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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형
그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그래픽디자인, 텍스타일, 가구, 환경 조형물 등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디자이너다. ‘LVI design’의 아트 디렉터인 그가 첫 브랜드인 메테 Mete를 선보였다.
메테는 어떤 브랜드이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메테는 플로이, 보버 라운지 등을 작업한 LVI 디자인에서 론칭한 첫 번째 가구 브랜드다.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무국적성을 지향한다. 새로운 기술을 꾸준히 도입하는 제조 시설, 숙련된 가구 장인과 함께 한국, 폴란드, 핀란드의 제조 업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가을에는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양성성(Androgyny)을 메인 컨셉트로 다루는 가구 브랜드라는 점이 흥미롭다. 세계적으로 양성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각광받는 추세다. 전통적인 여성성의 관습에서 탈피하는 대담함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용기, 아름다움의 미덕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함께 추구하고자 한다. 예쁜 여성보다 멋진 여성으로 존재하는 틸다 스윈튼 Tilda Swinton은 현실에 존재하는 메테의 뮤즈다.
론칭과 동시에 국내외 영 디자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선정에 있어 어떠한 기준을 두었는가? 메테의 개성인 양성성과 브랜드 포지션에 해당하는 ‘Seunsual+Understated luxury’를 중심으로 이에 적합한 디자이너를 초청했다. 양성성을 구현하기 위해 페미닌한 디자인의 아이콘인 니카 주판크 Nika Zupanc를 초청해 남성적인 디자인을 의뢰했고, 겸손이 미덕인 북유럽 디자이너들에게 관능적인 디자인을 의뢰해 프로젝트의 실험성을 높였다. 이러한 실험에 수용적이고 대담한 접근이 가능해야 하므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핫한 마스터 디자이너들과 컬렉션을 준비하게 됐다.
로사나 오를란디에서 선보인 5가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라라 체어 Lala Chair’는 니카 주판크가 10대 시절 착용했던 남성적인 금색 반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제품이다. ‘케인 체어 Cane Chair’는 스웨덴 타프 스튜디오의 디자인으로 사람이 의자에 앉는 것이 마치 양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앉는 것처럼 보이는 데서 영감을 받았다. ‘파리 소파 Paris Sofa’는 노르웨이 출신의 안데르슨앤볼 Anderssen&Voll의 작품이다. 가죽 신발의 정교한 재단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우아한 곡선과 뾰족한 엣지가 특징이다. ‘로 힐 테이블 Low Hill Table’은 LVI 디자인의 작품으로 자연의 곡선에서 출발했다. 자연에는 완벽한 평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환경에 맞춰 몸을 움직이거나 균형을 맞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한국 미학의 정의를 통해 한국적 가구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음 에디션 혹은 다른 브랜드에서 시도하기로 했다. 또한 LVI 디자인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개인 작업에 대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비상업적인 작업 진행이 멈춰져 있는 상태다. 개인적인 관심사는 ‘개인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지만 현재 LVI 디자인의 활동이 충분히 재미있어서 개인 작업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기는 하다.
최근식
가구와 오브제, 공간 작업을 하는 최근식 작가는 스웨덴 말뫼에서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번 <월페이퍼> 매거진 핸드메이드 프로젝트에서 담백하면서도 기능적인 벤치를 선보였다.
‘스테이핏 벤치 stayfit bench’는 니카리와의 협업으로 선보였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가? 작년 여름, <월페이퍼> 매거진의 인테리어 디렉터로부터 ‘Wellness+Wonder’를 주제로 한 2018 핸드메이드 프로젝트의 참여를 제안 받았다. 주제에 맞는 디자인 컨셉트와 스케치를 보냈더니, 그에 적합한 프로듀서를 찾아 연결시켜줬는데 핀란드의 가구 회사 니카리 Nikari였다.
‘스테이핏 벤치’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운동은 하고 싶지만 바빠서 틈이 나지 않는 지인이 많다. 이에 착안해 집에서도 간단히 운동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보았다. 운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집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뤄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생활 가구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예를 들자면? 일단 핸들은 쉽게 탈착이 가능하다. 운동 동작에 따라 떼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또한 니카리가 추후 생산을 한다면, 벤치가 쓰이는 용도에 따라 핸들 부분을 다른 형태로 교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디자인이다. 핸들 대신 컵이나 소품 같은 것을 올려둘 수 있는 트레이로 교체할 수 있다.
