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발한 아이디어와 개성 넘치는 연출로 도시 전체를 디자인 축제로 이끄는 푸오리살로네의 현장 속으로.
<도무스> 매거진×지오 폰티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 Gio Ponti는 거의 40년 동안 편집장을 지내며 <도무스>의 커버 디자인을 비롯해 사진, 오브제, 가구, 텍스타일 등 전 방위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한 인재였다. 밀라노 10꼬르소꼬모에 위치한 갤러리 카를라 소차니에서는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이한 <도무스> 매거진의 전시를 지오 폰티의 작품으로 보여줬다. 그가 디자인한 <도무스> 매거진의 표지부터 건축 사진, 세라믹 오브제, 지오 폰티를 대표하는 의자인 ‘수페르레제라 Superleggera’를 비롯한 가구와 레트로 스타일의 테이블웨어까지 알차게 둘러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매거진과 건축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했던 전시였다.
MADE OF GLASS
유리를 사용해 조명과 설치물을 선보여온 원더글라스 WonderGlass는 부훌렉 형제 Ronan&Erwan Bouroullec, 포트나세티 Fornasetti, 로 에지스 Raw Edges와 협업해 신제품 전시인 <Kosmos>를 선보였다. 내부 디자인팀에서는 전시 공간 바닥에 육각형 유리 타일을 깔았고 한 켠에는 유리 블록으로 도시의 건축을 표현해 전시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공간 정면에 설치된 포르나세티의 작품인 ‘스루 더 클라우즈 Through the Clouds’는 고대 오벨리스크 형태의 펜던트 조명으로 끝 부분에 구름을 닮은 유리 조명을 달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그 옆에는 부훌렉 형제가 곡선 형태의 유리 캐스크로 만든 아름다운 컬러의 ‘알코바 Alcova’를 전시해 유기적인 아늑함을 선사했다.
베단 로라 우드의 발견
모로소 Moroso는 쇼룸에서 두 가지 전시를 진행했다. 쇼룸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가구와 텍스타일에 화려한 컬러가 물들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 베단 로라 우드 Bethan Laura Wood와 함께한 <Mono Mania Mexico> 전시로 그녀가 멕시코 여행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패턴과 컬러를 벤치와 쿠션, 사이드 테이블, 러그 등에 고스란히 풀어냈다. 1층이 라틴아메리카 스타일의 강렬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였다면, 2층은 현대 작가들의 예술성을 보여줬다. <Tapestry> 전시는 토르드 분체 Tord Boontje, 만화가 가브리엘라 기안델리 Gabriella Giandelli, 프론트 Front 등의 작가들과 협업한 전시였다. 씨실과 날실이라는 단순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작가의 개성과 예술성이 담긴 태피스트리를 앞에 있는 모로소 의자에 앉아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BEYOND THE DEEP
조명 디자이너 린지 아델만 Lindsey Adelman과 벽지 브랜드 칼리코 월페이퍼 Calico Wallpaper가 연금술과 부식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였다. <Beyond the Deep>은 소금 같은 천연 부식 물질을 실험하던 디자이너와 벽지 브랜드가 만나서 이뤄졌다. 손으로 작업한 결과물을 디지털로 프린트해 벽지로 완성한 칼리코 월페이퍼는 소금으로 자연스럽게 마블링된 몽환적인 분위기의 벽지 ‘오세아니아 월페이퍼 Oceania Wallpaper’를 디자인했고, 그 앞에는 자연스럽게 부식된 놋쇠 프레임으로 만든 린지 아델만의 새로운 조명 컬렉션 ‘드롭 Drop’이 설치됐다. 연금술과 부식 작용을 아름답게 표현한 디자이너와 브랜드 덕분에 마치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쎄의 다른 모습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로사나 오를란디 Rosana Orlandi를 방문하게 되면 기대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쎄 Sé다. 올해의 쎄 컬렉션은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동안 함께해온 니카 주판크 Nika zupanc 대신 이니 아르키봉 Ini Archibong과 새로운 ‘컬렉션 Collection IV’를 선보인 것. 지상과 천상 사이의 몽환적인 느낌을 담은 이번 컬렉션은 유리와 대리석, 브라스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디자이너의 재능이 담겨 있다. 도톰한 볼륨을 지닌 소파,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떠올리게 하는 샹들리에 등 이니 아르키봉은 우아한 그만의 스타일로 쎄의 10주년을 완벽하게 기념했다.
밀라노에서 만난 화성
팔라초 리타의 앞마당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아시프 칸 Asif Khan이 나무 기둥을 사용해 화성처럼 붉은 숲을 연출해 화제를 모은 팔라초 리타의 전시는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지금까지의 전시가 자각이나 통찰처럼 심오한 주제를 다뤘다면 올해는 브랜드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어떤 독창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이는 재팬 크리에이티브 Japan Creative에는 빅 게임 Big Game과 감프라테시가 참여했고, 론 아라드 Ron Arad의 유리 제품을 소개한 누드 Nude, 이탈리아의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인 지노 사르파티 Gino Sarfatti에 헌정하는 전시를 선보인 플로스 Flos 등 지금 변화하고 있는 디자인 프로세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바와 만난 안토니오 마라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안토니오 마라스 Antonio Marras의 편집숍에서 사바 Saba 신제품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처음 만나 서로에게 끌린 안토니오 마라스와 사바의 대표 아멜리아는 올해의 전시를 기획했는데, 사바의 대표적인 라인인 ‘뉴욕 New York’ 시리즈에 안토니오 마라스가 2018~19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을 더했다. 간결한 라인 드로잉부터 큼직한 플라워, 사냥 패턴 등을 담은 패브릭으로 마감한 사바의 새로운 컬렉션은 안토니오 마라스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과 사바의 간결한 디자인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무심하게 놓이거나 천장에 매달린 사바의 가구들은 고즈넉한 안토니오 마라스의 공간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가구가 사람이라면
브레라 지역에서 단독 전시를 가진 비트라 Vitra는 큐레이터 로버트 스태들러 Robert Stadler가 디렉팅을 맡아 비트라의 대표 가구를 8가지 성격으로 나눠 전시했다. 예를 들면 ‘공동 사회’의 성격을 띤 제품은 주로 소파가 주를 이뤘는데, 단순한 소파가 아니라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파가 주인공이었다. 비트라는 베르너 팬톤 Verner Panton의 ‘리빙 타워 Living Tower’를 비롯해 부훌렉 형제와 콘스탄틴 그리치치 Constantin Grcic, 바버&오스거비 Barber&Osgerby 등과 협업한 신제품을 ‘공동 사회’ 코너에 소개했다. 그 외에도 같이 두면 더 아름다운 가구, 움직임을 지닌 가구, 내구성을 위한 구조가 아름다운 가구 등 기존의 비트라 가구를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