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8월 02일
취향이 곧 인테리어
취향과 추억이 담긴 소소한 아이템으로 집 안을 꾸며 부부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집. 홈 드레싱으로 꾸민 첫 번째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이 집에는 분더샵 바이어로 일하는 남편 성명수 씨와 승무원 아내 김현경 씨 그리고 반려견 가을 이가 함께 산다. 해외 출장이 잦은 부부는 공항까지 교통이 편리한 일산의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기에 특별히 집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부부 의 취향을 듬뿍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거실부터 안방, 서재, 주방, 드레스룸까지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데, 특 히 거실은 그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저희 집은 23평인데 다른 방에 비해 거실이 작아서 큰 공간을 차지하는 소파 대신 각자 좋아하는 의 자를 하나씩 놓았어요.” 남편은 카펠리니의 마크 뉴슨 우든 체어를 골랐고, 아내는 비트라의 앙토니 체어를 선택했다. 거실에 편안한 소파를 두면 오로 지 휴식만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한되지만, 의자를 두 개 놓으니 같이 있 을 때는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각자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등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연출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소품으로 간소하게 꾸민 거실은 여행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직접 손길이 갔던 물건들로 하나하나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액자는 출장 때 구입한 빈티지 에르메스 스카프를 넣어 만들었고, 커피 테 이블은 남편이 디자인하고 가구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제작해 주었는데 너 무나 마음에 들어요.”
사실 이 집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공간은 서재 겸 침실로 사용하는 안방이다. 커다란 책장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침실을, 오른 쪽은 서재 공간을 만들었다. “서재가 너무 욕심이 났는데 집이 좁아서 따로 만들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독서실처럼 작게나마 만들다 보니 이렇게 침실 겸 서재로 사용하는 안방이 되었어요.”
주방은 다른 공간에 비해 깔끔하고 단출하다. 원래 있던 주방 조명을 떼어내고 이케아에서 구입한 조명을 달았 다. 스테인리스 조명과 싱크대 후드, 냉장고, 커피 머신 그리고 밥솥까지 주 방의 분위기를 담당하는 전자제품이나 각종 기구의 소재를 통일해 어수선 해질 수 있는 주방 인테리어의 중심을 잡았다. “주방은 사실 저보다는 한식, 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남편이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싱크대 수 납장에는 남편이 결혼하기 전부터 해외를 다니며 모은 빈티지 그릇으로 가 득해요”라며 아내가 덧붙였다. 와인을 좋아하는 부부는 와인 냉장고를 넣을 수 있는 미니 바를 원했다. 나무로 된 수납공간에는 와인 냉장고와 와인잔, 커피 머신, 위스키를 좋아하는 남편의 위스키 섹션까지 부부가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미니 버전의 바를 만들었다.
이 집의 숨은 공간인 드레스룸은 아내의 로망이었던 ‘새하얀 옷방’을 실현시켰다. “원래는 방이 두 개였는데, 좀 더 넓은 드레스룸을 만들고 싶어서 벽을 텄어요. 붙박이장부터 서랍장, 흰색 의자 스툴까지 모두 이케아에서 구입했고, 창가 앞쪽으로 낮고 큰 서 랍장 세 개를 붙여 수납공간을 만들었어요.” 또한 수납공간 위에 방석을 올 려 요즘 유행하는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는 뷔페식으로 세팅해 식사를 하거나 반대쪽 벽에 빔 프로젝터를 쏴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집은 거 실에는 소파와 TV를,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를 놓는 획일화된 구조에서 탈피한 것만으로도 부부의 개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부부의 집 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밀 예정인 신혼부부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18년 07월 31일
The Infinite Noon
프랑스 남부 지방 라 크루아 발메르 La Corix-Valmer의 오래된 별장이 웅장한 규모의 멋진 레지던스가 됐다.
