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아일랜드의 역할
이제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밥을 먹는 장소라는 개념을 넘어서 다양한 역할을 겸하고 있다. 정형화된 주방 시스템에서 탈피해 오픈형 주방이 대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키친 아일랜드의 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블록처럼 꽉 막힌 아일랜드 식탁이 아니라 일반 식탁처럼 하단부가 뚫려있고 주방과 연결된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것. 식재료를 올려두거나 요리할 때 보조적인 용도로 머물렀던 키친 아일랜드처럼 활용하거나 간단한 업무를 보기 위한 홈 오피스 공간, 저녁 식사 후에 와인이나 차를 즐길 수 있는 다용도 주방 가구로 떠올랐다. 또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 그릇을 닦을 수 있는 싱크대를 겸한 아일랜드가 많아지면서 주방을 더욱 공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일랜드를 ‘워크톱 Work Top’으로 명명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만 봐도 달라진 아일랜드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예술품이 된 주방 가전
주방 가전은 한번 구입하면 수십 년은 쓰기 때문에 구매 기준의 1순위로 성능을 염두에 두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홈 퍼니싱이 인기를 끌며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주방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던 백색가전이 컬러와 디자인을 입더니, 이제는 패턴까지 담고 있다. 스메그 Smeg에서 출시한 ‘시칠리 이즈 마이 러브 Sicily Is My love’는 마치 하나의 오브제처럼 아름다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Dolce&Gabbana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으로, 획일화된 취향이 아닌 오직 나만의 개성이 담긴 주방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충족시켰다.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번 컬렉션은 한정판이라 더욱 소장 가치가 있다. 주방 가전은 한번 사면 오래 쓰기 때문에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좀 더 가까워진 사물인터넷
‘키친 홈 커넥션 Kitchen Home Connection’은 최근의 주방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조명과 가전, 난방이나 보안 시스템 등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즉 IoT가 주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주방 가전에 연결하면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간단한 조작만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식기세척기를 작동해 세척할 수 있고, 장을 보면서 지금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할 수도 있다. 외출하고 돌아가면서 오븐을 예열해두거나 집에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그 자리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주방가전을 더욱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나무가 드리운 주방
아란 쿠치네 Aran Cucine에서 선보인 오아시 Oasi 주방은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꿈꾼 주방일지도 모른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과일 나무가 중심이 되어 잎이 나고, 과일이 열리고, 낙엽이 지는 일련의 과정을 주방이라는 공간에서 가족이 함께 느낄 수 있다. 나무가 있다고 해서 불편할 이유는 없다. 큐브 형태의 오아시 주방에서는 음식의 준비부터 수납, 인덕션 사용, 설거지까지 모든 것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으며 아랫부분을 나무로 만들어 자연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오아시 주방의 디자인은 빌딩에 나무를 심어 수직 숲처럼 연출하기로 유명한 건축회사 스테파노 보에리 아키테티 Stefano Boeri Architetti에서 맡았다. 나무와 식물로 상생하는 도시 건축을 선보이는 이들은 과일이 열린 나무 아래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멋진 경험을 선사한다. 친환경 디자인을 이보다 더 시각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