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갤러리스트 세계에 발을 담근 이희수 디렉터는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과 합심해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느 갤러리처럼 하얀 공간이지만 소피스 갤러리에는 열정이 있다.
1 하얀 공간에 잘 어울리는 서정화 작가의 스툴과 김병주 작가의 파티션 작품. 2 올해 1월 소피스 갤러리의 문을 연 이희수 디렉터. 3 작은 작품을 위한 온실 컨셉트의 디스플레이. 4 두 개의 전시 공간 사이에는 사무실을 만들었다.
1년 반 전 취재로 만났을 때 새로운 일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갤러리를 오픈할 줄은 몰랐다. 패션 사업을 하다가 잠시 쉬어 가는 타이밍이었다. 어떤 일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던 중 갤러리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영향도 컸다. 전시를 보고 작품을 구입하고, 누군가에게 작품을 추천을 하는 일이 아주 낯설지 않았기에 용기를 냈다.
갤러리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소피’는 본인의 영문 이름인가?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소피스 갤러리는 ‘세련된’, ‘교양 있는’을 뜻하는 영어 단어 ‘Sophisticated’에서 따온 이름이다.
소피스 갤러리는 어떤 갤러리인가? 그 특색이 궁금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좋은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을 오픈하고 싶었다. 작품이 돋보일 수 있는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30~40대 작가들의 작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또 4월에 기획했던 <움트다, 봄> 전시처럼 1년에 한 번 정도는 젊은 작가들을 응원하고 후원하는 공모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올해 1월에 소피스 갤러리를 오픈해서 다섯 번의 전시를 진행했다. 모든 전시에 애착이 있지만 3월에 열렸던 최인선 작가의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시가 모두 신작으로만 이뤄졌고, 유화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들이 갤러리에 도착했다. 유화 냄새도 그렇고 작품이 손상될까봐 설치할 때 정말 고생했지만, 강렬한 색채의 작품들로 채워진 갤러리에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의 갤러리 풍경과 색감이 종종 생각난다.
5 건물 투시도면을 떠올리게 하는 김병주 작가의 작품. 멀리 서정화 작가의 스툴 작품도 보인다. 6 강준영 작가의 달항아리와 드로잉 작품이 놓인 갤러리 공간.
처음 작품을 구입하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집에 두고 매일 보면서 행복하고 기쁠 수 있다면 투자 가치를 떠나서 구입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보고 즐길 수 있다면 그 또한 작품 가격에 상응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구입한 작품의 작가가 훗날 유명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기대되기도 하고. 또 취향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작품을 구입하기 전에 갤러리나 해외 아트 페어 등 최대한 많이 다니면서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작품을 구입하고 나서도 후회가 없다.
소피스 갤러리에서 앞두고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있다면? 9월에 열릴 김한나 작가의 개인전이 기대된다.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작가인데, 예전에 전시를 보고 그림을 구입하게 만든 실력 있는 회화 작가다. 강한 색채로 섬세하고 몽환적인 표현을 즐기는 작가로, 박서보 작가가 아낀다는 말을 들었다. 소피스 갤러리의 넓은 공간을 신작으로도 다 채울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당찬 작가다.
어떤 사람들이 소피스 갤러리를 방문했으면 좋겠는가? 예술에 관심이 있는 모두의 방문을 환영한다. 소피스 갤러리는 언제든 와서 작품을 둘러보고 편하게 나가도 되는 곳이다. 질문을 하는 등 관심을 표하는 방문객이 정말 반가운데, 작가의 생각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전시를 더욱 즐길 수 있다. 공통의 관심사만 있다면 처음 만난 사람도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각박한 일상에서 작품과 갤러리스트와 잠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갤러리스트가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갤러리스트는 역사도 잘 알아야 하고 현재의 트렌드와 미래의 전망 등 예술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혜안을 지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적인 운영을 위해 경영적인 능력도 길러야 한다. 갤러리가 조용하다고 해서 하는 일도 움직임 없이 편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금물! 작가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전시를 기획하는 업무는 힘이 들지만 정말 가슴 떨리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