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위치, 문 손잡이 하나까지 원하는 것으로 채운 나의 두 번째 집을 소개한다.
집 안 구석까지 빛이 드는 커다란 창과 아파트에는 흔치 않은 다락방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한 두 번째 집. 첫 집에서 벽 페인트칠부터 가구 리폼까지 하나하나 직접 고쳤던 경험이 있었고, 이사 계획이 없었을 때도 여행지에서 전기 스위치나 문 손잡이를 사모았을 만큼 디테일에 집착하는 타입이라 이 집도 역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시안을 잡고 자재를 고르는 등의 디자인은 내가, 계단과 단열 공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몇 번의 스튜디오 공사 경험이 있는 포토그래퍼인 남편이 담당했다. 가구와 조명은 거의 그대로 옮겨왔고 화이트, 짙은 네이비, 약간의 우드 소재를 더한 컬러 팔레트도 그대로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첫 집과 비슷하다. 다만 3년 동안 살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점을 수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첫 집에서는 거실과 침실 모두 밝은 형광등 대신 펜던트 조명만 사용했는데 살짝 어두웠던 게 사실. 이번에는 동선을 따라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실링팬과 무토의 언더 더 벨 조명으로 포인트를 줘 밝기도 보완하고 인테리어 효과도 살렸다. 세 개의 방에는 따스한 오크 컬러의 헤링본 마루를 깔았지만 세 마리의 반려견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과 부엌에는 청소하기 쉽게 연한 그레이 타일을 사용했다. 지난번 집에서 답답하게 느껴졌던 싱크대 상부장을 없애고 메인 싱크대 맞은편에 서랍식 싱크대를 추가해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식으로 보기에 예쁘면서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신경 썼다. 집 구석구석을 원하는 것들로 고집스럽게 꾸몄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은 없지만, 부엌과 침실은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그레이 싱크대와 한 달을 넘게 고민하다 막판에 고른 오크 소재의 싱크대는 원래 쓰던 스틸 소재의 선반이나 가전제품과도 잘 어울리고 수납도 짱짱하다. 침실에는 오랫동안 눈여겨봤던 마키시 나미의 책장과 보르게 모겐센이 디자인한 빈티지 이지 체어를 뒀다. 자기 전 따뜻한 차 한잔과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 아파트 탑층의 서비스 공간인 다락방은 간이 사다리가 달려 있어 이전 주인이 창고로
썼는데, 프레임을 짜 계단을 설치하고 단열 공사도 새로 해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볼 수 있는 남편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물론 셀프 인테리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수전이나 콘센트, 붙박이장 손잡이까지도 직접 알아보느라 발품을 팔았고, 나와 취향이 미묘하게 다른 남편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웠다. 용도를 정하지 못한 방 하나는 비어 있고, 거실 테이블의 의자는 어떤 걸 구입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고, 액자도 걸지 못한 미완성의 집이지만 조급하지 않다.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 천천히 채울 예정.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질 집의 모습이 기대된다.
1 세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하는 공간
거실과 주방은 강아지들이 물을 흘리거나 배변 실수를 해도 신경을 덜 쓰도록 타일로 마무리했는데, 시원하고 쾌적해서 사람은 물론 강아지들의 만족도도 높다. 튼튼한 계단은 이층집 주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 부분.
2 클래식한 포인트를 준 거실
따뜻한 베이지 컬러의 중문 옆으로 첫 신혼집의 다이닝룸에서 쓰던 빈티지 캐비닛을 놓아 여성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집 안 분위기에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3 하루를 마무리하는 침실 한 켠
침실에는 침대와 책장, 보르게 모르센의 빈티지 이지 체어만 두어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하기 좋은 공간이다.
4 부부의 작은 로망이었던 현관
나의 로망이었던 마블 타일과 베이지 컬러의 중문, 남편의 로망이었던 오크 원목으로 만든 벤치 등 서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사이좋게 골라 꾸민 현관.
5 파우더룸을 대신하는 화장실
뷰티에디터인 직업상 화장품 수납이 늘 신경 쓰였는데, 안방 화장실을 완전히 건식으로 꾸미고 세면대 하부장과 거울이 달린 수납장으로 파우더룸 대신 사용한다.
6 집 안의 중심이 되는 거실
첫 번째 신혼집에 비하면 간결하게 꾸미고 싶어 스트링 시스템 선반과 커다란 테이블, 소파 등 필요한 가구 몇 가지만 두었다. 지인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거나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다.
7 포인트가 되는 화분들
화분 몇 개만 놓아도 집 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신혼집에 있던 화분들 외에 이 집에 어울리는 야자나무, 몬스테라 등을 추가로 들였는데 매일 자라는 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