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룸을 꾸미고 싶은 예비 부부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를 소개한다. 오래된 가구와 빈티지 오디오가 자연스럽게 조화된 집이다.
1 커다란 방 하나를 침실 겸 오디오룸으로 꾸몄다. 빈티지 오디오와 가구가 조화를 이룬다. 2 거실에서도 오디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사선으로 배치한 점이 독특하다.
공간에서 조명만큼이나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오디오다. 둘 다 낭만적인 무드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특히 음악은 공간에 새로운 감흥을 선사하고 일상적인 사건을 특별한 기억으로 바꿔주는 요소라 중요하다. 신혼부부가 세탁기, 냉장고 같은 생활 필수품 외에 오디오를 혼수 가전으로 선택하는 이유도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높아진 관심 덕분이겠다.
오디오가 중심이 된 집을 찾았다. 성북동에 있는 이 오래된 집은 1980년대에 지어진 빌라 3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색 몰딩과 아이보리색 벽지가 포근하고 아늑했다. 거실과 이어진 침실에서는 조용히 음악이 흘러나왔다. 브라운 사의 빈티지 스피커가 내는 울림은 디지털 시대의 스피커가 내는 소리와 달리 은은하고 풍성했다. 디터 람스 Dieter Rams가 디자인한 독일 브라운 사의 빈티지 턴테이블과 스피커 두 개가 방 한가운데에서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이 집에 오고 나서 가장 먼저 산 제품이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이었어요. 사실 이 제품은 전압은 맞지만 주파수가 달라서 턴테이블을 재생하면 소리가 빨리 감겨요. 실상은 라디오를 듣거나 스마트폰과 연결해 써야 하죠.” 이 오디오의 주인인 김창민 씨가 말했다.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이 너무 예뻐서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수집한 LP를 듣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 Pro-ject Audio Systems의 흰색 턴테이블을 구입했다. 모던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이 턴테이블은 작동이 쉽고 선명한 음향을 낸다. 그 외에 10년 전 구입한 티악 라디오 등 보유하고 있는 음향 기기만 해도 5~6개라니 수집가의 기질이 엿보인다. 즐겨 듣는 음악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요즘엔 일본 시티팝 계열인 AOR을 듣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집은 긴 거실과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두 개의 방은 작업실 겸 서재, 드레스룸으로 쓰고 있고 비교적 넓은 침실을 오디오룸으로 꾸며놓았다. 보통은 가구나 물건을 둘 때 벽에 붙여놓는데 방 한가운데에, 그것도 일자가 아닌 사선으로 배치한 점이 특이했다. “거실에서도 잘 보이도록 비뚤게 배치했어요. 그 주변으로는 오래된 의자들을 빙 둘러놓았죠.” 으리으리하고 번듯한 청금실보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된 공간이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기엔 더욱 좋은 환경이 아닐까 싶다.
3,6 아늑한 거실 한 켠. 행거에 박쥐난을 걸어놓고 빈티지 가구 위에 소품들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이 집의 모든 것은 내추럴하지만 잘 정돈되어 있다. 4 10년 전 구입한 티악 라디오와 그간 모은 CD, 책들. 5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사의 턴테이블은 빈티지 제품으로 이베이에서 구입한 것. 그 앞에는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의 턴테이블을 두었다. 7 테이블 조명 ‘스파이더 Spider’는 조 콜롬보가 디자인한 것으로 현재는 블랙과 흰색만 출시되고 있고 파란색은 빈티지로만 구할 수 있다. 8 나무색 몰딩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거실. 아이보리색 벽지와 무성한 식물들이 연식이 오래된 이 집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