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기질이 남다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웅기와 음악 감독 전수경의 집은 때론 정적으로, 때론 강렬하게 변주를 이룬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아트 작품이 어우러진 안목 높은 빌라를 소개한다.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자리 잡은 인테리어 디자인회사 비타민 디자인 대표 이웅기 소장과 키츠 서울의 음악 감독 전수경 부사장의 보금자리는 에스닉, 프렌치, 팝 아트 스타일이 한데 어우러져 유럽의 감도 높은 집을 연상시킨다 .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은 아트 컬렉션, 빈티지 디자인 컬렉션, 에스닉한 소품이 경계를 두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고 있다. 가구 옆에 튀어나온 선이나 비뚤어진 라인 하나 없이 완벽한 비율을 가진 디테일이 있는 이 집은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한 공간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 특히 집 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트 컬렉션은 대부분 이웅기 소장의 안목으로 선별한 것들로 로버트 인디애나, 강익중, 박영화, 김영화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이웅기 소장의 다양한 경험치에서 비롯된 것. 미술을 전공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탈리아 브레라 디자인 대학에서 제품과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고 건축가 지오반니 레반티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그는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이탈리아 디자인을 10여 년간 국내에 전파하고 있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그런 그에 집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집은 시간을 껴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어떻게 꾸미는 가에 대한 것보다는 그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편이죠. 집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니까요.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을 충족할 수 있고 더불어 심신을 편히 누일 수 있는 공간, 그게 바로 집이 갖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요?” 그간 깐깐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원하는 최상의 인테리어로 인정받아온 그가 새로운 작업에 들어갈 때 하는 일은 이들의 취향을 간파하는 것. 그렇기때문에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는 작업의 소스이자 효율적인 공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이 과정은 자신의 집을 만드는 것에도 적용됐으며 아내의 취향 저격 인터뷰를 통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묻어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곳은 거실형 주방 공간. 손님 초대가 잦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내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다이닝 공간이 초록 마당을 향해 탁 트여 있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아내가 필요로 하는 공간이나 원하는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했어요.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그보다 잘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하하.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간은 커다란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노출형 주방입니다.” 이에 대해 전수경 감독은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 불은 굉장히 중요한데 남편은 인덕션이 있는 아일랜드 식탁을 제안했어요. 디자인적으로 보기 좋다는 이유였는데 결국 절충점을 찾아 밖에서 보여지는 공간에는 인덕션을 설치했고 주방 안쪽 공간에는 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조리대를 하나 더 만들었어요.” 기존 주방 공간을 확장해 만든 기다란 준비대에는 수납공간을 넉넉히 만들어 실용적이다. 이 집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공식처럼 지정되어 있는 공간의 용도를 변경시켰다는 것도 한몫한다. 거실을 다이닝으로, 안방을 거실로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초록 마당이 보이는 창문 앞에는 편안한 임스 라운지 체어를 배치했고 주변에는 톰 딕슨, 자하 하디드의 소품을 비롯해 마이클 아나시타시아데스의 조명이 낮게 걸려 있다. 이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감상하기도 한다. 부부 침실과 아이 방에는 시선을 확 끄는 색깔을 적용해 공간에 리듬감도 부여했다.
음악을 전공한 전수경 부사장은 작곡가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약 중인데 최근에는 평창올림픽의 성화 봉송 파트의 음악을 만들었다 . 그녀가 운영하는 회사 키이츠 서울은 영상과 음악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설화수, 현대, 기아 모터스 등 CF를 통해 희로애락이 담긴 음악을 만들어 화제가 된 CF계의 스타 음악 감독이다. 그녀가 만든 음악은 소리로 밖에 들을 수 없지만 공간으로 표현한다면 획일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과 시각을 접목시킨 이 집을 꼭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