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몇 번째 작업실인가? 도산공원, 한남동, 가로수길에서 두 번. 다른 한 곳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다섯 번쯤 옮긴 것 같다.
어떤 작업을 하나? 공예를 전공했고 크라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어 일상에서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작업한다. 섬유로 표현되는 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거창한 것은 없다.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손, 이 두 가지로도 충분하다.
동식물과 관련된 작업이 많아 보인다. 자연과 사람한테서 영감을 받는다. 자연이라는 콘텐츠로 작업을 펼치기도 하지만, 사실 사람들에게 의식을 전달하고 싶다. 멸종 위기의 동물이라던지,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펠트 소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뜨개나 십자수는 틀에서 움직여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펠트는 그런 ‘틀’이라는 게 없어서 좋다. 펠트의 장점은 무겁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펠트는 무엇보다 따스함을 전달하는 데 가장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사진 작품과 디자인 체어도 눈에 띄고, 공간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 자연을 소재로 작업하다 보니 일상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내 작업을 나눌까 생각했다. 이곳의 컨셉트는 ‘취향 반영’ 이다. 작업을 하면서 영향 받은 사람, 물건, 책 등을 취향대로 둔 그 자체가 일종의 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통 크라프트 작가라고 하면 다소 무겁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내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 바란다.
클래스도 진행한다던데. 이곳에서 만 4세의 어린이부터 70대 노인과도 수업을 진행한다. 내가 무언가를 하라고 정해주는 선생님의 개념보다는 만들고 싶은 것을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서포터가 맞는 것 같다.
어린아이와의 수업을 통해 본인도 얻어가는 것이 있나? 물론 있다. 일화를 들자면, 언젠가 한 아이가 일대일 수업 말고 다섯 명을 정원으로 학교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 아이가 직접 수업 스케줄까지 세세하게 작성한 것을 보곤 아이들이야말로 완벽한 어시스트라고 생각했다. 무조건적으로 ‘내가 선생이니까 나를 존중해야 해’ 하는 사고가 아니 라 아이들한테 존중받을 수 있도록 나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게 있어 아이들은 존중받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라 배려하고 배려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끔 만들어주는 자극제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박쥐 반지고리는 이전에 보았던 색감과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스타일이 바뀌었다기보다 색을 가지고 작업하다 보니 작업을 색으로 분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쥐라고하면 블랙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데, 작업을 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그 과정을 펼칠 예정이다. 박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다. 그다음에는 블루가 될 수도 있겠고, 작업의 전체적인 흐름이 색으로 펼쳐졌으면 한다.
제작비와 상관없이 만들고 싶은 게 있다면 무언인가?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동물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세상의 모든 숨 쉬는 것, 곤충이나 동물, 식물 등을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전체 공간을 채우고 싶다. 방금 대화를 나누며 생각 난 것이 있는데, 내가 직접 만드는 것도 있지만, 전 세계 사람들한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보도록 릴레이 형식으로 풀어보고 싶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그것을 현실화 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해 말이다. 이를 통해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지구촌 어린이를 돕는 데 쓰였으면 한다.
꿈에 그리는 작업실이 있다면? 지금으로서는 내가 내 안에서 아우를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앞으로 폐교 같은 곳에 정말 나무 한 그루가 크게 자리하고, 그 주위로 테이블이 턱턱 놓여 있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온갖 재료를 가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학교나 아카데미의 개념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원하는 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그런 장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