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교과서적인 스타일을 벗어 던진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규진의 집.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과 역사를 품은 빈티지가 하모니를 이룬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이들의 감각은 늘 존경의 대상이다. 배우 배용준의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진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 클럽의 호텔, 클럽 하우스 빌라를 비롯해 롯데 월드타워 VIP 라운지, 롯데월드 시그니엘 모델 하우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VIP 공간 등 이슈가 되는 상업 공간의 가구 및 디스플레이를 담당해온 스튜디오 트루베의 조규진 대표. 그녀가 만드는 공간은 통쾌함이 느껴질 만큼 항상 신선하고 특별했다. 그래서인지 사는 집이 늘 궁금했고 몇 달 전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취재 의사를 밝혔다. 그녀의 감각은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담동에 위치한 125㎡의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동공 지진이될 만큼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갤러리처럼 보이는 거실 그리고 코발트 블루 벽의 다이닝 공간은 잡지에 나오는 화보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다. “초등학교 5학년인 민준이와 우리 부부는 가족이지만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격의 없어요. 우리 가족은 위트 있는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집 안에 들이는 독특하고 새로운 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어요. 남편이 과거 미대 오빠였던 것도 한몫했죠.” 스튜디오 트루베가 디자인하고 디자인 노바가 시공을 맡아 레노베이션한 이 집에서 구조적으로 변화를 준 곳은 주방 옆에 위치한 큐브 모양의 다이닝 공간. 거실에서 보면 마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고 비좁은 문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집의 방문은 집에 설치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거울처럼 반사되는 골드빛인데 이런 유니크한 소재의 매치가 그녀의 스타일을 한껏 살려주는 요소가 되어준다. “아들의 학교 때문에 이사하게 됐는데 집은 인연으로 만나는 것 같아요. 처음 보자마자 어떻게 고치면 되겠다라는 답이 금세 나와서 바로 계약했어요. 이 집에서는 간소하고 예쁘게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래 묵은 짐을 대부분 처분했죠. 집 안 곳곳에 있는 작품은 그동안 일하면서 컬렉팅한 것들인데 공간이 한결 가벼워지니 집도, 작품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요.” 그녀가 이제껏 만들어온 공간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디자이너들의 아트워크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작가의 작품이 특히 많다는 것인데 모두 조규진 대표의 심미안이 찾아낸 결과물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갤러리나 희귀한 빈티지 마켓을 그녀만큼 꿰뚫고 있는 사람도 드물 성싶다. 덧붙이면 전도유망한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것도 주특기다. “스튜디오 트루베 Trouve의 트루베는 ‘찾다’, ‘발견하다’를 뜻하는 불어로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내고 유니크한 공간을 창조하자는 의지를 담아 지은 이름이에요. 공간이 새로워 보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하는 거예요. 제 클라이언트들은 대부분 자신만 소장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이 많은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일이에요. 그렇게 다양한 작품을 접하다 보니 하나둘씩 컬렉션하게 되었어요.” 결국 애정하는 물건으로 가득 차게 된 집에는 알도 차파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을 비롯해 장 프루베, 루 에디션, 1950년대의 빈티지 가구와 이광호, 김상훈 작가의 작품이 믹스&매치되었다. “디자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생활의 일부여야 해요. 가구나 소품을 전시하듯 소중히 여기기보다 직접 경험해봐야 디자인의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어요.” 디자인을 가까이 접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만 조규진 대표의 아파트만큼 특별한 집은 본 적이 없다. 그동안 쌓아올린 스튜디오 트루베의 명성과 이 집은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길 줄 아는 그녀의 유니크한 성격과 심미안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