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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는 유명 사진가가 찍은 여성의 흑백사진으로 흰 벽을 가득 채웠다. 갤러리 같은 파리 아파트는 사진전을 방불케 한다.
사브리나는 오랫동안 프랑스로 돌아오는 날을 꿈꿔 왔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디렉터인 그녀는 지난 12년간 미국과 영국을 거치며 6번이나 이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7월, 남편과 쌍둥이와 함께 고향인 파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 그들은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파리 7구에 위치한 앵발리드 Invalides 근처였다. 이 시크한 동네는 예전에 살았던 곳이라 그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 동네의 가게 주인들을 모두 알고 있어요. 그중 몇 분은 우리 쌍둥이의 세례식 때 오기도 했죠.” 오스만 시대에 지어진 이 넓은 아파트에서 그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스타일이 아니라 크기였다 . “공간을 다시 매만질 필요가 없었어요. 방들이 방사형으로 배치돼 실용적이며, 넓은 공간에 채광까지 좋았죠.”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브리나는 온 가족이 충전할 수 있는 집을 갖고 싶었다. 그녀는 공사 감독 일에 익숙한 아버지에게 페인팅과 보수 작업의 관리를 맡겼다. 그들은 흰색 벽을 원했기 때문에 컬러로 뒤덮을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진 작품을 돋보이 게 하기 위해서는 흰 벽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10년간 누드 사진 시리즈를 다 모았어요.” 그런데 그녀가 수집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윌리엄 클라인, 어윈 올라프 같은 컨템포러리 사진 대가들의 작품 옆에 노부요시 아라키와 다이도 모리야마의 작품이 걸려 있다. 가구도 유명 디자이너의 리에디션으로 골랐다. 가구와 사진 작품이 실내를 가득 채워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이 집에서 최고의 사치는 두 개의 방을 이어 만든 엄청 커다란 욕실이다. 그녀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사적인 공간에는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진열돼 있으며, 물론 남편도 들어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