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신사동 559-24번지. ‘Sala 1220’이라고 적힌 문패 안으로 들어가면 이제껏 만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숍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트로피컬 스타일의 식물과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다. 무심하게 툭 놓인 나무 판자조차 인테리어가 되어준다.
그림 속 야자나무 앞에 실제 야자나무를 둬 유럽풍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점이 독특하다. 테이블에는 원색적인 컬러의 런빠뉴 그릇을 세팅했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가 내려다본 1층 공간. 이곳의 포토 스팟이다.
요즘 오픈하는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 감도는 대부분 평균을 윗돈다. SNS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 때문일까? 그럼에도 비슷비슷해 보이는 혹은 어디서 본 듯한 인테리어에 실망감이 들기도 한다. 이런 공간을 볼 때마다 자기 색깔이 뚜렷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떠오르곤 한다. 그중 한 사람이 신경옥이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에 스타일리스트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20여 년 전 인테리어에 몸담은 1세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간 디자인해온 공간은 대부분 폼을 잡거나 겉멋을 부리지 않고 편안하지만 오래도록 그곳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그녀가 새롭게 공사한 건물이 있다며 <메종>을 초대했다. 신사동 뒷골목 붉은 벽돌로 마감한 다세대주택 사이 이국적인 문을 단 라이프스타일숍 ‘Sala 1220’이 그곳이다. 이곳의 안주인은 ‘라이프엔조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주미 씨로 패션뿐 아니라 홈 스타일링에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 그녀의 감각과 스타일을 추종하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 Sala 1220은 이런 그녀의 감각을 한눈에 읽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라이프스타일숍이다. “정형화된 스타일이 싫었어요. 사는 것도 마찬가지죠.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게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만든 공간이에요. 공사를 담당한 경옥 언니와는 오래전부터 언니 동생하는 사이로 편안한 관계예요.” Sala 1220은 두 사람의 감각이 만들어낸 시너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를 품은 30년 된 낡은 다세대주택은 외관은 그대로 두고 속을 파내는 작업을 했다. “붉은 벽돌로 만든 오래된 다세대주택의 외관을 고치면 주차장을 만들어야 해서 귀찮았고, 그냥 이 동네 분위기에 묻히게 두고 싶었어. 섀시도 옛날 섀시 그대로 살렸어.”라며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이 말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로 마감한 공간이지만 해체 작업을 하면서 나온 재미있는 구조, 가령 사람이 옆으로 누워 있는 형태나 건물 사이에 만든 작은 수영장 등은 이곳을 빛내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완벽한 틀을 갖췄으니 그다음은 이주미 씨의 감각을 살릴 차례. 직접 유럽 각지에서 모은 오브제들로 꾸며 유럽 어딘가를 통째로 뜯어 옮긴 듯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빈티지 스타일의 도어와 세면대, 수전을 고르는 데 며칠, 고대 그리스풍의 벽을 뜯어 온 듯한 오브제를 구하는 데 또 며칠. 이렇게 소품 하나하나 시간과 공을 들여 신중히 선택했다. 여기에 제르바소니의 가구와 에르메스, 런빠뉴 등 색감과 패턴이 강한 디자인의 식기를 뒀고 매장 군데군데 과일과 빵 등 먹거리를 자연스럽게 툭툭 올려놔 자신은 물론 Sala 1220을 찾은 손님들도 자유롭게 먹으며 구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보면, 화려한 자신의 스타일과 달리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과한 장식을 빼고 최고급 원단을 사용해 입었을 때의 실루엣과 라인을 중시해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을 추구해요.” 1층 안쪽으로는 아직은 생소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선보이는 살라’s 프렌드 섹션이 있다. 현재로서는 유명하지 않은 디자이너들을 배려한 것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 귀감을 얻기 위함이다. 그 맞은편으로는 그녀가 직접 말린 국산 콩으로 만든 ‘온가족’이라 이름 붙인 검은콩가루, 허니 스프레드, 올리브 오일 등의 식료품도 판매한다. 또한 메종 프랑시스 커정, 모트앤베일리, 라 부르켓 등 뷰티 제품도 판매하고 있어 리빙과 패션은 물론 뷰티, 푸드까지 감각적인 이주미식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볼 수 있다.
풀장이 내다보이는 1층 창틀에 앉아 포즈를 잡은 이주미 씨와 반려견 사랑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벽을 뜯어온 듯한 오브제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살라 1220의 입구. 겉에서 보면 빨간 벽돌의 오래된 다세대주택이지만, 안으로는 멋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외장재를 그대로 살린 계단 곳곳에 빈티지 오브제를 놓아 눈을 즐겁게 한다. 벽 사이에 뻥 뚫린 구멍으로 건너편을 내다보는 의외의 즐거움도 있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속을 파냈더니 재미있는 구조가 나왔다. 2층 계단에서 건너편 테라스를 내다볼 수 있으며, 위에서 아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제르바소니의 ‘고스트 Ghost’ 소파와 브라스 조명으로 꾸민 거실.
제르바소니의 암체어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이주미 씨와 반려견 사랑이.
장식은 최대한 절제하고 자연스러운 색감과 고급스러운 소재에 집중한 그녀의 옷 컬렉션.
올리브 오일과 허니 스프레드 등 식료품을 판매하는 코너. 이주미 씨가 직접 말린 콩으로 만든 ‘온가족’ 검은콩가루도 판매한다.
아름다운 모습의 이주미 씨.
테라스에 앉아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와인잔과 책, 벽 조명, 소품 등 작은 것 하나하나 고심해서 고른 것들이다.
파리에서 직접 공수한 앤티크풍의 도어와 제르바소니의 ‘스위트 Sweet’ 아웃도어 조명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큰 연회장을 연상시키는 기다란 테이블이 놓인 다이닝 공간. 조명, 오브제, 테이블, 의자 모두 제르바소니 제품으로 꾸몄다.
어린아이가 행복하게 뛰는 사진은 살라 1220의 자유분방함을 표현하는 듯해 이주미 씨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