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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코리아 김도훈 편집장의 집은 그의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집이란 사는 사람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집은 누군가를 알아가듯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넓지만 영혼 없이 물건을 늘어놓은 곳과 달리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물건이 들어선 숍에서는 지갑을 열게 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김도훈 편집장의 집이 그랬다. 자꾸 구경하고 싶고 묻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독립해서 살아온 지 꽤 됐지만 이 집은 그의 첫 자가다. 유난히 해가 잘 들어 초겨울이지만 집 안에 냉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라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편한 점이 많죠. 대신 집을 고를 때는 채광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솔로’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고양이에게는 해가 잘 드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거든요.” 몸은 까맣고 발과 가슴팍은 하얘서 마치 턱시도를 입은 것 같은 고양이 솔로는 김도훈 편집장의 반려묘다. 편집장의 집이니 거실에는 TV 대신 책이 가득하고 왠지 차분한 분위기일 거라는 편견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내 사라졌다. 분홍색 벽지를 바른 거실에는 강렬한 인상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큼직한 T V도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파 위에는 팝한 디자인의 셀레티 쿠션이, 거실 테이블에는 각종 책과 포트나세티의 재떨이, 향초 등이 멋스럽게 뒤섞여 있었다. “벽에는 페인트칠을 했어요. 기존에 있던 벽지 위에 발랐는데 그때 당시 분홍색에 꽂혀 있어서 거실 벽에 분홍색 페인트를 발랐죠. 물건들은 국내나 해외 여행을 하며 산 것들이고요. 아! 그리고 이베이를 통해서도 많이 구입하는 편이에요.”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는데, 보통은 그것을 스타일로 나누기 마련이다. 한때 북유럽 스타일의 집이 유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김도훈 편집장의 집을 한 가지 스타일로 정의하기란 어려웠다. 거실과 주방 가구는 대부분 북유럽 제품이고,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각종 오브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입한 것들이다. 눈 코 입이 있는 얼굴 형상을 좋아한다는 그의 집에는 얼굴이 있는 오브제가 특히 많았다. “이사하면서 소파와 식탁, TV를 올려둔 사이드 보드장은 구입했어요. 딱히 북유럽 제품을 좋아해서라기보다 어디에나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침실에 둔 작은 사이드장과 대리석 벤치도 그렇고요.” 무엇보다 과감하게 걸려 있는 작품들이 집의 밀도를 한껏 높였다. 종종 작품을 즐겨 산다는 그는 까다로운 기준 없이 그저 봤을 때 느낌이 좋은 작품을 산다고 했다. “다이닝 공간에는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판매한 스테판 막스의 프린트를 액자로 만들어서 걸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예요. 그 옆의 작품은 이강훈 작가가 집들이 선물로 그려준 거예요. 거실 벽에 걸린 초상화도 그가 그려줬고요. 거실에 건 큰 작품은 전나환 작가의 작품인데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지만 작품이 좋아서 구입했어요.” 옷은 무채색만 입는다는 김도훈 편집장의 집은 작품부터 모든 것에 컬러가 가득했다. 대신 침실은 헤드보드가 없는 침대와 흰색 가구를 두어 심플하게 꾸몄고, 글을 쓸 때 주로 들어가는 서재방은 별다른 장식 없이 책으로만 채웠다. 붙박이장이 설치된 또 다른 방은 창고처럼 활용하고 있는데 문을 열어두는 대신 안의 지저분한 것들이 보이지 않도록 실사 프린트를 발처럼 내려서 걸어두었다. 이런 디테일이 그의 집을 구경하는 묘미다.
김도훈 편집장은 밖에서 집에 들어오면 좋아하는 물건들이 눈에 보이고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 집이길 바랐다고 전한다. 너무 정갈하고 정돈된 집보다는 내가 아끼고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이 주위에 가득한 공간이 그에게는 집인 셈이다. “예전에 영국에서 살았을 때 가족처럼 친한 부부가 있었어요. 그 집에 놀러 가면 물건도 정말 많고 정돈도 안 되어 있었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편했어요. 아마 집을 꾸밀 때 그때 영향이 남아 있지 않나 생각해요. 지인이 우리 집을 보고 영국 할머니 집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거든요(웃음).” 그는 요즘 식탁 조명을 꾸준히 검색하고 있다. 클래식한 샹들리에 스타일을 달려고 마음먹었는데 예산에 맞는 제품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어떤 조명을 달았을지 무척 궁금해져 그의 집 문을 또 두드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