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WILD
동물 모티프는 매년 빠지지 않고 컬렉션이나 각종 전시에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그 방식과 스타일이 매번 달라서 더욱 흥미로운 요소이다. 올해는 야생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었다. 애써 캐릭터처럼 단순화하거나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디자인이 많았다. 동물의 한 부분을 크게 확대해 패턴처럼 보여주거나 사실적인 동물 그림이나 형태를 패브릭이나 오브제로 적용하는 등 ‘날것’의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는 오리엔탈리즘
글로벌 트렌드로 손꼽히는 오리엔탈 스타일은 맥시멀리즘의 유행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감지되었던 대표적인 예는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카펠리니 매장에서 열린 전시 <집시 Gypsy>였다. 일본과 중국 스타일을 가미해 동양적인 감성을 불어넣은 공간은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기 충분했다. 미쏘니 홈에서는 십이지신을 모티프로 한 카펫과 쿠션을 출시했는데, 인종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흥미로운 디자인이었다. 오리엔탈리즘은 혜성처럼 나타난 경향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감성적인 데커레이션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DANISH RED
에스하우츠 이인선 대표는 북유럽의 색채 트렌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덴마크에서는 컬러에 대한 표현을 대니시 크로마티즘 Danish Chromatism이라 정의하는데, 자연에서 발췌한 컬러가 많아 자연에 대한 덴마크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몬타나 부스를 물들인 레드 컬러는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각종 베리, 예를 들면 크랜베리,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몬타나 부스를 디자인한 헬레나 라우르센 Helena Laursen은 모듈 시스템 가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우는 컬러로 레드를 선택했고, 로 피에라 전시장의 부스 중 컬러를 가장 잘 사용한 브랜드에 수여하는 최고의 상도 거머쥐었다. 북유럽 스타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경쾌하게 깨버린 몬타나 부스는 앞으로 달라질 북유럽 스타일에 대한 신호탄과도 같았다.”
FURNITURE AS HIGH ART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지은은 아트 퍼니처에 주목했다. “기능적 한계에서 탈피한 하나의 아트피스를 연상시키는 가구를 보며 마치 현대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해외 유수의 예술품 경매에서 예술 가구 시장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이유를 단지 경제적인 것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대한 대화가 늘어남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기능을 가진 장식용 예술의 일부로 여겨진 가구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술의 분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감한 형태, 소재, 컬러로 심미적 경험을 선사하는 아트 퍼니처의 성장은 그야말로 무한대이다.”
작은 집이라 행복해요
자동차 브랜드 미니 MINI에서 진행하는 미니 리빙 MINI Living 프로젝트에서는 올해 <All by Built> 전시를 통해 주택에 대한 포괄적인 고찰을 보여줬다. 미니 리빙은 런던의 건축 회사인 스튜디오마마 Studiomama와 협업해 집주인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모듈형 생활 공간을 완성했다. 집이 곧 사는 사람을 대변한다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스튜디오마마가 선보인 모듈 형태의 집은 각 공간이 스크린으로 둘러 있어 원할 때는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고, 운동 시설이나 부엌, AV룸은 공유할 수 있다. 취향이 다른 4명의 집주인을 위한 공간은 컬러와 각기 다른 가구 구성으로 차별화했다. 예를 들어 음악 프로듀서를 위한 블루 컬러의 집에는 간이 녹음실과 음반을 보관할 수 있는 선반이 갖춰져 있다. 각 공간이 콤팩트한 것도 새로운 주택 트렌드를 반영한다. 루밍 박근하 대표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작은 공간이라고 해서 큰 공간에 비해 아름답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아르텍 Artek은 로 피에라에서 모눈종이 위에 가구를 배치해 작지만 세련된 공간을 연출했다. 공간 내부를 디자인으로 채운다면 작은 공간도 얼마든지 멋스러울 수 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며 무조건 넓은 집보다는 작아도 집주인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집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3D 프린팅으로 집짓기
엔지니어링 회사 아룹 Arup과 건축 스튜디오 CLS 아키테티 Architetti는 밀라노 체사레 베카리아 광장에 실제 크기의 집을 지었다. 놀라운 것은 이 집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특수 콘크리트와 네덜란드의 3D 프린팅 회사에서 만든 집은 거실, 침실, 주방 및 욕실이 있어 당장 살아도 될 만큼 정교하다. 이런 3D 프린팅 집을 실생활에 적용하게 된다면 건축 폐기물을 줄일 수 있고 어디든 원하는 곳에 집을 지을 수 있다. 환경보호 차원이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위해서도 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미래에는 내가 원하는 집을 일주일 만에 3D 프린팅으로 뚝딱 지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건축가가 되는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