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와니의 양유완 작가는 틀에 박힌 것보다는 자유로운 게 좋다. 작업 공간도 실은 놀이터다. 이곳에서 그녀는 유리를 가지고 논다.
샛노란색 벽과 기둥이 인상적인 양유완 작가의 작업실 전경. 가마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접이식 문을 활짝 열어두곤 한다.
스케치 또는 세밀한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테이블. 유리와 옻칠을 결합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아 다양한 안료와 붓들을 구비했다.
1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양유완 작가. 토치의 뜨거운 불에 양 볼이 금세 달아올랐다. 2,3 그녀가 만든 화병과 유리 돔, 조명 등 다양한 오브제. 4 그녀의 또 다른 손이 되어주는 장비들. 5 편한 작업복 외에 여분의 옷을 가져다 두곤 한다.
자기 키만 한 파이프를 가마에 넣었다 빼더니 입으로 ‘훅’ 불어 유리에 공기를 넣고 빙빙 돌렸다. 국내에서 드물게 블로잉 기법으로 유리공예를 하는 양유완 작가는 예쁘장한 인상처럼 작업도 다소곳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노련한 봉술가 같은 모습일 줄은 몰랐다. 뜨거운 가마 열기와 무거운 파이프 무게로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뜨거울 때 재빨리 성형해야 하는 유리의 특성상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유리만큼이나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는 정형화된게 싫었어요. 유리공예 중에서도 특히 즉흥적인 블로잉 기법이 제 성향에 잘 맞더라고요.” 호주 멜버른에서 오랫동안 유학한 그녀는 본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불고 늘이고 잡아당기는 대로 자유자재로 즉각 변하는 유리의 매력에 빠져 유리공예로 전향했다. 귀국해 ‘모모와니 Momowani’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연 지 4년 되었지만 독립적으로 작업실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욕심을 냈다.
“남양주도 둘러봤는데 좀 삭막한 분위기였어요. 공장 같은 느낌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헤이리 예술마을은 다른 작가들도 많아서 작업하기에 훨씬 안정된 느낌이었죠. 일만 하기보다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작업도 훨씬 즐겁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녀의 작업실은 테라스가 있는 2층이다. 실제로 올여름, 테라스에 간이 수영장을 마련하고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와 싸웠다. 작업실은 활짝 열리는 접이식 문이 달려 있어 유리를 다루면서 마주하는 열기를 환기시키기에도 제격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흡족했던 만큼 마음에 드는 장비들을 갖추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가 유리 생산지가 아닌지라 재료 구하기가 어려운데, 무엇보다 장비를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던 것. 미국에서 수입하거나 직접 주문 제작을 해야 해서 제대로 갖추기까지 6개월이 걸렸지만 그 덕에 웬만한 유리 작업은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양유완 작가는 아티스트 프루프 숍, 갤러리 보고재, 삼청동 크래프트 온 더 힐, 창원의 원 갤러리 등 6~7군데 정도 납품을 하고 있어 작업량이 꾸준하다. 주문 받은 물건을 만들다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는 손이 가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곤 한다. 유리컵에 돌을 끼운다든지 옻칠을 하는 등 다른 소재와 결합한 아이템은 모두 그녀의 즉흥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제가 만든 그릇은 삐뚤빼뚤하고 투박하지만 제 눈에는 이런 게 더 예뻐 보여요. 만들다 약간 모양이 달라져도 나름대로 멋이 있죠.” 그녀는 이곳에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자신이 만든 접시와 컵, 물병을 마음껏 사용한다. 유리로 만든 물건은 깨지기 쉬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특히 작가가 만든 물건은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녀는 지인들이 즐겁게 물건을 쓰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참 뿌듯하다. 공예가로 사는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