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 새로운 삶을 위한 터전이 됐다. 자연을 디자인하는 리디아 하우스에 사는 향기로운 가족 이야기.
오래된 빌라의 천장을 그대로 살린 구조가 눈길을 끄는 2층 공간. 리디아의 리모델링 건축은 임지수, 매장 인테리어는 이승호 씨가 맡았다.
리디아의 아트 디렉터인 은아 씨의 작업 공간. 리디아의 제품 패키지는 모두 그녀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것이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요즘 수채화에 푹 빠져 지내는 그녀는 작가로서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가장 핫한 성수동. 낡은 공장과 오래된 집들이 남아 있는 이 곳은 재생 건축의 붐이 한창이며 예쁜 카페와 아기자기한 숍이 밀집되어 있어 걷기 좋은 동네로 인식되고 있다. 좁다란 골목길에서 마주친 붉은색 벽돌 건물에는 작은 정원과 리디아 Lydia라는 문패가 달려 있는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내부 공간이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곳이다. 리디아는 자연을 그리고 자연의 향을 디자인하는 숍으로 디퓨저와 초, 천연 비누, 아트 상품을 판매한다. 아버지 김예식, 어머니 최승희, 언니 김은아, 동생 김은수 그리고 강아지 팅과 깡이 이렇게 여섯 식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이곳은 이 가족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30년 된 주택을 개조한 이 상가 주택은 매장과 집이 계단을 따라 3층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굳이 매장과 집을 분리하지 않았던 이유는 일터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취향과 문화가 사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니 김은아 씨와 동생 김은수 씨 그리고 부자지간인 반려견 팅과 깡이의 모습.
3층 입구에는 미니멀한 스타일의 주방이 자리한다.
단차 때문에 반지하 느낌이 나는 1층 리디아 입구.
“엄마는 저희가 어렸을 때부터 꽃과 식물을 좋아하셨는데, 저희 자매가 놀랄 만큼 에너지가 넘쳐 매일 초나 비누 만들기를 배우러 다니셨어요. 항상 집 안에는 엄마가 만든 것들로 넘쳐났죠.” 은아 씨의 말에 이어 최승희 씨는 “40대 때 청담동에서 F&F라는 플라워숍을 운영했어요.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해 플라워와 패션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어요. 학창 시절 장식 미술을 전공해서 실내 장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거든요. 당시 교수님들은 꽃꽂이는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배우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아 영국의 제인패커에서 꽃꽂이를 배웠어요. 평범한 가정 주부로 있다가 숍을 시작했는데, 당시 입시와 사춘기를 겪고 있던 아이들이 적응이 안 되어 교육 문제로 미국으로 가서 3년간 생활했어요.”
최승희 씨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된 리디아는 처음부터 가족 사업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 남부의 그라스에 갔다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어요. 제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꽃과 식물이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에 이 길이 정답이구나라고 생각했죠. 미술을 전공한 은아에게 브랜드 로고를 부탁하면서부터 아이들도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은아 씨와 은수 씨는 1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해왔지만 , 은아 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미술 전공자로서의 갈망을 해소할 수 없었고 은수 씨는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로 고민하다 가족 모두가 스트레스 없는 삶을 위해 택한 리디아는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가족을 다시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됐다.
2층에 자리한 사무 공간. 벽에 걸려 있는 액자들은 은아 씨가 손수 작업한 것이다.
포토제닉한 팅과 깡이의 모습.
잠에 집중하기 좋은 깔끔한 인테리어를 택한 은수 씨의 침실.
침실에서도 바깥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직사각형의 창문을 만든 은아 씨의 침실 모습.
3층 건물의 리디아는 반지하 층과 2층에는 매장과 부모님을 위한 공간이 있고, 3층에는 부엌과 자매의 방이 있다. “딸들이 일찍 결혼할 줄 알고 좁은 집을 택했던 건데, 남편은 딸들이 아직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모셔야 한다고 해서(웃음) 3층을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집의 구조나 동선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었고 공간 구성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아파트의 평면 구조에서 위, 아래를 오가는 구조로 이사하니 자연스럽게 운동도 할 수 있고 부모와 자식 간에 공간도 분리되어 서로에게 편리한 구조가 완성됐다. 어떤 날은 서로 오가면서 오랜만이야 하는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는 이 가족은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한지붕 아래 살았지만 각자 좋아하는 것이나 취향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어요. 리디아를 위해 회의를 하다 보면 서로에게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때로는 꼼꼼함과 성실함에 그리고 빈 구석이 있는 것도 발견하게 되죠.” 엄마의 말에 이어 은아 씨는 “이사하기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쉬는 날이면 가족 모두 TV 앞에 앉아 있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TV를 보는 대신 서울숲을 산책하거나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등 각자 자신 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 삶의 질도 높아졌어요.”
3층 공간을 미니멀한 스타일인 반면 2층 공간은 앤티크한 가구로 꾸몄다.
3개 층은 나무 계단을 통해 이어진다.
서울숲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성수동 골목에 위치한 리디아. 붉은색 벽돌 건물이 아름다운 리디아의 외관.
작은 테라스 품고 있는 외부 모습.
은아 씨는 디자인 미술을 총괄하고 은수 씨는 아로마 제조 및 소소한 업무를 비롯해 홍보, 마케팅, 물류를 담당하고 아빠는 재정과 재고, 창고 관리를 맡고 있으며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사장님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각자 할 일을 정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다 보니 각자가 맡은 역할이 정해지더라고요.” 리디아는 조금은 느리지만 정성이 깃든 제품을 만든다. 가족 모두가 만족해야만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은 리디아만의 고집이라 해도 좋다. “저희 마음에 들어야만 판매할 때도 자신감이 붙어요. 흔한 말이겠지만 ‘정성’이 들어간 제품을 만드는 것이 리디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어요. 가족 기업이 되고 보니까 제품을 많이 만들어서 이익을 창출하기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요.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은 가족 기업인데 그들이 추구하는 장인정신을 우리의 이상향으로 삼고 제품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며 가족 모두 입을 모은다. 정식 론칭한 지 1년 되었지만 그사이 가족의 일이 두세 배로 많아질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는 성수동 매장을 비롯해 메종 티시아, 킨텍스, 고양, 하남 등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국내 판매처도 늘릴 계획이며 중국, 시애틀, 영국에서도 수출 문의가 들어온 상태다. 가족 사업에서 커다란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단단한 초석을 다지고 있는 리디아.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 가족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리디아에서는 캔들, 디퓨저, 룸 스프레이, 비누 등을 비롯한 아트 상품을 판매한다. 또 수채화 개인, 단체, 원데이 클래스를 비롯해 초 만들기, 왁스 타블렛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깊은 숲속같이 맑고 깨끗한 자연의 향을 담았다.
방 안과 옷장에 걸어두면 방향과 인테리어 효과를 즐길 수 있는 드라이플라워를 넣은 왁스 타블렛.
자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손 그림으로 그린 패키지는 리디아의 트레이드마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