊임없이 뒤덮인다. 그들은 순진한 만화에 나오는 인물처럼 도취된 눈빛으로 수없이 많은 성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랄타 Gheralta 산괴의 황토 절벽을 파서 만든 동굴 교회들은 위태로운 길 위에 자리한다. 아부나 예마타 Abuna Yemata 같은 동굴 교회는 등산가들에게 황홀한 성배와 같다. 교회에서 홀로 지내는 부사제들은 교회의 굴곡을 어루만지고 벽화에 입 맞추며 희미한 빛 속에서 피어나는 향의 냄새를 맡는다. 관대한 그들은 때때로 믿음직한 팔로 기진맥진할 만큼 지쳤지만 놀라움으로 가득한 여행객들을 감싸준다.

랄리벨라 Lalibela에서는 기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화산 폭발로 생성된 응회암 속에 만들어진 11개의 교회는 모두 긴 구덩이와 터널로 연결돼 있는데, 성 금요일 기도문이 낭독되면 신들린 신자들로 가득 찬다. 13세기에 한 왕이 건설한 이 ‘블랙 예루살렘’은 또 하나의 성지로서 해마다 5만 명의 순례자들이 방문한다. 시끄러운 북소리와 시스트럼(고대 이집트의 타악기) 소리의 대소동 속에서 그들은 몸을 떤다. 더 아래쪽에 자리한 타나 Tana 호숫가와 섬에는 둥근 교회 수도원들이 떠 있다. 이 섬은 중세 시대부터 파피루스로 만든 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호수는 블루 나일 Blue Nile 강으로 흐르는데 우기에는 ‘신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멋진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곤다르 Gondar에는 17세기 초, 독실한 정교회 신자인 파실리데스 왕에게 쫓겨난 예수회 선교사들이 버리고 간 중세 교회가 남아 있다. 이 교회는 포르투갈 수도원 형태로 지어져 기묘하다.

오늘날 신앙과 내세에 대한 믿음이 어디에나 퍼져 있는 티그레에는 평화의 분위기가 감돈다. 혼란스러운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 Eritrea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 독실한 땅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매혹적인 나라로 남길 기원할 따름이다.

 

 


타나 호숫가에 있는 둥근 교회 아스와 마리암 Aswa Maryam. 환기가 잘되는 울타리 ‘케네 마흘렛 Kenne Mahlet’으로 둘러싸여 있다. 진흙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이 울타리는 신자들의 열기를 식혀준다.

 

 


형제인 아브레하 Abreha 왕과 아츠베하 Atsbeha 왕의 교회에서 수녀들이 올리는 성상 경배는 신앙심을 표현하는 강렬한 의식이다. 거친 돌을 깎아 만든 아치 천장이 있는 이 교회는 동굴 건축의 걸작이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셀린 아나야 고티에 Celine Anaya Gautier

TAGS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여섯 번째 작업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여섯 번째 작업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여섯 번째 작업실

마음 가는 대로 칠하고, 고치고, 닦아 새로운 작업실을 만들었다. 오래된 듯하지만 생기가 넘치고, 수수한 것 같지만 멋스럽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여섯 번째 작업실은 그렇게 그녀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점이 있다. 그녀의 딸인 김한나도 이곳에 작은 둥지를 틀었다.

1,3 온통 하얀색 벽과 가구들, 소장하고 있던 빈티지 조명으로 꾸민 작업실은 파리의 한 아파트 같은 모습이다. 2 작업실 1층에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도 흰색으로 칠했다. 4 엄마와 딸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선배와 후배의 길을 걷고 있는 신경옥과 김한나.

