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해외의 멋진 사옥이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더북컴퍼니의 신사옥은 역삼동의 랜드마크가 될 필요 충분 조건을 모두 갖췄다. 날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이들을 위한 창조와 휴식이 공존하는 작은 스칸디나비아 같은 건물을 소개한다.
매거진 <메종> <마리끌레르> <싱글즈> <뷰티쁠> <에비뉴엘> <주부생활>등 6개의 잡지와 12개의 CP 매거진, 광고대행사 레드 슈즈를 운영하는 종합 매거진 회사 더북컴퍼니 The Book Company. 잡지계의 빅3로 불리는 더북컴퍼니를 이끄는 수장은 과거 <엘르> 편집장을 지낸 신소희, <쎄씨> 창간 편집장을 지낸 이소영 대표. 20대 청춘에 선후배 기자로 만나 30여 년간 좋은 파트너십을 이어온 두 대표는 잡지계의 파워 우먼으로 불린다. 2004년 싱글 라이프를 담은 패션지 <싱글즈> 창간을 시작으로 10년 만에 커다란 잡지사가 된 더북컴퍼니를 성장세로 이끈 두 대표의 승승장구 스토리는 지금도 종종 회자될 만큼 성공 신화로 남아 있다. 얼마 전 이들은 또 하나의 큰 이슈를 만들었다. 강남구 역삼동에 더북컴퍼니 사옥을 지은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로 우뚝 솟은 건물은 역삼동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만큼 새로운 이슈를 가득 품고 있다.
신사옥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부터 건물을 지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이소영 대표는 “사내 간담회(한 달에 한 번씩 10명의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문화)를 2년 동안 진행하면서 꼬마 기자부터 중견 기자들의 바람을 들어본 결과, 그들이 바라는 것은 좋은 업무 환경이었어요. 잡지사의 특성상 미팅이 많고 독자나 클라이언트가 함께하는 클래스와 이벤트가 많지만 그때마다 불편함을 겪어야 했어요. 잡지사의 특성상 24시간 일하는 체제이고 우리와 리듬과 사이클이 맞는 빌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어 신소희 대표는 “일본의 출판사 고단샤가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건물을 지은 것이 부러웠어요. 기자 시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잡지사를 다녔는데, 사실 겉으로만 번듯했지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인테리어라고 보기에는 힘든 일반 회사 건물이었거든요. 건강한 공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듯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이 사옥은 두 대표가 기자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과 사원들의 바람 그리고 그들의 취향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는 곳이다. 수년간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메종&오브제, 아트 바젤 등에서 보아왔던 경험치는 전체적인 컨셉트를 잡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건물을 짓기 전시장조사차 떠난 건축, 인테리어 여행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지금은 퇴사한 강신혜 전무가 만들어준 북유럽의 좋은 건축과 인테리어의 엑기스만 모은 가이드북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컨셉트를 잡기 전 고민이 많았는데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심플한 멋이 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건축주로서 숱한 고민과 시름에 빠졌을 만도 했건만 두 대표는 투철한 기자 정신으로 만든 건물이라고 답한다. “무형에서 유형을 만들어내는 잡지가 그렇듯 건축도 똑같은 것 같아요. 기획하고 설계하고 설계에 따라 건물을 짓고 컨셉트에 맞춰 소재를 선택하는 등 사실 결정해야 할 것이2만 가지도 넘었지만 한 권의 잡지를 만들 듯 모든 일을 대하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흔히 똑똑한 클라이언트가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건축주가 중심을 잘 잡아야 좋은 건축이 나온다는 의미다. 두 대표는 건축주로서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알고 함께 일한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타협점을 잘 찾아간 똑똑한 건축주였음이 분명하다.
신사옥의 테마는 회사의 슬로건인 ‘New&Differnt’.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 친화적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건축은 엔이이디의 김성우 소장, 시공은 씨앤오 건설 주식회사, 가구 및 조명 스타일링은 이노필의 김계연 대표, 조경 식재 시공은 에이트리 김상윤, 박지호 대표가 맡았다. 김성우 소장이 신사옥을 설계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려한 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건물의 인상 만들기였다. 건물의 외장재는 여러 질감의 표현이 가능한 GFRC (Glass Fiber Reinforced Concrete) 패널을 사용했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회사의 슬로건인 ‘New&Differnt’를 모르스Morse 부호화시켜 패널 하나하나에 입혔다는 것이다. 실내 공간은 건물 외관의 짙고 육중한 느낌과 상반되는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사용해 반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공간 곳곳 시원하게 열린 창에는 도시의 풍경이 그림처럼 걸려 있어 내부 공간의 답답함을 없앴고 각 층마다 열교환기 설비를 설치해 창문을 열지 않아도 항상 신선한 공기가 순환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건축과 설계를 맡은 김성우 소장이 기능적이면서 환경적인 공간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가구 및 조명 스타일링을 담당한 김계연 대표는 ‘Create in Comunal Comfort’를 주제로 사무 공간에 온기를 더하는 작업을 했다. 공간 곳곳은 덴마크에서 공수해온 북유럽의 디자인 가구들로 꾸몄는데, 원 컬렉션 One Collection, 벤트 한센 Bent Hansen, 보우드 Woud, 콘스탄트베르크 Konsthantverk 등이 온기를 품은 모습으로 안착되어 있다. 옥상정원 구름 마루는 각진 건물과 대비되는 유선형의 곡선으로 에워싼 정원으로 계획됐고 다층구조 식재 교목, 관목수, 지피 초화류 식물 30여 가지를 심어 리듬감있게 사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완성했다.
신소희, 이소영 대표는 직원들이 신사옥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생명력을 충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회사는 어쩌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일 수 있다. 하루하루 일상과 내 모습이 가장 많이 담겨지는 곳. 더북컴퍼니 사옥은 직원들에게 두 번째 그 이상의 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