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 벽에 건 그림은 샤를 오귀스트 방당베르게 Charles-Auguste Vandengerghe가 1842년 그린 가족 초상화이며 그 아래에는 루즈 압솔뤼를 위해 제랄딘이 디자인한 꽃 모양의 호두나무 테이블이 있다. 빨간색 래커를 칠한 독특한 디자인의 책장 ‘업투유 Up to You’ 역시 제랄딘이 디자인한 것.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암체어는 짐 탐슨 Jim Thomson의 실크로 다시 커버링했고 역시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벤치는 크레아시옹 메타포르 Creation Metaphores의 모헤어 벨벳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벽 조명은 1970년대 이탈리아 빈티지 제품이며 믹 재거의 흑백사진이 벽에 세워져 있다. 노란색 커튼은 메타포르 제품.
제랄딘 프리외르 Géraldine Prieur의 파리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프러시안 블루가 노란색, 코발트 블루 벽과 동거하고 분홍색 거실과 말라카이트 그린 욕실이 어울리는 동화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패션에 매료된 그녀는 특히 스키아파렐리 Schiaparelli, 푸치 Pucci, 아시 Ashi 또 알렉산더 매퀸 Alexander McQueen과 사랑에 빠졌는데 오트 쿠튀르에서 받은 영감과 패션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마음껏 표출했다. 프러시안 블루로 마감한 입구는 다이닝룸으로 이어진다. 제랄딘이 루즈 압솔뤼를 위해 디자인한 산호색 태피스트리가 프러시안 블루와 대비된다. 파우더 핑크색 벨벳을 입은 두 개의 암체어와 앙리오 Henryot 제품인 파란색 소파가 마주하고 있다. 소파 위 쿠션은 루즈 압솔뤼 제품. 푸프는 밀라노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 1980년대 빈티지 유리 테이블은 생투앙 Saint-Ouen 폴베르 Paul-Bert 시장의 스타니슬라 르불 Stanislas Reboul에서 구입했다. 그림은 화가 부레츠 Bouretz의 작품. 세라믹 표범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물건이며 불투명한 흰색 펜던트 조명은 생투앙 폴베르에서 구입했다. 퐁슬레 Poncelet 시장에서 가까운 이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오스망 시대의 특징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만 겉모습은 전형적인 클래식, 즉 나무 바닥과 대리석, 몰딩과는 거리가 멀다. “이 집의 기억을 존중해주고 싶었어요”라고 그녀가 말한다. 제랄딘이 원했던 신선하면서 강렬한 컬러는 우중충한 날들을 위한 유머를 표현한 것이다. 그녀는 이 집에서 남편 아르노와 딸들인 아폴린, 빅토리아 그리고 아데노르와 살고 있다. 그녀의 독특한 스타일은 직접 디자인한 상당히 팝하고 여성스러운 가구로도 표현되었다. 모두 둥근 곡선으로 이뤄져 ‘어루만져주는’ 듯한 인상의 가구를 클래식하거나 특히 여행지에서 가져온 빈티지 가구와 같이 두어 연출했다.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는 제랄딘은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약간 만화 캐릭터 같은 면을 보인다. 그리고 그건 이 집처럼 아주 매력적이다. 제랄딘이 루즈 압솔뤼를 위해 디자인하고 카트리 Catry에서 제작한 카펫의 그래픽 패턴이 벨벳을 아플리케한 펠트 소재의 침대 러너와 패턴의 조화를 이룬다. 침대 옆에 있는 대리석 상판을 얹은 황동 테이블은 기 르페브르 Guy Lefevre가 메종 얀센 Maison Janssen을 위해 디자인한 제품. 황동 다리가 달린 불투명한 흰색 유리 조명은 기 르페브르가 1970년에 디자인한 제품. 튜브 형태의 황동 벽 조명은 1972년 빈티지로 생투앙 벼룩시장의 레지 루아이앙 Regis Royant에서 구입. 침구 세트는 AM. PM. 제품. 벽에 건 입체적인 작품은 소피 가랄롱 Sophie Garralon의 2016년 작품이다. 시크하면서 럭셔리한 욕실은 말라카이트 그린 컬러로 대리석처럼 보이도록 마감했다. 예술 작품 같은 욕실 벽은 페인트 전문가 파비오 칼졸라리 Fabio Calzolari와 테드 소리아노 Ted Soriano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테우코 Teuco 제품인 욕조에 올려놓은 호두나무 트레이 ‘피넛 Peanut’은 인디아 마다비 디자인. 세면 볼은 코스믹 Cosmic, 수전은 그로헤 Grohe, 비즈를 붙인 상자는 카라반 Caravane 제품.권지원, 박철민 부부의 신혼집은 선택과 집중을 잘 보여준다. 패션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아내와 호텔 업계에 몸 담고 있는 남편, 그리고 검은색 반려견 ‘바다’가 이 집에 함께 산다. 대부분의 집이 그렇듯 신혼집을 꾸미는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처음부터 명확한 시안이 있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집을 꾸미고 보니 무채색 계열이 많았고, 의외로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저희 집은 거실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어요. 전셋집이라 벽지나 바닥에 손을 대지 못했고, 벽에도 못 하나 박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가구에 힘을 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무채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바쁘게 생활하는 맞벌이 부부이기에 따로 서재를 두거나 침실에 과한 치장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거실에 그동안 사고 싶었던 가구들을 두기로 했다. “결혼 전에는 임시로 사용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물건을 살 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내 집이 생기니까 갖고 싶은 가구들이 생겼어요. 소파는 헤이 제품인데 벨벳 특유의 느낌과
컬러가 예뻐서 구입했고요, TV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USM 시스템, 화이트 컬러의 비초에 시스템과 블랙 컬러의 바실리 체어도 위시 리스트였어요.” 여느 집처럼 소파와 TV를 마주 보게 두지 않고, 대신 소파를 창가 쪽으로 비스듬하게 두고 거실 한 벽면에 비초에 시스템을 고정해 책과 소품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