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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앤트워프의 오래된 타운하우스를 개조해 디자인 명소로 거듭난 흐란마르크트13은 그 흔한 간판 없이 비밀의 공간처럼 숨어 있다. 간결한 선과 묵직한 색감의 조화로 럭셔리한 미니멀리즘을 느낄 수 있는 그 속을 들여다봤다.  
흐란마르크트 13흐란마르크트 13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하고 있다.
  앤트워프 도심 속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편집숍, 레스토랑, 갤러리 그리고 호텔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을 마주한다. 흐란마르크트 13 Graanmarkt 13은 이곳의 이름인 동시에 건물이 자리한 주소이기도 하다. 외관은 딱히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단순히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숍의 개념이 아닌 직접 생활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것. 이곳의 창립자인 팀 판 겔로펜 Tim Van Geloven과 그의 아내 일세 코르네 리선스 Ilse Corne-Lissens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해 벨기에를 대표하는 건축가 빈센트 반 듀이센 Vincent Van Duysen과 손잡았다. 럭셔리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의 손길이 더해져 창의적이면서도 집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대체로 장식적인 요소를 뺀 미니멀리즘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에 큼지막한 가구와 묵직한 색감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기 때문. 명도가 낮은 색상과 내추럴한 소재의 조화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럭셔리함이 느껴진다.  
벨기에 편집샵부부가 수년간 여행을 하면서 엄선한 브랜드를 한데 선보이는 편집숍. 의류와 뷰티, 인테리어 소품 및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벨기에 레스토랑세퍼 노벌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로컬 식재료를 사용해 신선한 요리를 제공한다.
 
세퍼 노벌스날씨가 좋은 봄철에는 중정 스타일의 야외 테이블에서 제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흐란마르크트 13 레스토랑건물 중정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
  이들 부부는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과 그들이 수집해온 것을 방문객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흐란마르크트 13은 총 3개 층으로 이뤄졌으며 지하에는 레스토랑, 0층과 1층에는 편집숍, 그리고 2, 3층은 호텔로 구성된다. 편집숍에서 전시 및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이들 부부가 수년에 걸쳐 엄선한 것으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한 독특한 컬렉션으로 가득하다. 수집품뿐만 아니라 산타마리아 노벨라, 롭마이어, 수잔 커프만, 르메르 등 하이엔드 패션, 뷰티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갤러리 공간은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플랫폼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지하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2005년, 베스트 주니어 셰프로 선정되기도 한 세퍼 노벌스 Seppe Nobels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역에서 수확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옥상에서 직접 기른 야채와 허브를 사용하며, 양봉가 릭 얀선스 Rik Janssens와 함께 설치한 벌집에서 채취한 꿀을 사용한다. 애초에 흐란마르크트 13은 레스토랑과 패션 부티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팀과 일세 부부가 거주하는 옥상 아파트를 기꺼이 고객들에게 내주었다. 단, 장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는 3층 공간은 호텔이지만 가정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흐란마르크트 13은 어떠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편안하고 정직하게 유지되는 것을 모토로 운영한다.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성과 행복한 맛의 향연 그리고 충만한 디자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add Graanmarkt13 2000 Antwerp Belgium
web

 
빈티지 인테리어침실에서 바라본 3층 욕실. 프렌치 느낌의 단독 욕조가 대칭을 이루는 벽 사이에 놓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욕실 인테리어프렌치 스타일의 욕조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3층 배스룸. 붙박이 형태의 욕실 화장대가 눈길을 끈다.
 
침실 인테리어침실 벽면을 붙박이 책장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이는 3층 마스터 베드룸.
 
벨기에 호텔모노톤으로 꾸민 3층 베드룸 A는 2인을 위한 공간이다.
 
흐란마르크트 133층과 4층을 잇는 계단.
 
흐란마르크트 13 펜트하우스창립자 부부가 살고 있는 3층 펜트하우스는 렌트도 가능하다.
 
