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뒤에 아트&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의 조은숙 대표. 그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아트&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집을 방문했다.
조은숙 대표는 우리 도자와 공예품을 소개하는 갤러리의 수장 이자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도예, 회화, 조각, 아트 퍼니처, 생활 도자를 우리 생활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했다. 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 과거 청담동 모던 카페 문화의 시작이었던 ‘플라스틱’을 만든 주인공이자 10여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아트&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전파하기 시작한 그녀가 그간 업계에서 탄탄하게 구축해온 트렌드세터로서의 명성은 역사가 꽤 깊다. 새로운 디자인과 공간에 관한 풍부한 화제, 고급스러운 취향, 넘쳐나는 문화적 화제, 특히 테이블 연출과 관련해서는 밤새 이야기해도 밑천이 동나지 않을 정도의 해박한 지식으로 요즘 젊은 세대와의 간극도 가뿐히 뛰어넘는다.
닮고 싶은 취향을 가진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매달 새로운 집을 취재하는 에디터로서도 꽤 근사한 경험이다. 이 집을 처음 방문할 때도 그랬다. 취재하기 전 10여 명의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를 초대한 집들이 파티에서 보여준 손님맞이 애티튜드는 따라 하고 싶을 만큼 근사했다. 저녁시간에 시간차를 두고 오는 손님들이 허기를 달랠 수 있게 준비한 웰컴 테이블 세팅부터 다채롭지만 간단하게 조리한 음식 그리고 서빙되는 그릇까지. 대화의 주제가 요리와 테이블웨어가 될 만큼 아름다웠던 모양새를 갖춘 연출력은 놀랍기까지 했으니까. “10여 년 전에는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는 문화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을 집으로 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외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집처럼 좋은 프라이빗한 살롱이 어디 있겠어요. 결과적으로 집이 회복되어야 예술과 문화도 발전하겠다고 생각했죠.
흔히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 밥 한번 먹자고 인사하잖아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가벼운 음식이라도 정성껏 차린 테이블로 손님을 맞이한다면 최소한 집 청소를 하게 되고 그림이라도 한 점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할 거라고요.” 갤러리에서는 공예 작가들의 전시 때마다 그 사람의 작품으로 오프닝 음식을 차린다. 음식이 담겨 있는 실제 모습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으로, 이제는 갤러리의 얼굴과 같은 의식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다행히 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모든 사람이 조금씩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매스컴이나 잡지 그리고 우리가 그 흐름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젊은 고객들이 컬렉팅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나니 캐주얼하게 살고 싶어졌다는 그녀는 30년 동안 살았던 집에서 고층 아파트로 이사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집이 크건 작건 획일적인 구조를 띱니다. 그렇다고 다 뜯어 고칠 수는 없어요. 그 자리에 있는 자재에게도 미안한 일이거든요. 이 집은 도면만 보고 가구와 소품을 100% 계획대로 앉혔어요. 작은 의자 하나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형태와 크기를 연구했기 때문이에요.” 조은숙 대표의 손길로 만든 집은 달랐다. 공사를 하지 않은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이지만 오랜 시간 찾아내고 수집한 애정 담긴 가구와 그림, 소품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온기를 낸다.
이 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창이 있는 곳에 다이닝 테이블을 배치했고 그 앞으로는 재불 작가 황호섭의 그림 작품과 까시나의 LC1 팜파스 의자와 핀 율의 치프테인 의자, 펠리컨 체어를 배치해 힘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소파 대신 싱글 체어들을 배치한 거실의 이점이라면 커다란 원형 티 테이블을 중심으로 때로는 좌식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다란 복도에는 웅장한 크기로 시선을 압도하는 이현미 작가의 그림과 박성칠 작가의 작품 그리고 이 배Lee Bae 작가의 작품을 걸어 작은 갤러리 공간을 만들었다. “아파트는 유리 공간이 많아 집 꾸미기가 어려워요. 작품을 어떻게 어디에 걸어야 할지도 고민스러워요. 저희 집은 그림 작품들은 복도를 활용해 걸었고 여기에 입체 작품을 섞어 디스플레이했어요. 집은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확고해 지면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로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책을 좋아하면 도서관식 거실을 만들면 되고, 음악을 좋아하면 음향 시스템을 갖춘 방을 만들면 돼요. TV를 보며 가족이 모이는 집이라면 TV가 중심이 되는 집을 만들면 됩니다. 저희 집은 남편과 저만 생활하고 각자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 보니 이런 형태를 가지게 되었지요.” 조은숙 대표는 삶의 제2라운드를 맞기 위해 TV보다는 음악과 책으로 영혼의 양식을 채운다. “나의 교양과 지성이 풍부해져야 앞으로 30년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감히 내 나이에 30년이라고 하네요(웃음).” 이제는 진정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는 조은숙 대표의 집을 취재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만들고 다질 수 있는 집이야말로 최고의 호텔보다 더 편안하고 안락한 내 집을 만들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