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앤트워프의 오래된 타운하우스를 개조해 디자인 명소로 거듭난 흐란마르크트13은 그 흔한 간판 없이 비밀의 공간처럼 숨어 있다. 간결한 선과 묵직한 색감의 조화로 럭셔리한 미니멀리즘을 느낄 수 있는 그 속을 들여다봤다.
흐란마르크트 13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하고 있다.
앤트워프 도심 속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편집숍, 레스토랑, 갤러리 그리고 호텔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을 마주한다. 흐란마르크트 13 Graanmarkt 13은 이곳의 이름인 동시에 건물이 자리한 주소이기도 하다. 외관은 딱히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단순히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숍의 개념이 아닌 직접 생활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것. 이곳의 창립자인 팀 판 겔로펜 Tim Van Geloven과 그의 아내 일세 코르네 리선스 Ilse Corne-Lissens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해 벨기에를 대표하는 건축가 빈센트 반 듀이센 Vincent Van Duysen과 손잡았다. 럭셔리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의 손길이 더해져 창의적이면서도 집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대체로 장식적인 요소를 뺀 미니멀리즘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에 큼지막한 가구와 묵직한 색감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기 때문. 명도가 낮은 색상과 내추럴한 소재의 조화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럭셔리함이 느껴진다.
부부가 수년간 여행을 하면서 엄선한 브랜드를 한데 선보이는 편집숍. 의류와 뷰티, 인테리어 소품 및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퍼 노벌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로컬 식재료를 사용해 신선한 요리를 제공한다.
날씨가 좋은 봄철에는 중정 스타일의 야외 테이블에서 제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건물 중정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
이들 부부는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과 그들이 수집해온 것을 방문객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흐란마르크트 13은 총 3개 층으로 이뤄졌으며 지하에는 레스토랑, 0층과 1층에는 편집숍, 그리고 2, 3층은 호텔로 구성된다. 편집숍에서 전시 및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이들 부부가 수년에 걸쳐 엄선한 것으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 독특한 컬렉션으로 가득하다. 수집품뿐만 아니라 산타마리아 노벨라, 롭마이어, 수잔 커프만, 르메르 등 하이엔드 패션, 뷰티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갤러리 공간은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플랫폼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지하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2005년, 베스트 주니어 셰프로 선정되기도 한 세퍼 노벌스 Seppe Nobels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역에서 수확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옥상에서 직접 기른 야채와 허브를 사용하며, 양봉가 릭 얀선스 Rik Janssens와 함께 설치한 벌집에서 채취한 꿀을 사용한다. 애초에 흐란마르크트 13은 레스토랑과 패션 부티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팀과 일세 부부가 거주하는 옥상 아파트를 기꺼이 고객들에게 내주었다. 단, 장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는 3층 공간은 호텔이지만 가정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흐란마르크트 13은 어떠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편안하고 정직하게 유지되는 것을 모토로 운영한다.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성과 행복한 맛의 향연 그리고 충만한 디자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add Graanmarkt13 2000 Antwerp Belg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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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 바라본 3층 욕실. 프렌치 느낌의 단독 욕조가 대칭을 이루는 벽 사이에 놓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프렌치 스타일의 욕조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3층 배스룸. 붙박이 형태의 욕실 화장대가 눈길을 끈다.
침실 벽면을 붙박이 책장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이는 3층 마스터 베드룸.
모노톤으로 꾸민 3층 베드룸 A는 2인을 위한 공간이다.
3층과 4층을 잇는 계단.
창립자 부부가 살고 있는 3층 펜트하우스는 렌트도 가능하다.
3층 거실 베란다에서 바라본 전망이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