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디자인 가구들이 보인다. 갤러리처럼 무심한 듯 작품이 놓여 있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아파트를 만났다.
반포에 위치한 301㎡의 아파트에는 네 식구가 산다. 부모님과 딸 , 아들이 오붓하게 생활하는 이 집은 디자인의 물결로 넘실 거린다. 가족들은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오랜 시간 살아도 질리지 않는 동시에 감각적인 집을 원했다. 집을 손보기로 큰 결심을 한 후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은 천가옥에 부탁했고 전체 스타일링은 스타일트레드에서 맡았다. 스타일트레드 송현아 실장은 “가족들이 무언가를 특별히 요구했다기보다는 모든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수납에 신경 써달라는 것과 집이 갤러리처럼 보였으면 좋겠지만, 대신 실제 갤러리처럼 차갑고 너무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텍스처와 패턴을 활용해 집 안을 따뜻하게 보이도록 신경 썼어요”라며 안주인과 발품을 팔아 각 공간에 어울릴 가구와 조명, 소품을 보러 다녔다고 전했다. 이전 집에서 사용했던 대부분의 가구를 버리고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91 평형 아파트 내부를 채울 많은 가구가 필요했다. 공간은 넓었지만 ‘갤러리 같은 집’이라는 컨셉트는 분명했고 오랫동안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공간을 위해서는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 가구가 답이었다. 많은 이들이 모이는 거실은 에릭 조르 젠슨의 가죽 소파를 두고 주변에 같은 브랜드의 안락의자와 핀 율의 원 컬렉션 테이블, 랑게 프로덕션의 GJ 체어를 옹기종기 배치해 응접실 같은 분위기를 냈다 . 소파 뒤쪽 벽에 수납장을 짜 넣어 많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해 실용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고 TV를 둔 벽과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문은 각각 나무와 대리석 패턴을 적용해 밋밋함을 줄인 점도 영민했다.
간결하면서도 멋스러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이 집에서 가장 돋보인다. 불탑 주방 시스템을 시공한 주방에 들어서면 먼저 녹색과 파란색의 대비가 강렬한 김우영 사진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창가 쪽에는 칼한센앤선의 8인용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고, 가족들이 식사할 때 주로 사용하는 철제 테이블은 제작했다. 베이지 컬러가 감도는 주방 시스템과 나무 소재의 테이블, 의자가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편안한 공간. 사진 작품과 바닥의 카펫, 귀여운 고양이 오브제 등을 연출해 다른 공간과 달리 컬러 매치와 위트가 돋보인다. 아파트 특성상 천고가 낮아 샹들리에나 갓이 큰 조명을 달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 주방에 이상민 작가의 라인이 돋보이는 펜던트 조명을 단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대부분의 방에는 꼭 필요한 가구만을 두어 간결하게 꾸몄다. 부부 침실에는 침대와 모로소의 1인용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을 창가에 두었고 아내가 혼자 사용하는 AV룸에는 자노타의 푹신한 소파와 의자를 두었다. 남편의 서재는 집에서 업무를 보고 쉴 수 있는 완벽한 개인 공간이다. 로열 시스템 책장을 설치하고 까시나의 책상과 LC4 라운지 체어를 두어 편히 쉴 수 있다. 특히 라운지 체어 옆에는 하이메 아욘이 최근에 선보인 까시나의 사이드 테이블을 곁들여 마치 잘 꾸며진 쇼룸을 보는 듯하다.
세상에 멋지고 좋은 디자인 가구는 많지만 집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 다양한 브랜드의 디자인 가구를 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타임리스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가구들이 어우러진다. 가족들의 바람대로 갤러리 같지만 쓰임새가 있고 시간이 지나도 디자인 클래식을 보여줄 아이템들이다. 오랜 시간 이 집에서 살 가족들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풍요로운 디자인 물결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