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라이프스타일숍 라이크에는 김소형 디렉터의 손길이 닿아 있다. 순도 높은 작품부터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소품, 집 안 한 켠을 빛내줄 오브제까지, 누구든 좋아할 만한 라이크를 소개한다.
집에 초대한 손님들로부터 취향이나 감각을 칭찬받았던 기분 좋은 뿌듯함. 라이프스타일숍 라이크 LAiK는 김소형 디렉터의 이런 경험에서 시작됐다. 라이크는 한국 최초의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자회사이자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프린트 에디션을 소개해온 프린트베이커리의 프라이빗 레이블이다. 한남동 프린트베이커리 2층에 문을 연 라이크에서 김소형 디렉터를 만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테리어를 전공한 김소형 디렉터는 가나아트와 서울옥션을 통해 활동했으며 프린트베이커리와 라이크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집에 온 손님들이 소품이나 작품, 인테리어에 대해 묻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인들 위주로 알려주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 대한 아이템을 잘 선별해서 소개하면 어떨까 하고요.” 라이크는 세계적인 장인과 작가의 작품부터 비누나 향수, 촛대처럼 소소한 물건까지 소개하고 있다. 창가 앞에는 개관전인 앉을 수 있는 가구에 대한 전시 <Take a Seat, Sit>이 진행 중인데, 최근 인기가 많은 파예투굿 Faye Toogood의 ‘롤리폴리’ 체어를 비롯해, 황형신 작가, 워크샵파머스 Workshopfarmers, 플라이-웍스 Ply-Works, 다이폼 Die Form의 가구를 만나볼 수 있다. 투박한 질감이 돋보이는 변승훈 작가의 거대한 도예 작품도 한 켠에 놓여 있다. “라이크는 제가 좋아하는 바우하우스,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공간이에요. 화장실과 창고의 문 색깔 , 창가 쪽 벽의 색깔 등에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죠. 좋은 디자인은 비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창문에 단 커튼 하나에도 여백과 비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쇼룸도 거실, 다이닝 공간, 선반 등 집의 어느 부분을 연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특히 손님을 위한 상차림처럼 각기 다른 그릇으로 세팅돼 있는 다이닝 테이블이 눈길을 끌었다. “그냥 제품만 구입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이 제품은 이렇게 활용할 수 있구나’, ‘가구 배치를 이렇게 하 니 달라 보이네’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요. 그런 의미에서 제 취향이나 스타일이 반영된 연출이 많죠. 파예투굿의 체어는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 플라스틱 소재인 ‘롤리폴리’ 체어는 좀 더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고요. 언뜻 보면 USM 가구 같지만 월넛으로 마감한 캐비닛은 스위스모빌리아 제품이에요. 스 위스모빌리아는 USM의 부품을 판매하며 DIY로 시작된 독일 브랜드예요. 월넛 마감은 스위스모빌리아를 통해서만 생산되죠. 또 제가 자주 하는 팔찌를 묻는 이들이 참 많은데, 친분이 있는 수미 작가의 제품으로 이것 역시 소개하고 있어요.” 라이크는 라이프스타일숍에 걸맞게 주얼리부터 라이크에서 자체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가방, 의류 제품도 소개하고 있다. 1층에 있는 프린트베이커리까지 생각하면 그림 작품부터 생활에 밀접한 아이템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에 편집숍이 많아졌어요. 각기 개성 있는 숍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저도 참 즐 거워요. 라이크를 오픈하면서 결심했던 건 물건이 아닌 사람이 곧 그 숍이 색깔인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그러기까지 고민도 많았고 용기도 필요했지만, 저의 감각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고 믿어요.” 넓지 않지만 공간을 채우는 작은 요소 하나까지도 디렉터의 입김이 닿아 있는 라이크는 그 이유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라이크’를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