 

가로수길과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즐거움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인테리어 스타일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20여 년 전부터 누군가의 집과 상 공간을 그녀만의 감성과 시안을 더해 일상 이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던 카페 블룸앤구떼, 일본식 선술집인 19번지, 그 위층의 중식집 콰이 등을 감도 높은 분위기로 인테리어 스타일링하며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견인했다. 이른바 가로수길의 번영을 도모한 이들 중에 신경옥이 있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녀가 매만진 공간과 거리를 거닐며 함께 호흡하고 그 정서를 향유했다. 그래서 신경옥에게는 1세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라는 어깨가 제법 무거울 법한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녀가 인테리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년생 딸과 아들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가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나왔고, 설계 도면 하나 없이 갖가지 공간을 고치고, 자신만의 손재주로 리빙 소품과 패션 액세서리 등을 만들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군산의 전통 있는 빵집인 이성당을 과거와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모습으로 서울에 무사히 안착시키는 것은 물론, 가로수길의 맛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릴밥상과 크고 작은 개인 공간을 작업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경옥이 최근 논현동에 새로운 작업실을 조성했다. 

 

 


5,6 4층 옥상에  화단을 조성해놓은 모습이 유럽의 가정집을 닮았다. 

 

 


7 신경옥의 여섯 번째 작업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꾸미고 물건을 채워 넣는 이것이 그녀의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8 벽을 따라 소파를 붙이고 매트리스를 제작해서 올리니 멋스럽다. 9 2층 김한나의 공간에서 바라본 리빙룸.




10 2층의 리빙룸. 벽에 걸어놓은 십자가는 신경옥이 만든 것. 2014년 DDP에서 개최된 <디자이너의 십자가>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11 온통 하얀 공간에 빈티지 소품으로 채웠을 뿐인데 화장실마저 유럽 같을 수 있는 것. 이것이 1세대 스타일리스트의 내공. 12 황학동시장을 돌고 돌아 찾은 라디오 겸용 빈티지 TV. 13 작업실 2층의 리빙룸에서 김한나가 시안 작업을 하고 있다. 한나두라는 법인을 내고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녀가 어머니와는 또 어떻게 다른 행보를 전개할지 기대된다.

 

빼곡히 들어찬 건물들로 삭막하기 그지없는 강남의 학동역 부근, 번잡한 큰길가에서 조금 벗어난 좁다란 골목길에 그녀의 작업실이 있다. 아담한 건물의 3, 4층에 위치한 이곳은 그녀의 여섯 번째 작업실이다. 그간 가로수길, 방배동 등을 거치며 직접 칠하고, 닦고, 고쳐 신경옥 스타일로 꾸며온 그녀의 작업실은 이번에는 시작부터 달랐다. 딸 김한나도 4층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으니까. 그렇다고 어머니의 공간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김한나는 ‘한나두 hannado’라는 법인을 내고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스타일링 작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던 애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하겠다 해서 정말 놀랐어.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하는 것을 지켜보더니 관심으로 자랐나봐. 굉장히 좋아해. 난 뭐든 좋아하는 걸 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 한나가 좋아하고 즐거우면 된 거야.” 신경옥 작업실에 한나두가 정식으로 들어오면서 엄마와 딸이자 선배와 후배인 신경옥과 김한나가 마음을 합쳐 이곳을 꾸미게 되었다. 작업할 때 틀과 규칙에 얽매이기보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을 즐기는 그들은 가장 먼저 이곳의 컨셉트를 ‘오프 화이트 Off White’로 정했다. 20평 남짓한 공간을 천장부터 바닥, 벽면, 창틀까지 온통 하얀색인 ‘오프 화이트’로 칠했으며, 장식장과 커다란 테이블, 싱크대 등 모든 가구를 하얀색으로 통일했다. 그렇다고 하얀색 가구를 새로 구입해 들인 것은 아니다. 이미 갖고 있는 가구나 황학동의 풍물시장 등지에서 찾아낸 고가구에 직접 오프 화이트 컬러를 칠한 다음 공간 곳곳에 배치했다.

 

14 여행과 출장을 가면 구입하는 인테리어 및 예술 서적. 15 신경옥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때 묻은 측량 도구들. 16 중국 여행에서 구입한 페이퍼 장식. 12장생을 무늬로 넣은 이 얇은 종이로 무엇을 꾸밀지 구상 중이다.