캐비닛 메이커 자격이 있다고 들었다. 기셀 Gesallprov은 장인(마스터 캐비닛 메이커)가 되기 바로 전 단계다. 기셀을 통과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작업을 이어나가면 장인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기셀은 디자인과 도면 드로잉, 실제 가구 제작의 3단계로 나뉜다. 디자인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8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긴 시험이다. 대부분의 응시자는 8개월간 하나의 가구를 만든다. 그 안에는 전통 가구의 요소가 집약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 캐비닛인 ‘패싯 Facet’은 이때 만들어진 가구다.
아무래도 ‘스테이핏 벤치’ 제작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원목 가구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물성을 잘 이해하는 게 도움된다. 특히 ‘스테이핏 벤치’처럼 운동을 해도 될 만큼 튼튼해야 하고, 생활 가구로 오브제 역할도 겸해야 하는 가구는 적절한 짜임새와 나뭇결의 방향, 두께 조절 등 제작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
스웨덴 전통 가구의 특징과 그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스웨덴에 오기 전, 한국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일했다. 당시 대표님이 빈티지 가구 컬렉터였는데, 덕택에 많은 나라의 가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나무로 제작된 가구는 북유럽 제품 디자인이 독보적이라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 가구의 이미지는 1930년~5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까지 변화하며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전통 가구의 시점을 그즈음으로 보고 있다. 당시 스웨덴과 덴마크 가구는 실용성과 조형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스웨덴은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고, 덴마크 가구는 조형적인 면을 더 살린다는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말뫼에 있는 집이 무척 예쁘다. 1903년에 지어진 옛날 집이다. 헤링본 바닥과 천장 장식이 지어질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음에 들었다. 가구는 직접 만든 것과 만듦새가 좋은 빈티지 가구가 섞여 있다. 카펫과 키친타월 같은 것은 텍스타일 작업을 하는 와이프가 직조해서 만든 것을 대부분 사용한다.
서정화
서정화 작가는 5비에 Vie에서 기존 작업에 컬러를 더한 작품을 선보였다. 재료와 사물, 공간에 대한 그의 작업은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선보인 <언사이트 Unsight>는 어떤 전시인가? 캐나다 출신의 큐레이터 니콜라스가 밀라노의 5비에라는 예술, 디자인 후원 단체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전시다. 디자이너에게 장소, 전시 참여 작가 등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작업을 의뢰해 전시하는 것이 컨셉트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니콜라스에게 의뢰를 받고 나서 2013년 작업했던 메터리얼 컨테이너 시리즈 중 아크릴과 소재를 접목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색과 질감의 조화를 화두로 삼고 싶었기에, 아크릴 상판에 원색적인 빨강, 초록, 파랑 컬러를 적용하고 어울리는 소재를 구상했다. 변하지 않는 인공 소재의 색과 자연스레 산화된 금속 소재의 시너지 효과에 중점을 두었다.
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프닝 때 영국 섬에 별장이 있는 분이 왔다. 파란색 테이블이 자신의 창에서 보이는 바다의 색과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제작을 의뢰했다. 사람들이 지닌 색에 대한 기억이 작품의 색을 통해 상기된다는 것이 고맙고도 재미있었다. 색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비유와 유추를 통해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디자인 철칙이 있다면?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 이전에 해왔던 작업이 발판이 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만드는 시간이 축적되어 독창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부피 Volume. 수학적, 조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개인적으로도 호기심이 간다.
앞으로의 계획은? 완초 공예 기법을 응용해 새로운 사물을 만들고 조명, 거울 등의 벽걸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부피라는 개념으로도 작업해보고 싶고, 작년에 시작한 균형과 무게에 대한 작업도 전개해볼 생각이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시도를 지속하고 싶다. 매번 나오는 작품의 주제 의식이 명확하면서도 독창적일 수 있도록, 실험적인 자세로 작업에 임하려 한다.
김희원
김희원은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공간을 작업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 ‘누군가의 창’ 시리즈는 8년째 스파지오 로사나 오를란디 앞마당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의 창’ 시리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특정 인물이 머물렀던 공간에서 그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는 전작주의 작업이다. 인물의 시선을 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촬영한다. 보통 1~2년의 기간 동안 인물에 대해 리서치하고, 같은 창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작업한다. 창의 사진을 찍은 뒤 그 창의 가로와 세로를 실측하고, 1대1 스케일로 작업한 사진을 다른 공간의 빈 벽에 설치한다.