모든 것은 꿈에서 출발했다. 세계를 누비며 기업가로 바쁘게 일했던 크리스틴과 프랑수아 부부가 스물네 명이나 되는 손주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빌라를 프랑스 남부에 마 련하는 꿈. 이 특별한 프로젝트는 2헥타르의 땅에 자리한 별장촌에서 비로 소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공사는 거대하고 긴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건 축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 프랑수아 비에이크로즈가 원래 있던 두 채의 건 물을 레노베이션하고 세 번째 건물을 새로 짓는 데는 3년이라는 세월이 걸 렸다. 오래된 건물에서 남긴 것은 외벽뿐이었고, 각 공간을 나누는 내벽은 큰 창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허물었다. 지붕도 전부 제거하고 이 지역 의 기와지붕으로 새롭게 교체했다. 그 결과 1400㎡나 되는 웅장한 크기의 레지던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넓은 거실과 개별 욕실이 딸린 아홉 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 거대한 건축물 앞에 선 크리스틴과 프랑수아 부부는 인테리어만큼은 포근하고 아늑하기 를 원했다. 그들은 실내 건축가 마욜렌 르레이(ALM)에게 좌우대칭을 이루 는 외관을 잊게 만들 만큼 따뜻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파 스텔 톤을 많이 사용하고 바닥과 중앙 계단에 밝은 색 떡갈나무를 입혀 부 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었어요”라고 마욜렌 르레이가 설명한다. 많은 가구와 데커레이션 소품은 웅장한 크기의 이 집에 맞도록 주문 제작하거나 벼룩시 장에서 구입했다. 여기저기 놓아 공간에 활기를 준 동물 오브제(세라믹 또 는 나무, 파피에 마셰 Papier Mache 기법으로 만든)는 진짜 살아 있는 것처 럼 보이는데 사냥을 좋아하는 프랑수아의 취미를 엿볼 수 있다. 면 벨벳이 나 리넨 등의 소재와 편안하고 유기적인 형태의 가구는 올리브나무와 과일 나무가 자라는 바깥의 공원과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지중해의 금빛으로 물 든 무한의 휴식처다.
2018년 07월 27일
Hidden House
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의 정재엽 대표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글래드웍스의 심지영 대표는 2014년에 결혼한 5년 차 부부다.
첫 번째 집을 거쳐 지난해 6월, 현재의 집이 위치한 서울숲으로 이사했다. 그들의 첫번째 신혼집은 꽤나 아름다워 여러 매체에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이번 집은 그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첫 번째 집이 다양한 소품으로 장식된 아기자기한 스타일이었다면, 이번 집은 물건을 최대한 수납장 안에 숨겨 분위기를 간소화했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정리가 잘돼야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저희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무 데나 물건을 늘어놓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정리가 안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둘 다 일 때문에 바빠서 예쁘게 물건을 세팅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으니까요.” 특히 지난 3월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집 안 곳곳에 자잘한 물건이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부부가 수납에 더욱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재엽, 심지영 씨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수납에 효율적인 붙박이장을 최대한 많이 제작했다. 이전 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옷장, 수납장 등의 내부를 제작했다. 주방 수납장의 경우, 한 켠은 와인 잔걸이로 쓰고, 다른 한쪽은 약이나 반짇고리 등의 작은 물건을 넣어두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수납장은 제작 단계부터 손잡이를 없애 심플한 느낌을 더욱 강화했다. 수납을 위한 공간은 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집에 있는 두 개의 방도 오직 수납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며, 실외기실에도 붙박이장을 짜 넣어 수납용 공간을 확보했다. “옛날 집에는 책도 많았거든요. 전공 책이나 만화책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책이 항상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모두 창고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만 한두 권씩 꺼내서 봐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집의 분위기는 컬러로 잡았다. 쿨 톤의 뉴트럴 컬러로 베이스를 만들고, 따듯한 느낌의 원목 가구나 소품을 사용해 강약을 줬다. 레드 컬러가 돋보이는 뱅앤올룹슨 스피커나 싱그러운 초록 식물은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예시다. 말끔한 공간은 마치 도화지 같아서 소품의 교체만으로도 쉽사리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 집의 분위기를 잡는 데는 조명도 한몫한다. 직접조명을 싫어하는 부부는 중앙에 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는데, 대신 공간 곳곳에 여러개의 작은 조명을 두어 그때그때 간접적인 빛으로 생활한다. 이는 유럽의 에어비앤비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집이 조금 썰렁하긴 한데요.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예쁜 것을 하나씩 사면서 천천히 채워가려고 해요. 그래야 집에 들어섰을 때 그 사람의 내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신혼 초기에 보면, 엑셀로 리스트를 만들어 필요한 것을 한번에 몽땅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살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필수적인 것만 구비하면 될 것 같아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찬히 자신들의 색을 담은 집을 만들어가는 것.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은 부부의 여유롭고도 현명한 계획이다.
위치 서울시
가족 구성원 아기가 있는 30대 부부
직업 사업가
주거 형태 아파트
면적 115㎡
Items
써보니 유달리 좋았다는 정재엽, 심지영 부부의 신혼 아이템 베스트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