 

 


17 그동안 사용하며 느꼈던 편리함만을 모아 만들었더니 작업실 1층의 주방은 작지만 기능을 톡톡히 해낸다. 18 4층 테라스의 한 벽면을 작은 주방으로 조성했다. 황학동시장에서 구입한 작은 고재 선반을 흰색으로 칠해 벽에 다니 수납이 편리한 주방용 선반이 탄생했다.

 

 


19 필요할 때마다 새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오래된 물건이라도 색을 칠하고 고쳐가며 쓰는 것이 제맛이다. 20,21 한때 요리연구가 노영희로부터 요리를 배운 적이 있는 김한나는 작업실에서 손수 요리하기를 즐긴다.


소파 역시 마찬가지. 나무로 소파 틀을 만들어 하얀색을 칠하고, 그 위에 같은 톤의 소파 매트리스를 제작해 올렸다. “하얀색은 잘 질리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색이라 좋아해. 뭘 갖다 놓아도 어울리잖아.” 작업실의 1층에서 2층으로 난 계단까지 온통 하얀색인 이곳은 흔치 않은 구조 역시 눈에 띈다. 신경옥과 김한나는 부분적으로 벽을 허물고, 붙박이장을 떼어내는 등 실내를 자신들의 쓰임과 목적에 맞게 과감하게 변경했고, 떼어낸 문짝 등은 흰색으로 칠해 싱크대 선반으로 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작업실 1층은 주로 손님을 맞이하고 미팅을 하는 등 신경옥 작업실 주된 역할을 한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1층보다 아담한 사무 공간과 소파가 놓인 리빙룸이 등장한다. 이 작은 사무 공간에서 김한나는 시안을 짜고 글을 쓰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리빙룸으로 난 문을 열고 나가면 도심 속 숨통마냥 존재하는 이곳의 아름다운 노천 테라스가 있다. 이곳은 모녀가 타일을 붙여 개수대를 만들고 작은 장식장들을 쌓아 올려 미니 주방을 조성하는 등 직접 꾸몄으며, 테라스의 중심에는 기다란 테이블을 놓아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언제라도 야외에서의 기분을 만끽하며 식사나 파티를 즐길 수 있다. 테라스 한 켠에는 화단도 조성돼 있다. 며칠에 걸려 찔레꽃, 클래식 장미, 각종 허브 등을 심고 물을 주니 화단이 제법 그럴듯해졌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를 따라 제 방 인테리어를 바꾸고, 소품을 만드는 것이 삶의 일부였어요. 어쩌면 아주 당연한 것들이었죠. 그런데 한나두라는 법인을 내고 제 사무실을 갖추고 선배로서 어머니를 바라보니 존경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어요. 특히 어머니가 일에 임하시는 자세를 배우고 싶어요.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고 놀고 즐기듯이 일하라고 조언하셨는데 어머니가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으셨어요.” 김한나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 말을 이었다.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모녀는 때로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때로는 라이벌이 되곤 한다. 특히 앞서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달려가는 딸은 어머니가 배우고 싶은 스승이자 언젠가는 뛰어넘어야 하는 산이 된다. 한 작업실에 각자의 영역을 만들고 아름답게 가꿔가는 신경옥과 김한나.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는 마음을 합치고 또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만들 새로운 시대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22 꽃시장에서 사온 각종 꽃으로 꾸민 작은 화단. 23,25 신경옥과 김한나가 지인들을 초대했다. 모녀가  스타일링한 테이블. 24 가족같이 지내는 친구들과의 한때. 왼쪽부터 공간 디자인을 하는 보이드 플래닝의 최희영 대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승희, 세라믹요의 박정희, 신경옥, 웅갤러리 최웅철 관장. 보이드 플래닝 강신재 대표, 주얼리 디자이너 최부미, 차이킴의 김영진, 김한나.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