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바닥재 시공으로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한 부부의 집을 찾았다. 비워내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이 집은 시각적으로 시원함을 선사하는 진정한 여름 집이다.
1 플로스의 타토우 Tatou 조명과 거스 Gus 소파, 미니폼스 의자를 둔 거실.
매거진 <마리끌레르>의 피처 에디터 유선애의 집은 본능적으로 시원한 것을 찾게 되는 계절, 여름에 꼭 어울린다. 결혼한 지 4년 차인 그녀는 전에 살던 신혼집에서 조금 더 넓은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바닥재를 블랙 컬러로 리폼한 것. 곳곳이 흉하게 벗겨서 있어 바닥재를 교체해야 했는데 전부 들어내고 새로 시공을 하기에는 부담스럽던 차에 몇 년 전 여행했을 때 인상 깊게 본 어느 호텔의 검은색 바닥재가 떠올랐다. “남편과 방콕에 놀러 갔을 때 메트로폴리탄 호텔의 바닥을 보고 둘 다 마음에 들어했어요. 무광의 검은색 바닥이었는데 이미지가 강렬했죠. 그 바닥재가 생각나서 검은색으로 칠해볼까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인터넷으로 많은 검색을 하다가 마루 컬러 리폼 업체인 블루시티라는 곳을 알게 됐고 블랙 컬러와 코팅제를 입혀 바닥재를 리폼했다. 은은하게 광이 감돌아 마치 물 위에 비친 듯한 반사 효과 때문에 집이 한층 더 시원해 보였고, 보통 어두운 바닥재는 공간이 좁아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반사 재질의 바닥재로 오히려 공간이 넓어 보였다. 기존 바닥재의 무늬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돼 상업 공간 같은 이질적인 느낌도 덜하다. 여기에 거실에 단출하게 둔 소파와 조명, 오디오 등의 컬러도 블랙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라 공간 전체에 통일감이 느껴진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힘의 강약 조절에 있다. 거스 소파와 플로스 조명,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구인 미니폼스 Miniforms 의자 등 몇 가지 디자인 아이템으로 공간에 힘을 주었고, 이케아에서 구입한 원단을 창가에 고정해서 만든 커튼과 옹기종기 모아둔 식물이 자연스러웠다. 빛이 화사하게 부서지는 거실 창가에 연출한 겐차야자나무와 아가베 아테누아타, 행잉 식물은 유독 싱그러워 보였다. 좀처럼 컬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집에서 녹색 컬러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2 여행지에서 사모은 갖가지 향과 방향제들. 3 화원에서 구입한 다양한 식물 컬렉션. 최근에 행잉 식물도 걸어 풍성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4 곶자왈을 촬영한 안웅철 작가의 사진 작품.
식물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은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벽에 걸지 않고 바닥에 기대어 둔 사진 작품도 모두 자연 풍경이었다. “액자를 벽에 거는 것보다 바닥에 두는 것이 좋더라고요. 동선에 방해되는 것도 아니었고 벽에 못질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곶자왈을 촬영한 안웅철 작가의 사진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 결혼 선물로 선배가 액자를 선물해 더욱 특별하죠.” 침실 한 켠에도 알로카시아가 자리 잡았다. 특이하게 창가 쪽으로 머리맡을 둔 침대와 붙박이장, 조명만을 둔 공간이다. 헤드가 없는 침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를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여러 개의 쿠션을 멋스럽게 쌓아두었다. 흰색 침구와 옷장이 놓인 하얀 방에서 녹색 식물과 컬러풀한 쿠션이 한층 더 생기발랄해 보였다. “직업의 특성상 늘 새로운 곳에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일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 혼자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때부터 집에 식물도 두고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사는 이의 감성과 생각이 반영된 집은 디자인 가구로 잔뜩 포장한 집이 아니기에 방문자에게 가슴으로 와닿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어머니가 직접 만드셨다며 내준 붉은 오미자차는 정말 달고 시원했다.
5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오미자차. 6 종종 홍대 앞에서 구입하는 꽃을 유리병에 꽂아두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싱싱한 꽃이 많아 자주 애용한다. 7 컬러풀한 쿠션을 여러 개 쌓아 침대 헤드처럼 연출한 침실 8 커다란 떡갈고무나무가 보이는 침실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