흐란마르크트 133층 거실 베란다에서 바라본 전망이 근사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김홍성(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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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 DESIGN WEEK TREND

MILAN DESIGN WEEK TREND

MILAN DESIGN WEEK TREND
지난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19는 현재 우리의 삶과 밀접한 환경문제부터 또 다른 차원의 세상까지 극과 극으로 나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디자인 트렌드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해본 <메종> 기자들이 뽑은 10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벤투라 센트랄레벤투라 센트랄레에서 진행된 아리아 Aria의 <Come to Light>. ⓒClaudio Grassi
 

01 IT’S TIME TO SAVE THE EARTH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모든 산업에서 상위 이슈다. 밀라노의 갤러리스트 로사나 오를란디 Rossana Orlandi는 <Guiltiless Plastic> 프로젝트로 남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문제를 제고하고, 디자인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로사나 오를란디가 주최한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 Ro Plastic Prize’의 최종 후보에 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으며, <Ro Plastic Master’s Pieces>에서는 하이메 아욘 Jaime Hayon, 마르셀 반더스 Marcel Wanders 등 유명 디자이너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 전시됐다. 코스 COS, 프라이탁 Freitag 등의 패션 브랜드에서도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어 경각심을 일깨웠고, 에일린 피셔 Eileen Fisher 역시 로사나 오를란디 갤러리에서 <Waste No More> 전시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Zero-waste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위스의 백팩 브랜드인 퀘스천 Qwstion은 100% 바나나 잎으로 만들어 친환경적이고 견고한 바나나텍스 BananantexⓇ 섬유로 만든 가방을 제안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로 플라스틱 프라이즈 최종 후보 전시에서 눈길을 끈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즈 Arsenio Rodriguez의 작품.
플라스틱 공예로 플라스틱 프라이즈를 수상한 데이브 하켄스 Dave Hakkens의 작품.
플라스틱 오브제로 플라스틱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오른 정수기 물통 오브제.
바나나텍스 소재퀘스천에서 선보인100% 생분해되는 바나나텍스Ⓡ 소재.
     

02 디자이너의 호텔&레스토랑

디자인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직접 사용해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브랜드의 남다른 행보가 반갑다. 수준 높은 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식스 갤러리 Six Gallery에서는 오는 9월, 같은 빌딩 내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시스터 호텔 Sister Hotel을 오픈한다. 커플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로페즈 퀸코세스 David Lopez Quincoces와 패니 바우어 그렁 Fanny Bauer Grung의 작품으로, 9개의 룸으로 구성되며 높은 수준의 디자인과 예술, 음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호텔에 비치된 물건을 대부분 구매할 수 있어 식스 갤러리의 예술적인 에디션을 직접 경험하고 소장할 수 있게끔 했다. 네덜란드 브랜드 렌스벨트 Lensvelt는 아티스트 마르텐 바스 Maarten Baas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인 ‘바 바스 Bar Baas’를 오픈했다. 이는 유명 바인 ‘바 바소 Bar Basso’를 오마주한 것으로, 마르텐 바스가 렌스벨트를 위해 디자인한 101 체어로 장식된 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디자이너 바스턴 레이 Basten Leijh가 디자인한 모듈러 라이팅 인스트루먼트 Modular Lighting Instrument의 한정판 조명 메다드 Medard도 장식돼 레스토랑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관찰할 수 있던 유쾌한 경험이었다.
바 바스렌스벨트와 마르텐 바스가 협업한 ‘바 바스’의 전경.

시스터 호텔

식스 갤러리오는 9월 문을 여는 식스 갤러리의 ‘시스터 호텔’.
     

03 GREEN AND PEACE

식물로 주변 환경을 꾸미는 플랜테리어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은 잎이 넓적한 관엽식물에서 식물의 선과 형태에 집중하는 쪽으로 유행이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플랜테리어는 밀라노 시내 곳곳을 싱그럽게 만들어주었다. 최근 문을 연 밀라노 스타벅스 리저브 앞의 테라스라든지, 이미 너무나 유명한 10 꼬르소꼬모의 정원 등 식물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예시가 많았다. 리나센테 백화점과 두오모 광장 사이에 꾸며진 올리브나무 거리가 대표적일 것이다. 독일 아티스트 자빈 마르첼리스 Sabine Marcelis가 리나센테 백화점의 의뢰를 받아 작업한 ‘더 그린 라이프 The Green Life’는 100년 넘은 거대한 올리브나무 16그루로 거리를 조성해 광장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안과 휴식을 선사했다. 백화점 내부는 아크릴로 만든 오브제와 식물을 함께 배치해 색다른 분위기를 냈다.
자빈 마르첼리스자빈 마르첼리스가 작업한 올리브나무 거리.

