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서지의 작업실은 그녀가 좋아하는 파리의 분위기를 닮았지만 날카로운 듯 부드럽고, 빈티지하지만 모던하다. 나무와 금속, 텍스타일이 어우러져 파리의 작은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누군가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물건 하나에도 스토리가 담겨 있다.
작업실이 상가 건물에 있어서 놀랐다. 27평 정도 되는 공간의 반을 다른 업체와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그전 작업실이 7평 정도로 좁아서 지금은 엄청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안쪽 공간은 남편이 사용하고 있다.
아치형 벽은 만든 것인가? 천장은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고, 옆의 공간과 구분되는 공간에 파티션 겸 가벽을 만들었다. 책상이 놓인 쪽에는 아치형으로 벽을 만들었고, 자재를 보관할 수 있도록 벽에 만든 수납장과 자재 보관실 겸 작은 탕비실도 만들었다. 7평 정도 되는 공간이 3개의 구조로 나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유일하게 색채가 느껴지는 곳이 녹색 벽이다. 인터뷰가 정해지고 부랴부랴 페인트칠을 했다. 원래는 좋아하는 아이보리나 베이지, 블랙 컬러로 칠할까 하다 공간에 색채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색으로 칠했다.
빈티지를 좋아하게 된 건 파리에서 오래 살았던 영향 때문인가? 파리에서 16년 정도 살았는데 여전히 그리운 곳이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 취향이 빈티지 스타일인 것 같다. 너무 앤티크하거나 화려한 클래식보다는 모던한 디자인과 믹스&매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요즘 어떤 트렌드를 읽나? 조금씩 클래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듯싶다. 특히 선에서 그런 경향이 보이는데, 곡선 형태의 가구나 몰딩, 아치 형태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결국 집에는 본인의 취향이 제일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작업실에 놓인 가구들도 빈티지인가? 빈티지 가구도 있지만 지금 이 테이블처럼 사용하던 테이블 위에 합판을 얹어서 폭을 넓힌 것도 있고, 소파처럼 을지로에서 제작한 것도 많다. 지금 앉아 있는 의자도 커버만 새로 씌운 것이다.
당신에게 집과 작업실은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사무실은 정말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이었고 집은 온전히 쉬고 머무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거의 다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 있는 물건을 자꾸 가져오게 된다. 작업실이야말로 내가 일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취향이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오래전 파리에서 산 포장지를 액자로 만들었는데 10년도 더 되었지만 지금 봐도 좋다. 일단 굳어진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작업실 가운데 공간이 좌식이다. 좌식 공간처럼 만들었는데 미팅할 때는 테이블에 앉지만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가운데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스타일리시한 작업 공간에서 책상 위에 놓인 미니 선풍기와 코바늘이 의외의 요소였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좋지 않아서 창문을 열 수가 없다. 책상 옆에 둔 올리브나무를 위해 통풍이 될까 싶어서 미니 선풍기를 틀어주었다(웃음). 또 종종 책상에 앉아 코바늘뜨기 같은 걸 한다.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이 즐겁다.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은? 텍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면 어떨지 구상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리넨 소재로 만든 침구부터 키즈 제품, 쿠션 등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