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지은 임정태 씨의 집은 그의 가족에게는 힐링 캠프 같은 곳이다. 또 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준 그의 집 ‘서벽재’를 찾았다.
1 담에 가로로 긴 구멍을 창문처럼 만들어 거실에서 바깥의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건축주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자 이 집의 백미다. 2 집에 놀러 오는 이들을 위해 긴 식탁과 넓은 주방을 갖췄다.
서쪽을 향해 차로 달려 강화도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였지만 공기부터 달랐다. 논이 있고 밭이 있는 강화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지은 모던한 외관의 ‘서벽재’는 단연 돋보였다. 박공지붕 형태의 가로로 긴 이 집은 건축주인 임정태 씨의 세컨드 하우스다. 서벽재는 말 그대로 서쪽에 지은 벽돌집을 뜻한다. “서울에 있는 집에서 1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에 두 번째 집을 마련했어요. 건강을 돌볼 겸 강화도를 드나들다가 마음에 들어 주말에만 지내는 집을 짓게 된 거죠.” 설계부터 내부 인테리어는 짜임과 공간의 신빛나 디렉터에게 의뢰했는데 몇 가지 요소만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을 믿고 맡겼다. 집주인이 가장 강조했던 것은 소통이었다. 자연환경과 동떨어지지 않은 집, 이웃과 단절되지 않은 집, 주변을 포용할 수 있는 집을 원했다. 그래서 이 집은 담이 낮다. 천고가 4m나 되는 높은 박공지붕과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이 집은 가족들이 주말에 여가 생활을 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거실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를 위해 쿠르베 스피커를 두었고 냉장고가 놓인 위쪽 벽에는 스피커를 설치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서라운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1 현관에서 바라본 집 안의 모습. 박공지붕의 천장 높이가 4m여서 공간이 시원해 보인다. 2 실내에서 별을 바라볼 수 있게 지붕에 창문을 냈다. 3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설치한 루버. 나무 패널을 사선으로 시공해 빛을 걸러주는 효과도 있다. 4 마당에 만든 우물 모양의 화로대.
가족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와인을 든든하게 채워둘 수 있는 냉장고와 긴 식탁, 게스트룸도 마련했다. “다른 것보다도 제가 꼭 신경 쓰고 싶었던 부분이 몇 가지 있어요. 그중 하나가 거실에서 테라스를 바라봤을 때 보이는 창문처럼 뚫린 담이에요. 담을 창문 삼아 자연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여름에는 푸른 벼가 펼쳐지고, 가을엔 황금빛 벼가 일렁이죠. 적당한 높이의 구멍을 내기 위해 서울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시공하는 것을 볼 정도로 애정을 많이 쏟은 곳이에요.” 거실의 폴딩 도어를 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멀리 있는 자연이 눈앞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세컨드 하우스지만 꼼꼼하게 내실도 다졌다. 열교환기를 설치해 열효율성도 높이고 사람이 없을 때도 공기를 순환시켜 먼지가 앉지 않도록 했으며 사생활 보호에도 신경을 써서 집 전면에는 나무 패널을 사선으로 설치하는 루버 시공을 했고 뒷마당은 담의 높이를 높였다. “가족들이 일주일에 이틀 정도 지내다 가는 곳이기 때문에 집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출 수는 없어요. 필요한 소량의 짐만 가지고 와서 지내다 가는 집인 거죠. 가구나 장식적인 요소는 최소화하고 대신 휴식도 취하고 손님들이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집을 짓는 데 신경 썼어요. 밤에 별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지붕에 창문을 냈고 마당에는 데크도 깔고 돌로 만든 화로대도 두었죠. 뭔가 낭만이 가득한 집 같지 않나요?” 신빛나 실장은 소통에 의미를 둔 건축주의 바람을 공간에 담았으며 집이 주는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를 설계했다.
1 딸아이가 자는 방의 한 코너. 이 집에는 특히 나무 가구가 잘 어울린다. 2 파란색을 칠한 아들의 방 겸 게스트룸. 3 서쪽에 지은 벽돌집이란 이름을 지닌 서벽재. 갤러리처럼 모던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축주를 따라 밖으로 나와서 벽재를 바라봤다. ‘처음에 주변사람들이 박공지붕을 보고 창고를 짓느냐고 물었어요. 그다음에는 갤러리를 짓느냐 물었죠. 징크 소재 지붕은 사선으로 이어붙였는데 소재가 워낙 둔탁하고 무거운 느낌이라 수직으로 떨어지면 위화감이 들 것 같았죠. 제가 원단일을 하고 있는데 드레스의 주름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선 방향으로 하면 우아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죠.’ 촬영하는 내내 이웃과 인사를 건네는 건축주는 자식을 바라보듯 애정 어린 눈으로 집을 바라보고 소개했다. 언젠가 이곳에서 계속 살 생각도 하고 있다는 건축주의 바람대로 서벽재는 오랜 시간 주변과 소통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거실에는 쿠르베 오디오를 두었다. 주방에도 스피커를 설치해 서라운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etc.
세컨드 하우스를 더욱 멋스럽게 바꿔줄 아이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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