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음, 차가움과 따뜻함, 클래식함과 모던함. 아띠끄 디자인 홍민영 대표의 집은 이처럼 상반되는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한다. 이 세련된 믹스매치 스타일링이 유난히 빛을 발하는 건, 집 안 곳곳 따스한 온기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안쪽 침실로 향하는 전실을 바라본 모습. 프랑스에서 수입한 ‘프렌치 헤리티지’의 핑크 컬러 체스트와 플라워 작품이 밋밋한 공간에 에지를 더한다.
‘아띠끄 디자인’은 랄프 로렌을 비롯한 20여 개의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수입 가구 및 소품의 판매부터 인테리어 스타일링과 맞춤 가구 제작까지 선보이는 토털 리빙숍이다. 청담동에 위치한 매장만 둘러봐도 홍민영 대표의 안목이 남다르다는 걸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그녀의 실력과 감각을 일찌감치 알아본 방송사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상속자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드라마에서 유난히 화제가 되었던 럭셔리한 감각의 공간 스타일링은 그녀의 손길이 거친 결과물이다. 그런 홍민영 대표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니 그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배동 주택가에 2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그녀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감행한 첫 번째 이유는 가족들의 좀 더 아늑한 공간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3층짜리 집은 가족 개개인의 독립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반면, 한집에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새로운 집은 프라이빗한 빌라형 구조라 내부에 아늑한 뜰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홍민영 대표는 그녀만의 취향과 특기를 발휘해 이 집의 데커레이션을 완성했다. 서로 다른 컬러와 패턴, 소재를 과감하게 조합해 세련된 멋이 느껴졌다. 그러한 특징이 한눈에 드러나는 공간은 거실이다. 유난히 빛이 잘 드는 이 공간을 채운 옐로와 그린, 핑크 컬러는 하나하나 밝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면서도 제멋대로 튀지 않은 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컬러와 패턴이 어우러지게 하는 데 중심이 되는 소파와 러그는 톤 다운된 베이지 톤의 솔리드 원단을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각각 다른 컬러와 패턴이 조화를 이루려면 서로의 연결고리를 염두에 둬야 해요. 이를테면 오토만의 패브릭 같은 컬러와 패턴의 쿠션을 배치한다든지, 연둣빛 체어에 들어간 플라워 패턴의 핑크 컬러와 같은 톤의 체스트를 매치하는 식이죠. 그 체스트 위에는 같은 컬러의 그림을 걸고요. 덕분에 심플하고 모던한 소파와 스탠드 옆에 클래식한 라인과 비비드한 색감을 지닌 가구를 놓아도 과해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훌륭한 악센트가 될 수 있어요.”
널찍한 거실. 다채로운 색감의 조화로 인해 차가운 대리석 바닥임에도 따스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1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 소재의 조화가 돋보이는 다이닝룸. 샹들리에의 나뭇잎 패턴과 뒤 벽면에 설치한 액자의 플라워 드로잉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림 작품은 미국 릴리안 갤러리에서 구입한 것. 2 12년간 키운 반려견 엘티를 안고 있는 홍민영 대표. 3 안쪽 침실로 통하는 전실은 아늑한 라운지처럼 꾸몄다. 4 랄프 로렌의 책상과 기하학적인 느낌의 체어를 매치한 아들의 침실. 문 뒤쪽 벽면에 걸어놓은 독특한 디자인의 스피커는 몇 년 전 미국에서 구입해 아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홍민영 대표가 쓰는 안쪽 침실과 세 남매의 룸도 컬러와 소재, 가구 스타일의 믹스매치로 유니크한 멋을 아낌없이 살렸다. 여기에 그녀의 딸이자 아띠끄 디자인의 실무를 함께 총괄하고 있는 이윤경 실장의 감각이 더해졌다. 파인아트와 컬러 디자인을 전공한 이윤경 실장은 본래 깨끗한 화이트 톤이었던 4개의 방 벽지에 부드럽게 톤 다운된 옐로, 민트, 그린 컬러를 입혔다. 모두 직접 조색한 페인트로 완성한 것이다. 이윤경 실장의 침실은 차분한 그린 컬러와 벽돌색 패브릭을 매치했다. 클래식한 디테일의 침대 및 책상, 전신 거울과 잘 어울리는 침대 맞은편의 장식장은 홍민영 대표가 젊었을 때부터 쓰던 가구를 물려준 것이다. 미술 전공자답게 직접 그린 그림을 걸어놓은 한쪽 벽면 뒤에는 이 방만의 매력적인 공간이 숨어 있다. 방배동 주택가 골목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테라스다. 햇볕이 한 움큼 스며드는 아담한 공간을 살리기 위해 시멘트 바닥에 데크를 깔고 싱그러운 초록 화분들과 작은 테이블로 꾸몄다. 혼자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와인 한잔하기에도 제격인 이 공간은 그야말로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큰 딸의 방은 파스텔 톤 레몬빛 벽에 민트 그린 컬러와 베이지 톤을, 역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의 침실은 민트 그린 컬러 벽으로 마감하고 기존에 쓰던 가구와 어울리는 기하학적인 느낌의 체어와 소품을 매치했다.
둘째 딸인 아띠끄 디자인 이윤경 실장의 침실. 레드와 그린 톤의 조화가 세련된 멋을 풍긴다.
5 홍민영 대표가 사용하는 안쪽 침실. 6 따사로운 햇빛을 흠뻑 머금은 침실 옆 테라스 풍경. 7 중앙에 욕조를 배치한 구조가 돋보이는 안쪽 욕실.
홍민영 대표가 쓰는 안쪽 공간에는 넓은 전실을 중앙에 두고 양쪽으로 침실과 욕실이 자리하고 있다. 전실은 3인 소파에 러그, 콘솔 등을 배치해 아늑한 느낌을 살렸고, 안쪽 침실엔 버튼다운 스타일의 침대와 소파를 두고 레드 컬러 베딩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사이즈가 크지 않은 침실에 이렇게 높고 큰 사이즈의 침대 헤드가 과도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낮은 매트리스를 선택하면 답답해 보이지 않아요. 여기에 밝은 컬러의 패브릭과 소품을 매치하면 균형감 있게 완성할 수 있어요.” 그녀의 이러한 믹스매치 방식은 다이닝룸에도 일관되게 적용돼 있다. 심플하고 모던한 라인의 식탁에 장식적인 앤티크풍의 샹들리에를 매치하는 식이다. 클래식한 마호가니 소재로 마감한 월넛 캐비닛, 그린 컬러 다이닝 체어와 옐로 컬러 소품이 함께 어우러져 각자의 존재감이 돋보이면서도 따스한 조화가 느껴진다.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좋아해요. 한 가지 스타일에 치우치면 자칫 단조롭고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어느 한 곳에 클래식한 무게감을 줬다면, 그 옆에는 힘을 뺀 모던한 라인의 가구를 놓아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그래서 고객의 집을 꾸밀 때도 기존에 있던 가구를 활용하면서 다른 스타일의 아이템을 매치하고, 두 가지 이상의 색감과 패턴으로 변화를 주곤 해요. 같은 컬러라도 채도의 높낮이를 응용하거나 서로 다른 소재의 패브릭으로 베리에이션하면 산만하지 않으면서 시각적인 상승 효과를 살릴 수 있어요.” 자유로우면서도 일관된 흐름을 지닌 믹스매치 스타일링으로 따스하게 완성한 집. 홍민영 대표의 남다른 감각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