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짜×구프람
금괴인가? 놀란 마음에 가까이 들여다보니 금색 포장지로 싸놓은 커피 원두다. 커피 원두를 수천 개의 금괴처럼 무자비하게 쌓아둔 은행 금고 컨셉트로 유머를 선사한 브랜드는 바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라바짜 Lavazza. 전시는 밀라노 중앙역의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16개의 창고를 전시장으로 멋지게 탈바꿈시킨 벤투라 센트랄레에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구프람 Gufram과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낮에는 향긋한 커피를, 저녁에는 음악에 맞춰 커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클럽으로 변신한 전시장에서는 라바짜와 구프람이 함께 제작한 황금빛 커피 머신 데세아 골든 터치 바이 구프람 Desea Golden Touch by Gufram과 근사하게 커피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클럽 체어를 만날 수 있었다.FORNASETTI UNIVERSE
화려한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포르나세티 Fornasetti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또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펼쳤다. 포르나세티 쇼룸에서 환상적인 스타일과 시대를 초월한 미적 감각이 느껴지는 신제품과 빈티지 라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신제품으로는 레 솔레 Re Sole, 펜세 Pensée, 하이 피델리티 High Fidelity 등 각각의 문양을 입은 러그 컬렉션과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 캐비닛, 트레이 등을 선보였다. 눈을 뗄 수 없는 섬세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포르나세티 쇼룸은 많은 이들의 포토 스폿이 되기에 충분했다.까시나 쇼룸에서 만난 거장들
세계적인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Patricia Urquiola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까시나 Cassina의 쇼룸은 내로라하는 가구 브랜드로 가득한 듀리니 스트리트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파란 격자무늬 카펫으로 쇼룸의 바닥과 일부 벽면을 덮었고, 1층 리빙 공간은 로돌포 도르도니 Rodolfo Dordoni와 부훌렉 형제의 새로운 컬렉션으로 나뉘어 선보였다. 아래 공간으로 이어지는 격자무늬를 따라가다 보면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마리오 벨리니 Mario Bellini, 피에르 잔느레 Pierre Jeanneret 등의 가구로 꾸민 거실과 다이닝룸을 둘러볼 수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부터 새로운 컬렉션으로 화려하게 꾸민 <The Cassina Perspective> 전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아프리카에서 온 영감
쎄 Sé는 작년과 동일한 주제로 로사나 오를란디 Rossana Orlandi에서 <Below the Heavens> 전시를 선보였다. 지난 전시가 하늘의 몽환적인 느낌을 담아냈다면 이번 컬렉션은 지구 전체의 웅장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스위스 디자이너 이니 아르키봉 Ini Archibong이 쎄를 위해 디자인한 22점의 가구는 마치 조각 작품을 보는 듯했다. 특히 여러 개의 나무판으로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에오스 Eos 사이드 테이블과 아틀라스 Atlas 체어는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디자인을 입은 폴딩 도어
5비에 지역에 있는 팔라초 리타에서는 신진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전시장이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브랜드는 도오르 Dooor였다. 도오르는 1950년대 스타일의 폴딩 도어를 선보이는 신규 브랜드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젊은 디자이너 프란세스코 마스카루치 Francesco Mascarucci가 이끌고 있다. 1962년, 그의 할아버지가 설립한 폴딩 도어 회사에서 출발해 단순한 문이 아닌 디자인을 입은 폴딩 도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실용적인 동시에 미적 경계를 넘나드는 접이식 문은 덴마크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랏의 패브릭을 사용했다.전시의 디테일
전시란 비단 작품을 보여주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 음악, 그곳을 서성이는 사람까지 모두 전시의 일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와 낮은 조도, 공간 특유의 분위기까지 5비에에서 만난 안톤 알바레즈 Anton Alvarez의 <The Last Wax>는 그러한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전시였다. 그는 엑스트루더 The Extruder라고 불리는 압출기에 6000파운드가 넘는 왁스를 넣어 약간의 우연성을 가미한 작품을 만드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황동으로 마무리한 12개의 왁스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지막 만찬’을 오마주한 것으로, 전시 장소 역시 밀라노의 오래된 교회를 선택해 특유의 분위기를 더했다. 공간과 조도, 은은한 향과 신비로운 느낌의 작품이 어우러지며 오감을 자극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