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가에 있는 건축가 존 손 경의 집은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보유한 거대한 장식장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 축적된 놀라운 예술 작품들에는 그의 폭넓은 취향과 컬렉션에 대 한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존 손 경은 베수비오 화산재가 삼켜버린 도시, 폼페이를 방문했을 때 눈여겨본 색 상인 폼페이 레드로 다이닝룸의 벽을 칠했다. 벽에 걸린 그림은 조슈아 레이놀즈 경 Sir Joshua Reynolds의 ‘The Snake in the Grass’. 그 옆 거울을 통해 존 손 경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이 초상화는 토마스 로렌스 경 Sir Thomas Lawrence이 1829년에 그렸다.
다이닝룸의 모습. 금빛을 띤 적갈색 유리창을 단 돔에서 햇빛이 쏟아진다. 천장 모퉁이에 있는 볼록거울이 이 지중해의 빛을 확산시킨다. 벽에는 책장을 둘러싸고 안젤로 캄파넬라 Angelo Campanella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고대 조각품 컬렉션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공간. 가운데 당당하게 자리 잡은 조각은 존 손 경 자신의 흉상이다. 프랜시스 챈트리 경 Sir Francis Chantrey이 1829년 조각했다.
위에서 아래로 빛이 가로지르는 돔 천장의 모습. 너무 많은 작품으로 치장된 삼중 겉창이 열린 모습. 영국 은행 건물 모형 위에 조각상이 솟아 있다. 고대 건축물의 부속으로 가득한 복도의 모습.
채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움이 좋은 사람도 있다. 존 손 경 Sir John Soane(1753~1837)은 분명 채움의 열망을 가진 쪽이였다. 네오클래식 스타일을 구현한 영국의 뛰어난 건축가, 존 손 경은 런던의 영국 은행 건축으로 특히 유명하다. 그는 런던 중심가인 홀본 Holborn에 자리한 자신의 집에 아트 컬렉션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담아냈다. 그의 집에는 3만 장의 건축 데생과 에스키스, 그림 등이 뒤섞여 있는데 그중에는 이탈리아 화가 카날레토 Canaletto의 작품 3점을 비롯해 프랑스 화가 바토 Watteau, 영국 화가 터너 Turner와 윌리엄 호가스 William Hogarth의 작품도 여럿 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와 중세, 르네상스 등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도 상당히 많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이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돼 건축과 학생과 건축 애호가들을 위한 일종의 ‘건축 아카데미’가 되었다. 그 어떤 것도 손대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건축 분야의 참고서 격인 옥스퍼드 건축사전에는 이 기상천외한 집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유래가 없을 만큼 예술 작품들로 가득 차 있으며, 열의를 다해 공들여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집 안으로 빛을 들이려면 그림과 데생으로 가득한 삼중 겉창을 하나씩 열어야만 하는데, 이는 ‘축적’에 대한 그의 엉뚱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한 예에 불과하다. 존 손 경의 이러한 바로크적이고 기괴한 컬렉션이 그의 뛰어난 재능을 가리지는 못한다. 로열 소사이어티 Royal Society의 회원이자 왕립 아카데미 건축과 교수였던 그는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와 11번지에 자리한 영국 총리와 재무부 장관 공관의 절제된 다이닝룸 인테리어와 런던의 덜위치 픽처 갤러리 Dulwich Picture Gallery 등을 건축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지은 묘비는 1920년 영국 전화 부스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지금도 시간을 망각한 이 작은 박물관은 해마다 1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장식된 난간이 달린 큰 계단이 층계를 감싸 안는다. 계단을 오르며 중세의 저부조와 조각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우아한 고대의 헤르메스 조각상이 자연광을 받아 빛난다.
각양각색의 중세 두상과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 방은 ‘수도사의 응접실’이라 불린다. 존 손 경은 이 방이 ‘파드레 지오반니 Padre Giovanni’라는 가상의 수도사의 응접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친구들을 이 방으로 불러 차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앞쪽에 보이는 유리문은 이곳의 교회 분위기를 강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