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임성빈, 신다은 부부의 집은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와 이국적인 공간이 공존하는, 어디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유니크함이 있었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거실. 대화를 좋아하는 둘은 일상의 이슈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서는 용산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복잡한 콘센트는 참새 그림을 걸어 센스있게 가려 놓았다.
임성빈 소장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회사 빌트바이의 색이 잘 묻어 있는 거실. TV장과 협탁은 빌트바이의 가구 브랜드 빌라레코즈의 것이다. 거실은 까르텔에서 구매한 화이트 톤의 소파를 놓아 중심을 잡았다.
“오셨어요?”라는 한마디에 이토록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배우 신다은의 경쾌한 인사가 울려 퍼졌고, 이는 마치 집 안 가득한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요약해놓은 듯했다. 용산에 자리 잡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임성빈, 배우 신다은 부부의 집에 다녀왔다. 결혼 3년 차 부부의 두 번째 신혼집은 화이트 톤의 거실과 안락한 침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다용도실로 이루어진 따듯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출퇴근이 불편해서 용산으로 이사하게 됐어요. 전세에 사는 사람들은 공사할 것이 없는 좋은 집을 골라야 한대요(웃음). 지금 집은 대리석 바닥과 독특한 구조 덕택에 어떤 물건을 놔도 특이해 보이는 것 같아요.” 신다은이 따듯한 차를 건네며 설명했다. 부동산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 찾아낸 그들의 집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획일적인 것과 달리 불규칙하게 나누어진 구조가 돋보이는 아파트다. “동네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밖에 나가면 오래된 밥집, 술집…. 아, 시장도 있어요. 사실 저희가 강남을 싫어해요. 수억을 벌어도 강남에서는 못살 것 같아요(웃음).” 햇살이 들어오는 창밖으로는 거미줄처럼 뒤엉킨 용산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임성빈 소장의 직업과는 반대로 인테리어에는 큰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신다은은 파란색 의자를 매만지며 이것도 자신이 자취할 때 쓰던 것을 가져왔다며 투덜대듯 말했다. “의자를 사려고 하니 남편이 아직도 충분히 쓸 수 있는데 왜 사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옷방에 장을 짜려고 했더니, 잠깐 기다려보라고. 자기가 공사에 쓰고 남은 자재가 있다고(웃음).” 이에 임성빈 소장은 재빨리 자신의 입장을 항변했다. “제 인생이 영근 집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노마드처럼 살고 싶어요. 한 집에서 10년, 20년 살기보다는 다양한 곳에서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제가 (전세)집에 집중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물론 정말로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 정착하면 아내보다도 제가 더 심할 거예요.” 배우 하석진의 소개로 연애를 시작한 둘은 2년간의 연애 후 결혼에 골인했다. 직업상 캐릭터를 연구하는 신다은과 인테리어를 위해 사람을 연구해야 하는 임성빈 소장은 둘 다 공통으로 사람을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이는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이 사람이 양치를 먼저 하는지, 음악을 먼저 듣는지, 아니면 담배를 먼저 피우는지 묻는다는 거예요. 그것에 따라 인테리어가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데이트 때 제게 하는 질문도 달랐어요. 일반적으로 ‘쉴 때 뭐해?’ ‘뭘 좋아해?’를 묻는다면, 남편은 ‘너는 그게 왜 좋아?’ 하고 묻는 식이었죠. 그런 식으로 파고 드는 질문을 하는 거예요. 그게 제 입장에서는 단순히 나에 대한 호감을 넘어 나라는 사람을 궁금해하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화이트 대리석으로 된 현관 바닥과 주방 아일랜드는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신다은의 주방 컬렉션이 잔뜩 숨어 있는 수납장.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임성빈 소장. 사실 요리는 아내 신다은의 영역이다.
네그로니를 좋아하는 임성빈 소장은 집에서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마신다.
여행에서 사모은 신다은의 그릇 컬렉션.
둘의 성격은 보이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섬세하면서도 예민할 것 같은 임성빈 소장은 작업 외의 일상에서는 의외로 무던한 편이고, 쾌활한 성격의 신다은은 의외로 다소 예민해질 때도 있다고 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얻고 의외로 액티브한 활동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다은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나눠주는 성격이기 때문에 집에서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같아요.” 임성빈 소장이 설명했다. 식물을 가꾸고 요리를 좋아하는 신다은의 취향은 부엌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납장 한 켠에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못지않게 빼곡한 그릇과 조리 도구, 리넨같은 것이 수북이 쌓여 있으니 말이다.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값이 아니라 싸게 사는 걸 좋아해요.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정확히는 저가로 사는 것을 좋아하죠. 그러면 왠지 제가 돈을 버는 기분이에요. 실제로는 쓰고 있는 건데.” 신다은은 최근에 저렴하게 구매한 물건을 실컷 자랑하다 자신이 신고 있는 슬리퍼를 벗어 턱 하니 내밀었다. “이것도 까사미아에서 50 % 세일할 때 산 거예요. 1만8천원인데 9천원에 샀어요(웃음).”
부부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푸른색으로 칠해진 다용도실이다. 부채꼴 형태로 이루어진 방의 천장에는 미러볼이 달려 있고, 창가에는 고무나무, 극락조 같은 싱그러운 식물로 빼곡하다. 그 중심에는 6명은 족히 앉을 법한 나무 테이블이 자리 잡았다. 둘은 색다른 분위기의 다용도실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한다. TV는 영화를 볼 때를 제외하곤 거의 틀지 않는다. “마치 여행을 온 듯한 신혼의 그 기분을 오래 지속하려면, 그걸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집 분위기와는 아예 다른 공간을 하나 만드는 것이 도움이 돼요. 요즘은 사람들이 좀 많이 깨어서 그런지 몰라도, 거실에 TV도 치워버리고, 긴 테이블을 두고 대화하는 공간을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조금 불편해도 그렇게 만들어놓으면 결국 거기에 맞춰 적응하게 되거든요.” 부부는 다음에 살고 싶은 곳으로 북한산 자락에 있는 동네를 꼽았다. 산을 좋아하고 가드닝을 좋아하는 둘의 성향을 담은 동네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무작정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건강한 삶. 그것이 바로 신다은, 임성빈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화이트 톤의 집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다용도실에 앉아 대본을 보고 인테리어 스케치를 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신다은, 임성빈 부부. 둘의 곁에는 언제나 애완견 봄이가 함께한다.
다용도실은 푸른색으로 벽을 칠하고, 천장에는 미러볼을 설치한 뒤 6인용 빌라 레코드 테이블을 놓았다. 바닥에 깐 러그는 최근 다녀온 이스탄불 여행에서 구매한 것이다. 조도가 낮아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빛이 잘 들어 한 켠에서는 식물도 키운다.
수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된 침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