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뜯어내고 새로 고치는 경우가 많은 요즘 박혜진, 전승철 씨 부부의 신혼집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낡은 아파트도 어떤 아이템을 두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니 말이다.
박혜진, 전승철 씨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신혼부부다. 결혼한 지 6개월 된 부부는 최근 노릇노릇한 털을 지닌 반려견 장군이를 가족으로 맞아 더욱 돈독해진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신혼집은 손을 대자면 끝도 없을 만큼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부부는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대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방문 색깔을 모두 흰색 페인트로 직접 칠했고 벽지를 바르는 정도로 전체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를 시작하자니 이것저것 손볼 것이 많았어요. 창호는 물론이고, 벽의 수평, 수직을 바로잡거나 주방 공사 등 일이 커질 것 같았죠. 집 안 대부분은 그대로 두고 대신 깔끔하게 정리만 하기로 했어요.” 아내인 박혜진 씨는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다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푹 빠져 공부한 뒤 두 번째 직업으로 전향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을 좋아해서 액자를 많이 걸었고, 거실에는 TV 대신 부부가 좋아하는 음악을 위한 오디오 시스템을 두었다. 침실 외에 방 두 개는 각자의 서재 겸 작업하는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책과 그래픽적인 요소가 많은 남편의 서재와 흰색 위주의 정갈한 아내 서재가 마주보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방 두 개를 서재로 사용하면서 옷방을 따로 둘 수 없었기에 부부 침실에 짙은 그레이 컬러 옷장을 둬 수납을 해결했고 확장 공사를 하지 않아 베란다에도 짐을 수납할 수 있었다. 좁을 수도 있는 주방과 거실도 채도가 낮은 컬러와 간결한 디자인의 아이템들로 채워 편안하다. 지나치게 유명한 디자인 아이템은 없지만 컬러와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서 고른 것들이다. 부엌 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타일도 컬러가 마음에 들어 그대로 두었는데 지금 집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발을 내딛은 아내에게 이 집은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무엇이든 새것을 선호하는 요즘, 박혜진, 전승철 씨의 신혼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간의 넓이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두는지가 중요할 뿐. 이것이 진정한 셀프 인테리어의 첫걸음이 아닐까.
1 TV 대신 오디오
TV를 잘 보지 않는 부부는 거실과 침실 어디에도 TV를 두지 않았다. 대신 음악을 좋아해 거실에 오디오 시스템을 마련했다.
2 아내의 서재
흰색 이동식 수납장인 보비 트롤리에는 CD를 가득 수납했다. 주로 무채색 가구로 꾸민 아내의 서재는 화사하고 단정한 분위기다.
3 남편의 서재
라운지 체어와 그래픽적인 액자가 걸린 남편의 서재. 맞은편엔 컴퓨터 책상을 두었다. 스타일이 다른 두 개의 서재가 마주 보고 있어 재미있다.
4 침실을 채운 옷장
방 2개를 서재로 사용하면서 부족해진 수납공간은 이케아에서 구입한 옷장을 침실 한쪽에 두어 해결했다. 검은색 발뮤다 선풍기와도 잘 어울리는 공간.
5 넓지는 않지만 편안한 거실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최소한의 가구와 장식으로 공간을 꾸몄다. 냉장고도 두 사람의 식생활에 맞는 작은 것으로 구입했다.
6 반려견 장군이
시바견인 장군이를 가족으로 맞이해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거실에는 좌식 방석을 두어 손님이 오면 앉거나 장군이가 잠을 잘 수 있다.
7 장군이와 한 컷
장군이와 포즈를 취한 박혜진 씨. 오래전부터 있던 녹색 주방 타일을 그대로 두었는데 민트색 무토 조명과 잘 어울린다.
8 빈티지한 그릇
아내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소품과 그릇들. 가구는 모던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릇이나 주방 도구는 빈티지한 디자인 제품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