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열린 생각과 남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집을 만났다. 과감한 컬러와 패턴, 동서양의 가구를 믹스&매치해 독창미 있게 완성했다.
<건축 개요>
대지면적 252.70m²
건축면적 141.94m²
연면적 215.42m²
규모 지상2층
외부 마감 치장 벽돌, 알루미늄 징크
내부 마감 강마루, 석고보드 위 친환경 도장(벤자민무어), 수입 타일
건축 설계 LAN건축사사무소(www.studio-lan.com)
인테리어 설계 및 시공 디자인가람(010-9963-3767)
전남 광주에 있는 임애리 씨 가족의 집은 공간에 대한 통념을 깬다. 사람들은 흔히 미니멀한 공간이 질리지 않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녀는 생각이 달랐다. “저는 성향이 쾌활하고 멋내는 걸 좋아해요. 모노톤보다 화사한 색상을 선호하고요. 그러다 보니 집 인테리어나 살림살이에도 저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어요.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제 느낌이 가는 대로 마음껏 했죠.” 파스텔 톤의 화사한 플라워 패턴 벽지, 블랙&화이트의 헤링본 마루, 오렌지와 머스터드 컬러의벽, 샙그린 타일 등 면마다 다채로운 색상의 마감재를 채택한 공간에서 집주인의 담대한 성격이 배어났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충만해지는 컬러가 팔레트처럼 집 안 곳곳에 펼쳐지는데, 공간에 머무는 사람에게 생기와 활력을 뿜어주고 있었다.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어요. 공간의 제약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어서 늘 단독주택의 꿈을 안고 있었죠. 그러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온 가족을 위한 선물로 이 집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전원주택도 타운 하우스도 싫었던 그녀는 광주 도심의 조용한 주택가를 찾았다. 그중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학교와 가까운 곳을 눈여겨보다 이 동네로 최종 낙점했다. 설계 5개월, 시공만 7개월이 걸린 2층 단독주택은 밖에서 보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폐쇄형으로 지어졌다. “자리가 남향인데도 불구하고 건물을 남향으로 두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의아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보다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해서 이렇게 지었어요.” 건물에 중정을 두는 것 또한 그녀의 바람이었다. 채광은 건물을 지나 중정을 통해 빗겨 들어오면서 한낮에도 빛줄기가 실내에 길게 드리워졌다. 거실과 주방이 있는 1층은 어둡지만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두 아이의 침실과 공부방은 남향에 배치해 볕이 잘 들도록 했다.
그녀는 새집으로 이사했다고 해서 쓰던 가구를 버리고 새로 장만하지 않았다. 두 아이의 침대와 주방 가구, 몇몇 소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간 살면서 하나 둘 모아온 가구와 소품, 직접 컬렉션한 작품, 여행지에서 구입한 오브제를 이 집에 맞게 재배치했다. 그녀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자개장은 친정 어머니가 ‘내 얼굴로 생각하라’며 물려주신 가보로 거실, 아이방, 부부 침실 등 집안 곳곳에 두었다. 특히 거실의 경우 자개장에 맞춰 공간을 설계했을 만큼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화려한 자개장에 밀리지 않게 특대형 사이즈의 화분과 조명을 두어 시각적으로 균형을 맞췄고, 덕분에 예스러운 가구를 메인으로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한번 물건을 사면 오래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이방에도 가리모쿠처럼 성인이 사용해도 좋은 가구를 두었죠. 나중에 아이들이 장성해서 독립했을 때 자신의 물건 중에 애착가는 게 있다면 가져가서 썼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 제게 하셨던것 처럼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 말을 듣고나서야 그녀가 추구하는 믹스&매치가 왜 국적불명인지, 왜 규정할 수 없는지 알았다. 그녀는 스타일과 스타일을 뒤섞지 않았다. 선대와 후대의 인생이 자연스레 겹치고 이어지도록 했을뿐 이었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겪는 사연과 추억을 패턴이나 컬러로 치환해 놓는다면, 짐작하건대 이런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정형화된 스타일리시함보다 이런 집이 훨씬 매력적이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