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가구와 소품 배치를 달리해 지루함이 없는 집. 조금은 느리지만 진정 가족들이 원하는 것들로 채우고 있는 아파트를 소개한다.
메종 인스타클럽 회원이자 프리랜서로 러시아어 통번역을 하고 있는 안영아 씨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 박지현 씨의 사무실 위치와 무럭무럭 자라는 딸아이를 고려해 지난여름 이사를 결심했다. 집이라는 공간이 휴식뿐만 아니라 가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곳 역시 전의 집과 마찬가지로 홈 드레싱을 선택했는데, 새 아파트라 그다지 손볼 곳 없이 깔끔했고 기존의 가구와 소품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하기만 해도 충분히 새로운 스타일로 꾸밀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침실로 사용할 작은 방의 붙박이장을 철거하고, 주방 싱크대 상판을 집 안의 주조색인 화이트로 마감하는 정도로만 기본 바탕을 다졌어요.”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안영아, 박지현 씨 부부는 기존의 것을 가지고 이 집에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을 연출했다. 단, 스트링 시스템으로 서재형 거실을 꾸몄던 이전 집과 달리 소파 두 개를 새로 구입해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시도했고, 집에서 업무를 보는 남편을 위해 큰 방을 아늑한 서재로 꾸몄다.
“처음 신혼집을 꾸밀 때는 공간의 크기나 컨셉트 등에 상관없이 가구를 구입했어요. 그런데 소재를 원목으로 통일했는데도 가구를 배치했을 때 하나의 스타일로 통일되지 않았어요. 그럭저럭 사용하다 보니 아이가 태어났고, 기존의 가구들이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덩치만 크고 불필요한 가구를 처분하고 간소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지요.” 안영아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부부는 공간에 대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아졌다.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남편이 가구가 배치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볼 것을 제안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삐뚤빼뚤한 선으로 ‘갖고 있는’, ‘갖고 싶은’ 아이템을 스케치북에 그렸다.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이미지를 합성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가구와 소품을 배치해봤어요. 그런데 실제 구매했을 때 상상했던 것과 느낌이 달랐던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충동구매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았고요.”
부부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조명이다. 이 집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 둘 적재적소에 놓여 있는 조명이 눈에 띄는데, 무려 10여 개가 넘는다. 안영아 씨만의 감각적인 조명 스타일링 비법이라면, 가구의 재질과 색감을 고려해 배치하는 것. 때문에 원래 놓여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34평형의 공간을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밝힌다.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가구와 소품 배치가 달라지는 것도 이 집만의 장점이다.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소파와 조명의 위치를 옮기곤 한다. 이렇게 저렇게 공간을 매만지다 보니 어떤 곳은 손대지 않고 마음을 비우며 느리게 완성하는 여유도 생겼다. 이사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침실의 벽 색과 조명 설치를 하지 않은 이유라고. “최근에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가족이 함께 리빙숍에 가면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직접 고르기도 해요. 예전에는 저희의 취향이 아이 방에 반영되었지만 점차 그 비율을 줄여 나가려고요. 이사하며 아이 방 벽을 분홍색으로 마감한 것도 아이가 직접 골랐기 때문이에요. 다이닝 공간에 설치한 펜던트 조명 역시 아이가 맨 처음 고른 것이라 기념으로 구입했어요.” 그저 예쁜 집이 아닌 가족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었기에 더욱 특별한 안영아 씨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가족이 함께 그려가는 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