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딩 도어로 분리한 침실 거실과 방 하나를 터서 공간을 넓히고 침대가 놓인 공간에 중문처럼 폴딩 도어를 설치해 분리했다.
그래픽 그림 전문 스튜디오 비코의 이진아 대표 집은 언덕 꼭대기에 있다. 이 집에 방문했다면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뒤를 돌아 한눈에 보이는 연희동 일대를 바라봐야 할 만큼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첫 신혼집은 아파트였고 부부는 몇 년 전 빌라로 이사했다. 언덕 꼭대기 집인 데다 한여름에 공사와 이사를 해서 온갖 고생을 다했지만 만족감은 컸다. “지금은 가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지만 건축을 했던 남편은 오래된 집을 고쳐서 살고 싶어했어요. 저도 남편도 아파트 생활은 맞지 않았기에 집을 알아보던 중 지금의 빌라를 보게 됐죠. 부동산 사장님이 ‘젊은 사람들은 살기 힘들 텐데’라며 걱정하셨지만 이 집이 마음에 들었어요.” 투룸 형태의 빌라는 공사 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다. 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공사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거실과 방 하나를 텄고 대신 침대가 놓인 공간은 유리로 파티션 문을 만들어서 분리했다. 좁은 공간에 벽과 방문이 있으면 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유리로 된 중문 겸 파티션이 공간에 개방감을 부여했다. 야생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뒷마당이 보이는 주방은 단독주택처럼 아늑하다. “뒷마당에는 나무 데크를 깔고 어닝도 설치해서 야외 테라스처럼 활용하고 있어요. 맨 위층 집이지만 언덕과 이어져 있어서 마치 1층 단독주택에 사는 기분이에요. 지금 냉장고가 있는 공간에 식탁을 두었는데 그릇장이며 살림살이가 늘어나면서 식탁을 치우고 거실에서 좌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죠. 요리를 하거나 커피를 내릴 때 밖에 마당이 보이는 게 참 좋아요.”
테라스로 꾸민 뒷마당 나무 데크를 깔고 어닝을 설치해 야외 테라스로 활용하고 있는 뒷마당.
(위)작지만 알찬 거실 작은 평수의 집이지만 공간을 요령 있게 구성했다. 벽에 선반을 설치하거나 남편이 만들어준 수납장을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아래)부부의 취미 커피를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을 보여주는 커피 도구들.
오래된 빌라여서 벽의 기울기도 바르지 않고 천장에는 방수 공사를 하면서 생긴 우둘투둘한 요철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의도한 듯 이 집과 완벽하게 잘 어울렸다. 집 안을 꾸민 가구와 소품도 새것처럼 반짝거리며 윤이 나기보다는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결혼한 부부의 취향과 애정이 묻어났다. 특히 침실과 거실의 원목 가구는 남편이 제작한 것. 안키텍처라는 가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은 아내에게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주곤 하는데 맨 위 상판을 유리로 마감해 주얼리 쇼케이스처럼 내부의 물건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좋아하는 엽서나 책, 그림 등을 수납할 수 있으며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의 조명은 폐선박에 달려 있던 등을 을지로에서 리폼한 것으로 거실과 주방, 코너 등에 설치하니 훌륭한 포인트가 됐다. “이 집에 살면서 불편한 점도 있어요. 한여름, 한겨울에는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 힘들고 무거운 가구는 버릴 엄두가 나지 않죠. 마당과 맞닿아 있어서 벌레도 종종 출현하고 아파트처럼 다용도실이나 주방 공간이 따로 마련된 게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것도 까다로웠어요. 하지만 함께 사는 반려묘 조엘, 죠스가 마당에서 산책을 즐기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죠. 이런 부분이 이 집에 애착을 갖게 해요.” 아직 신혼인 부부는 굳이 새 아파트를 마다하고 오래된 집을 고쳤다. 수고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 살 집을 고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 집을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좌)주얼리 쇼케이스 같은 수납장 남편이 만들어준 수납장은 상판을 유리로 제작했는데, 안에 넣은 내용물을 예쁘게 디스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공간 활용을 위한 선반 좁은 공간에서는 벽에 다는 선반이 유용하다. 소소한 데커레이션과 함께 자주 쓰는 물건을 수납하기에 좋다. (아래)자연을 즐길 수 있는 주방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가 놓인 뒤쪽 공간은 뒷마당이 바로 보이는 창문이 있어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