로사나 오를란디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였는가?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가 설계한 피에르 잔 느레 Pierre Jeanneret 서재에서 바라본 창(건축가인 그는 르 코르뷔지에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다). 9년째 작업 중이다.
타인의 시선에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인가? 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 스튜디오에서 일할 당시, 그의 작업들이 한 공간에 놓인 사진을 보았다. 멘디니의 작업 역사, 철학와 언어, 인생이 한 이미지에 담겨 있던 사진이었다. 나의 작업은 내가 존경하며 닮고 싶었던 사람들에 대한 동경에서,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열망에서 비롯됐다.
김희원만의 디자인 철칙이 있다면? 개인 작업의 경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인물이나 현상을 리서치하며 작업 여정을 설정한다.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현상의 이유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접근하려 한다. 상업 디자인의 경우 거꾸로 가는 프로세스를 적용한다. 프로젝트의 엔딩 시점부터 거꾸로 돌이켜보며, 나의 언어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각자의 시선과 입장으로 보려한다.
현재 가장 관심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는 편리함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인 허전함과 양날의 칼을 지녔다. 이 시대에 본질적인 의미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고자 하는 것이 나의 관심사다.
이삼웅
KCDF는 트리엔날레 뮤지엄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 전시를 개최했다. 나전을 이용한 작업인 ‘아몰퍼스 시리즈’로 전시에 참여한 이삼웅 작가에게 참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이번에 선보인 ‘아몰퍼스 시리즈 Amorphous(무정형)’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나의 연작 중 나전을 이용한 가구 작업인 ‘옥토퍼스 Octopus 시리즈’의 연장선상이다. 기존 작업은 비정형의 형태에 다양한 나전빛을 표현했는데, 이번 작업은 그 빛을 형상화했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형태조차 규정짓고 싶지 않아서 ‘아몰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테이블과 2개의 스툴로 구성되는데, 화이트 베이스에 백진주패를 상감기법으로 작업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옥토퍼스 시리즈’를 작업하며, 하나의 진주처럼 하나의 보석과 같은 빛을 가진 작업을 원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전체를 하나의 진주처럼 자개의 빛을 형상화했다. 그간의 ‘옥토퍼스 시리즈’가 지닌 흑색 몸체에 입체적으로 나온 자개에서 벗어나 백색 몸체에 백진주패를 상감해 요철이 없도록 만들었다. 겉에 투명한 도막을 10회 이상 올려 자개의 빛이 전체적으로 함께 머무를 수 있게 했는데, 몸체와 자개가 혼재되어 몸체에서도 자개의 빛이 감도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밀라노에서 당신 작품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이번 KCDF <법고창신> 전시를 준비한 전주희 감독이 작업실에 왔다가 샘플 작업을 해둔 ‘아몰퍼스 시리즈’를 보고 진행한 작업이다. 나에게는 이 작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밀라노 전시장에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었는데, 그중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옥토퍼스 시리즈’다. 기존 작업이 전통을 현대화했다면, 이 작업은 기존 작업을 현대화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었다. 그 말은 기존 작업과 기존의 나에게서 고착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KCDF의 검이불루 화이불치
KCDF는 트리엔날레 뮤지엄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 전시를 선보였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를 주제로 한국 전통 미학이 현대적으로 승화된 일상의 가구를 선보였다. 무형문화재와 현대 디자이너 34명의 작품 25점이 전시되었으며 한국의 미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전주희 감독이 전시 디렉팅을, 스튜디오 베이스에서 공간 연출을 맡았다. 수만 조각의 나무 오리가 깔린 공간은 마치 산골짜기의 운무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수많은 방문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무형문화재 소목장 엄태조 장인의 약장과 소병진 장인의 사방탁자, 이재영 작가의 머릿장과 약장을 겸한 장, 나전칠기의 현대화를 보여주는 김종량 장인과 이미혜 디자이너의 협업인 ‘통영바다’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삼웅, 이정훈, 김건수 등의 젊은 작가들이 전통 가구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스툴 등의 작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