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식구의 바람이 모두 반영된 타운하우스에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너무 다채롭다.
1층 거실과 이어지는 다이닝 공간. 줄눈 사이가 넓은 흰색 타일을 선택해 그리드가 선명해 보이도록 완성했더니 그 자체로 포인트가 되었다. 옅은 분홍색의 PH 조명과 초록색 수납장, 의자의 컬러 조화도 눈길을 끈다.
초록색 페인트로 도장한 1층 욕실 벽에는 말 조형물이 달린 거울로 포인트를 줬다. 집주인인 이서화씨는 작은 공간일수록 더 과감한 시도를 했다.
멋진 집, 살고 싶은 집이라는 건 정답이 없다. 고급 취향이든 B급 취향이든 아니면 한 가지 스타일로 통일되지 않고 중구난방 일지라도 그것이 온전히 자기답다면 가장 멋있어 보인다. 대학교 캠퍼스 커플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11살 난 아들 건희를 키우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이서화, 정성은 씨 부부는 지난 세월 동안 집과 취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영상, 그래픽을 전공한 프리랜스 디자이너인 아내와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는 남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독창적인 아이템을 탐해왔다. 해가 갈수록 꼭 사고 싶은 리빙 아이템의 위시 리스트가 점점 늘어났는데, 드디어 올해 3월 동탄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하면서 마음속으로 그려보기만 했던 공간을 실현할 수 있었다.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플럼 소파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아이템들을 배치한 거실. 자주색 볼드 의자는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빅게임이 디자인한 것. 돼지 모양의 검정 사이드 테이블은 모오이 제품, 금색 사이드 테이블 두개는 보사 제품으로 웰즈에서 구입했다. 노란색 새 오브제는 마이알레에서 구입한 것.
2층에 있는 아들 건희의 놀이방. 공룡 패턴의 커튼과 수납장을 가득 채운 공룡 모형에서 꼬마 수집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지하 계단에서 1층으로 올라오면 보이는 자리에도 의자를 놓아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에 앉아 있는 집주인 이서화 씨.
“언젠가 여행 가서 이층집에 묵었을 때 아들이 계단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도 줄곧 천장이 높게 탁 트인 공간을 꿈꿨어요. 이 집은 우리 가족 모두의 소원이 충족된 곳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아내인 이서화 씨가 말했다. 부부는 그동안 새 아파트를 전전해왔다.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은 좋았지만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땅을 사서 집을 지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조용한 동네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찾아냈다. 약288㎡ 규모의 집은 세 식구가 지내기에 넉넉하다. 넓은 차고와 작은 정원 , 다섯 개의 크고 작은 방과 세 개의 욕실, 거실, 주방, 다락이 있는 집에서는 층간 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다. 지하 차고 옆에 있는 방에는 아예 음악실을 만들었다. 남편이 드럼을 치면 아내는 옆에서 피아노를 친다. 아직 실력은 미흡하지만 아파트에서 살 때는 꿈도 못 꿨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짙은 마루 색상에 맞춰 어두운 색으로 벽을 칠한 부부 침실. 심플한 디자인의 회색 침대에는 머스터드 컬러의 베개와 푸른색 이불로 포인트를 줬다.
육각형의 블랙&화이트 타일을 물결 모양으로 독특하게 시공한 2층 욕실.
지하에 마련한 음악실. 부부가 좋아하는 영국 록 가수 퀸과 비틀즈의 포스터를 달아 벽을 장식했다.
부부는 한 달간 레노베이션을 하고 이 집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인테리어 업자에게 찾아갔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결심했죠. 이리저리 물어보고 찾아다니느라 고생했지만 직접 하니 못할 게 없더라고요.” 남편인 정성은 씨가 설명했다. 발품을 팔아 철거, 페인트 도장, 바닥재 교체, 계단 보수, 욕실 시공 등을 부분적으로 진행했다. 기본이 잘되어 있는 집이라 큰 구조 변경은 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장식만 깔끔하게 걷어냈다. 아내가 이 집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1층의 거실과 부엌, 2층 거실에 깐 볼락스 대리석 타일이다. 흔히 선택하는 비앙코 카라라는 차가운 회색 톤인데 반해 볼락스는 웜 톤의 무늬가어 집에 시공하면 훨씬 아늑해 보이고 다른 가구와도 잘 어울리는 것. 천연 대리석은 관리가 어렵지만 다음에 또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이 타일로 깔고 싶을 만큼 만족하고 있다. “아내는 컬러도 무척 좋아해요. 이 색은 이래서, 저 색은 저래서 다 좋아하죠. 제 생각에 아내의 머릿속에는 자기만의 컬러 팔레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주방에 초록색으로 장을 짜겠다고 했을 때는 괜찮을까 싶었는데, 기존 살구색 아일랜드 바와 잘 어울리도록 채도가 낮고 짙은 초록색을 고르더라고요.” 초록은 1층 욕실 벽면으로도 이어진다. 초록색 욕실 벽에 말 조형물이 달린 거울을 부착해 아주 독특한 분위기로 연출했고, 2층 욕실에는 블랙&화이트 타일을 물결무늬로 시공해서 재미를 주었다. 2층에 있는 아내의 작업 공간은 빈티지 영화의 세트처럼 만들었다. 회색과 흰색 타일로 체스판처럼 바닥을 깔고 분홍색 수납장과 푸른색 커튼을 달았다. 그리고 집 안 곳곳에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을 채워 나갔다. 1층 거실에 있는 리네로제의 플럼 소파는 위시리스트 1순위였던 아이템. 그밖에 모오이의 돼지 테이블, 알레에서 산 노란색 새 오브제 등 수년간 보고 또 보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을 하나씩 구입했다. 이런 엄마에게 질세라 영화감독이 꿈인 아들 건희도 자기가 수집한 공룡 피규어를 대거 진열해놓았다. 부부는 지금까지 좋아하는 물건으로 집 안을 채웠다면 앞으로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마당을 관리해볼 생각이라며 유럽의 돌바닥처럼 길을 내는 것이 로망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이 집을 통해 세 식구의 희망이 계속해서 샘솟을 것 같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내의 작업실은 빈티지 영화 속 세트장처럼 꾸몄다. 회색과 흰색 타일을 체스판 무늬처럼 깔고 분홍색 수납장과 파란색 커튼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