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동동보’라는 애칭을 지닌 두 딸을 키우며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구름바이에이치를 운영하고 있는 하연지 실장의 집에는 누구나 닮고 싶어할 만한 취향이 가득하다.
1 CD를 가지런히 정리한 비초에 선반이 인상적인 거실. 블랙 소파, 페르시안 카펫, 보비 트롤리 등 서로 다른 디자인의 믹스매치를 엿볼 수 있다. 2 포토그래퍼인 지인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벽에 기대두었고 천장에는 조명 대신 팬을 달았다. 3 엄마와 그림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하연지 씨와 둘째 딸 동동보.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집의 실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사진을 위한 연출일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집의 맨얼굴은 어떨지 기대가 컸다. 방배동에 위치한 빌라에 사는 하연지 실장은 편집숍 구름바이에이치 Gurmbyh의 운영자다. 오프라인 쇼룸은 올해 오픈했지만 구름바이에이치는 이미 아이가 있는 엄마나 감각 있는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온라인 편집숍이다. 특히 스마포크, 덴스를 비롯한 아동복과 살림에 필요한 각종 아이템을 감각적으로 촬영해 보여주기로 유명한데, 옷을 입은 딸들의 평상시 모습이라든지 주방과 욕실 등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촬영해서 보여준다. 과한 연출 없이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주로 배경이 되는 집의 모습은 더 그러했다. 가구 구입처를 묻거나 소품 하나까지도 궁금해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거나 스타일링 전문가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감각과 안목은 닮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집에는 하연지 실장이 오랜 시간 집에 관심을 갖고 아이를 키우며 얻은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득했다. “대학 졸업 후 일찍 결혼해서 첫아이를 낳고 보니 자연스럽게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어릴 때부터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로 보기에 예쁜 것을 구입하고 갖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올해 이사한 지금 집은 신축 빌라여서 바닥부터 벽, 기본적인 설비는 인테리어 공사를 따로 한 것처럼 상태가 훌륭했다. 주방만 새로 맞춤 제작하고 바닥 타일이나 욕실 인테리어 등은 처음 이사 왔을 때 그대로다. 빛이 잘 드는 밝은 다이닝 공간은 작은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는데, 벽에는 로열 시스템 선반을 고정해 그릇과 오브제 등을 올려두었다. 무채색의 주방 시스템과 대조적으로 컬러풀한 연출이 돋보이는 코너다. 거실 한쪽 벽을 꽉 채운 비초에 Vitsoe 선반도 색다른 인테리어 요소다. “예전에 음악을 했던 남편이 그동안 모아온 CD와 DVD 등을 어떻게 수납해야 할지 고민하다 비초에 선반을 해외에서 주문했어요. 갖고 있는 아이템 수에 맞춰서 선반을 구입해 완벽하게 수납할 수 있었죠. 덕분에 허전했던 거실 벽이 꽉 찬 느낌이에요.”
이 집은 독특한 믹스매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거실에는 클래식한 무늬의 페르시안 카펫과 모던한 블랙 소파를 매치했고, 현관 앞에는 최근에 구입한 오렌지색 텅 Tongue 체어와 앤티크한 골드 프레임의 큼직한 거울을 함께 연출했다. 무채색으로 꾸민 가족실은 시크해 보이지만 한쪽 벽에 설치한 책장에는 부부의 책과 만화책부터 아이들 용품이 어우러져 키치한 멋도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잡지를 정말 많이 봤어요. 스크랩도 많이 하고 좋은 공간을 많이 보고 싶어서 꼭 챙겨 보는 편이었죠. 요즘은 아이디어를 얻을 때 주로 핀터레스트로 이미지를 보는 편이에요. 원하는 이미지를 금방 저장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지금으로선 인테리어에 뭔가를 더 보태고 싶지는 않네요.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4 최근에 구입한 텅 체어와 앤티크한 골드 프레임의 거울을 연출한 입구. 키카 큰 식물도 곁들여 싱그럽다. 5 빛이 잘 드는 욕실에 둔 욕조. 자연스러운 벽 마감이 눈길을 끈다. 6 아이들 제품과 그동안 모은 책이 어우러진 키치한 느낌의 책장. 7 부부 침실에는 낮은 수납장을 짜넣어 단정한 분위기를 낸다.
결혼해서 지금 집으로 오기까지 거의 열 번의 이사를 했던 하연지 실장은 짐을 정리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 패턴을 알 수 있었는데, ‘이걸 왜 샀지?’ 하고 묻게 되는 아이템이 정말 많았다고 고백했다. 때문에 이전 집에서 올 때도 많은 짐을 버리고 정리하며 이제는 정말 쓸모 있는 물건만 구입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한때 정말 필요하지 않아도 그저 보기에 좋은 것을 많이 샀죠. 많은 제품을 써봤고 실패하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숍을 통해 제가 사용해서 정말 좋았던 제품을 엄선해서 소개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간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며 한동안 엄마로서의 시간을 보낸 그녀는 오프라인 쇼룸을 오픈하며 운영자로서 더욱 바빠졌지만 집 안 곳곳에는 그녀가 얼마나 집에, 가족에 애정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이 낙서한 자국마저도 새로 도장을 하지 않고 추억으로 남겨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하연지 씨의 집은 사진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행복하다.
집에서 가장 컬러풀한 다이닝 공간. 주방은 무채색인 반면 식탁을 둔 다이닝 공간에는 컬러가 넘쳐난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거나 부부가 업무를 보는 가족실.
etc.
구름바이에이치 하연지 실장의 취향 아이템.
무브 테이블 묵직하지만 바퀴가 달려서 이동이 가능한 테이블은 에이후스.
셸프 벽에 고정해서 활용할 수 있는 나무 선반은 노몬 클락 제품.
파필리온 비대칭의 매력이 있는 벽 조명은 아르플렉스.
프로벤티 솝&홀더 비누를 벽에 고정할 수 있는 크롬 홀더는 구름바이에이치.
PK33 폴 키에르홀름이 디자인한 심플한 스툴은 프리츠 한센.
바르셀로나 카우치 보조 소파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베드는 놀 제품으로 두오모.
아이 테이블 핀 율이 디자인한 삼각형 형태의 사이드 테이블은 에이후스.
페르시안 카펫 클래식하고 화려한 문양의 페르시안 카펫은 챕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