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바람이 불어오는 푼타 피루린 Punta Pirulin, ‘무엘레 데 라스 알마스 Muelle de las Almas’라 불리는 이 부두는 영혼이 머무는 곳이다. 이 지역 에코 아티스트 추모노 Chumono는 마푸체 Mapuche 인디언들의 전설에 헌정하는 작품을 이곳에 설치했다. 마푸체 인디언들이 저승을 향한 승선장을 만들어놓았다는 곳이다. 너무 가난한 사람들은 아래쪽 바위를 떠나지 못했고 그들의 울음소리가 바다사자의 울음소리와 뒤섞였다고 전해진다.
릴란 Lilan 반도의 초원과 만 위에 고독한 모습으로 떠 있는 호텔 티에라 칠로에 Tierra Chiloe. 칠레 건축가 파트리치오 브로우네 살라스 Patricio Browne Salas의 작품으로 시멘트 말뚝 위에 세워졌다. 외관은 세쿼이어 나무와 친척 뻘인 칠레 삼나무 패널로 덮여 있다.
호텔 티에라 칠로에의 배 조종실 같은 거실. 온통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거실은 사이프러스 패널로 마감한 천장 아래 온갖 종류의 나무로 장식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주변 작은 섬들의 골짜기와 파도를 볼 수 있다.
멋진 장관을 이루는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산봉우리들(종종 안개 속에 파묻히는) 아래. 고독한 목장이 리오 파이네 Rio Paine 강과 아마르가 Amarga 호수 사이에 자리한다.
남위 42도 선과 파도가 높이 치는 혼 곶 Cape Horn 사이에 자리한 칠레 파타고니아에서는 끝도 경계선도 희미하다. 놀라운 풍경 속에서 최남단 땅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떠나는 모험의 마지막 출발지인 이 땅은 칠로에 Chiloe 군도의 수많은 섬과 떨어진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푸른 대초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초원을 관통하는 도로가 산과 빙하들 사이로 사라진다. 섬에 드문드문 자리한 농장 주변에는 칠레의 카우보이인 후아소 Huaso들이 폼폰이 달린 일종의 베레모 ‘보이나 Boina’를 쓰고 말을 탄다. 베레모에 달린 폼폰은 후아소의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아내는 데 사용된다. 마을의 집들은 널빤지로 덮여 있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지역의 독특한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목공에 정통한 인디언들이 못 하나 없이 지은 이곳 교회들은 16세기에 이 지역을 침략한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지금의 교회로 바뀌었다. 소와 양, 말들이 푸크시아가 핀 목초지를 사이 좋게 나눠 쓰고, 만에는 홍합, 굴, 연어를 키우는 양식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외진 항구에 닿기 위해서는 페리에서 페리로 갈아 타야 한다. 항구에서는 어부들이 ‘쿠란토 Curanto’를 요리한다. 해산물과 생선으로 만드는 이 라구(스튜의 일종)는 땅속에 구멍을 파서 넣고 대황의 일종인 날카 Nalca 잎으로 덮은 다음 약한 불을 피워 익힌다. 어디서든지 무지개 사이에서 떨리는 생기 넘치는 공기를 맡을 수 있다. 더 아래 남쪽으로 내려가면 푼타 아레나스 Punta Arenas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 Puerto Natales까지 이어지는 ‘알 핀 델 문도 Al Fin del Mundo’ 도로와 만난다. 웅웅거리는 트럭과 외딴 목장들을 오가는 말 탄 사람들과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탐험가들이 마주하는 것도 이 도로다. 저 멀리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 공원의 산봉우리들이 뾰족이 솟아 있고 돌과 얼음이 만들어내는 이 웅장한 오페라는 아우성치는 바람 소리로 가득하다. 여기에서 들쭉날쭉 솟은 산들과 푸르스름한 라군이 만들어내는 파타고니아의 ‘지질학적인 환영’이 완성된다. 라군 주변에서는 거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라마, 구아나코와 만화 속 동물처럼 생긴 아메리카 타조 등의 동물 무리와 함께 행군을 할 수 있다. 눈앞에 마젤란 협곡의 호수가 보인다. 그리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배들이 남극의 거대한 얼음 조각들 사이에 갇혀 꼼짝 못하는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 진정한 세상 끝에서는 사람 대신 펭귄의 실루엣이 보인다.
위 라마의 형제인 구아나코가 파타고니아 남쪽에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의 덤불을 평온하게 산책하고 있다. 아래 반투명한 호수 라고 펠로에 Lago Pelhoe 위로 인상적인 지질층, 쿠에르노스 Cuernos가 솟아 있다. 마그마로 인해 화강암이 거대한 조각품으로 변했다.
몇몇 기계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계실 안에 만든 호텔 신굴라르 파타고니아의 웅장한 바. 칠레 데커레이터 엔리케 콘차는 이 바를 영국 빅토리안 스타일의 클럽처럼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