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브라질, 스코틀랜드까지 여러 나라의 피를 이어받은 파브리지오 롤로는 출신답게 믹스매치를 좋아한다. 장르와 소재, 시대, 컬러를 두려움 없이 뒤섞어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을 완성했다.
패션 잡지에 정기적으로 소개될 정도로 멋진 룩을 뽐내는 파브리지오 롤로 Fabrizio Rollo. 잡지 에디터로 일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향한 그는 그레이, 블루 마린, 블랙, 브라운 등 컬러를 몇 가지로 제한해서 옷을 입지만 인테리어에서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가 사는 곳은 상파울루의 번화가에 있는 300㎡ 규모의 아파트로 19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예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나폴레옹 3세 시대와 19세기 말, 1930년대와 70년대의 오브제로 집을 꾸몄어요. 각 시대마다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물건들을 여기에 한데 모았죠.” 독창적인 것은 본성에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지브라, 레오퍼드, 지오메트릭, 플로럴 패턴으로 장식된 실크, 태피스트리, 중앙아시아의 자수 패브릭인 수자니 등을 곳곳에 펼쳐놓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믹스매치한 것이다. “저는 아름다운 오브제를 통해 에너지를 느껴요. 여러 스타일의 물건을 조화롭게 꾸미는 것은 삶의 기쁨 중 하나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현했지만 그 역시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데커레이터의 영향을 받았다. “복제하는 건 정말 싫고 새로 창조하는 걸 더 좋아하지만 레퍼런스가 필요하긴 했어요.” 자신에게 영감을 준 거장으로는 메종 얀센 Maison Jansen과 마들렌 카스탱 Madeleine Castaing 두 사람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이 디자인한 직물 몇 가지와 의자도 하나 갖고 있다. 자신이 기억하기로 여섯 살 때부터 패브릭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니 여러 종류의 텍스타일을 다량 소유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의 집에는 이제 새 가구를 놓을 공간이 없다. 벽마저도 빼곡하다. 피카소의 석판화부터 추상화, 건축 크로키, 중국의 작은 조각상까지 벽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한다. 패턴과 컬러에 대한 그의 집착에서 해방된 공간은 부엌과 욕실뿐이다. 대리석과 샹들리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르데코 가구 디자이너 장 미셸 프랑크 Jean-Michel Frank가 만든 작은 테이블이 있어 고급스러운 무드는 이어가지만 흰색을 바탕으로 해 비교적 잔잔해 보인다.
파브리지오는 양피지를 바른 벽에 건축 크로키와 1930년대에 그린 데생을 걸었다. 그리고 미셸 얀센의 소파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1970년대 벤치를 함께 두었다. 잡지 등 책 더미를 포함해 각각의 오브제는 파브리지오가 생각하기에 개성 있는 데커레이션을 완성하기 위한 자리에 정확히 놓여 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오브제로 꾸민 공간은 ‘랑방 블루 Lanvin Blue’색을 좋아했던 어머니에 대한 오마주다. 푸른색 중국 도자기로 포인트를 주고 판화, 데생, 작은 장식품 등으로 벽면을 빼곡히 채웠다.
19세기 프랑스산 태피스트리를 걸어놓은 침실. 그 아래에 놓은 지브라 패턴의 의자는 파브리지오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다. 그는 계속해서 이 물건을 보기 위해 침대 바로 앞에 이 의자를 놓았을 정도다. 그가 우상처럼 숭배하는 이 작은 소파는 예전에 마들렌 카스탱이 소유했던 것이다.
과감한 조합을 좋아하는 파브리지오의 취향은 밀라노에 살았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침대 위쪽 벽에 늘어뜨린 실크 패브릭은 사피라 세다스 Safira Sedas 제품. 침대 옆에 놓고 테이블처럼 쓰고 있는 빨간색 지오메트릭 패턴의 스툴은 파브리지오가 디자인했다.
게스트룸의 벽은 크리스찬 디올이 디자인한 실크 스카프로 마감했다. 액자에 넣은 그림들은 독일 자기 회사 마이센 Meissen의 제품 크로키. 르 마나슈 Le Manach의 패브릭을 씌운 벤치 위에는 이스탄불 시장에서 구입한 말레이시아산 직물 ‘이카트 Ikat’를, 임스 의자에는 아프리카산 패브릭을 올려놓았다. 금색 플로어 조명은 1940년대 이탈리아산 빈티지 제품이며 거울 파티션은 파브리지오가 디자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