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킨답서스, 푸미라, 립살리스 등을 행잉해 장식한 침실 밖으로는 작은 화단이 있다.
누군가의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어느 시점에 놓여 있는지도 보인다. 신사동에서 가드닝&플라워숍 폭스더그린 Fox the Green을 운영하는 허성하의 새집은 공간 디자이너에서 가드너로 변신한 후 달라진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고 보아도 좋다. 이사 전과 후, 그녀의 집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으니까. 기존에 살던 이태원 빌라는 싱글들이 꿈꾸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가진 곳이었다면, 새로 이사한 해방촌 언덕배기 집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쾌적하다.
18평 남짓한 작은 빌라에는 생활에 꼭 필요한 가구만을 두어 휑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심플하게 살고 싶어 물건 다이어트를 감행한 결과다. 대신 그 허전함을 초록빛 식물로 채웠다. 집이 작기 때문에 크고 화려한 화분 대신 작은 사이즈의 화분과 유리병에서 키울 수 있는 수경 식물들로 공간을 장식한 소박한 아이디어가 있는 집이다. 컴퓨터가 있는 작업 공간으로 만든 거실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 그 주변을 공기 정화 식물들로 꾸몄다. “미세먼지가 많아 창문을 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해주는 식물인 오션, 디시디아, 립살리스, 펜덴스 등을 천장에 매달아 장식했고 책상 한가운데에는 스파티필름, 파키라, 아악무 등 여러 개의 화분으로 작은 정원을 만들었어요.”
2 옥상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는 폭스더그린 대표 허성하. 3 소담스럽게 핀 레위시아. 4 탐스럽게 열매를 맺은 블루베리.
침실과 이웃해 있는 베란다에는 사계절 내내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다육식물을 계단식 화분대에 배치했다. “북향이라 직사광선이 들지 않아 식물들이 잘 자라죠. 초록빛만 있다 보니 재미없어서 다육식물 사이사이 올망졸망 꽃을 피우는 아메리칸 블루와 레위시아를 심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선반에는 화분에서 옮겨 심다 떨어진 이파리들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그룹 지어 배치하니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공간이 연출됐다.
빌라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터라 옥상을 사용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수확도 있었다. 남산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뷰를 가진 옥상에는 정원을 만들었다. “온갖 장미들이 한바탕 꽃을 피우고 난 후라 지금은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아요. 지금은 라벤더, 풍선초, 블루베리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가 영근 모습을 볼 수 있죠. 해가 넘어갈 무렵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치맥을 하거나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해요.”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집이지만 24시간 집을 지키고 있는 반려묘 금이와 냥이에게 유일한 산책 코스이기 때문에 이 옥상은 이들 가족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다.
5 관리를 게을리해도 쑥쑥 잘 자라는 다육식물들로 꾸민 싱그러운 공간. 6 침대 옆에 자리한 책장 안에도 수경 식물들을 군데군데 배치했다. 7 거실 창문 앞을 장식한 식물들. 8 최병훈 작가의 도자 오브제 주변으로 수경 식물들을 놓아 청량감을 배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