밀라노 백화점

리나센테 백화점

식물 인테리어식물을 활용한 다양한 조형물이 리나센테 백화점에 전시됐다.
     

04 청각에 집중하는 시대

올해는 청각을 일깨우는 전시가 속속 등장해 재미를 선사했다. 데님 브랜드 이스코 Isko는 월페이퍼 핸드메이드 X Wallpaper Handmade X 전시에서 흥미로운 체험 전시 <Denim Sound Textures>를 선보였는데, 데님의 종류에 따라 손을 대면 각기 다른 진동과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스코는 데님을 입을 때마다 촉감 못지않게 소리에도 관심을 갖기 바란다는 위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로사나 오를란디에서는 스튜디오 만달라키 Studio Mandalaki가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빛과 소리가 융합된 <Celebration of Light> 전시를 진행했다. 뱅앤올룹슨의 헤드폰을 끼고 사운드 아티스트 세르지오 라티 Sergio Ratti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곡한 음악을 들으면서 LED 조명으로 태양의 모습 등을 표현한 신비로운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일로 러그 ILO Rugs는 손을 대면 조명이 꺼지거나 켜지면서 음악이 나오는 독특한 카펫을 소개했고, 이케아 Ikea는 스피커 브랜드 소노스 Snos와 협업해 스피커와 조명이 결합된 심포니스크 Symponisk 제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은 두 가지 기능을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도록 꾸며졌는데, 심포니스크가 들어 있는 여러 개의 수납함을 열면 각기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벽에 선반처럼 부착하는 등 공간 전체를 음악과 빛으로 채웠다.
스튜디오 만달라키스튜디오 만달라키에서 진행한 <Celebration of Light> 전시. ⓒMandalaki
이스코ⓒIsko
이스코 전시데님 소재와 사운드를 결합한 이스코의 <Denim Sound Textures> 전시. ⓒIsko
 
이스코 데님이스코 데님으로 둘러싼 전시 공간. ⓒMark Cocksedge
일로 러그일로 러그에서 선보인 카펫은 손을 대면 음악이 나온다. ⓒILO Rug
     

05 INTO THE UNIVERSE

우주, 5차원 세계 등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신선하고 창의적인 전시가 유독 많았다. 유명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리빙 브랜드, 신진 작가의 전시에서도 외계 행성을 본뜬 연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라이탁과 마르니 Marni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속에서 발광하는 네온 조명으로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했으며, 로 피에라 박람회장에서 만난 JCP 유니버스 Universe 부스는 구릿빛 금속과 유리 그리고 신비로운 색상의 보랏빛으로 물들어 현실과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는 듯했다. 기존의 부스 형태를 완전히 달리한 단테 Dante도 빼놓을 수 없다. 팔각형의 백색 공간에 형광등을 설치해 빛의 밝기를 극대화했으며 관람객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제외한 나머지 7개의 면에 가구를 매달았다. 관람객들은 우주 공간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며, 매달려 있는 가구는 중력으로 인해 마치 떠다니는 물체처럼 다가왔다.
JCP 유니버스보랏빛으로 신비로움을 연출한 JCP 유니버스의 부스.
단테단테의 부스.
이광호 작가이광호 작가와 왕&쇠더 스트륌 Wang&Söderström이 선보인 물결과 달의 풍경을 담은 <Tides>전시.
에어프릴 키에어프릴 키 April Key의 오션 드라이브 Ocean Drive 컬렉션.
프티 프리처프티 프리처 Petite Friture의 뉴 프란시스 New Francis 테이블.
     

06 DESIGN MEETS HUMAN

수많은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가장 흥미를 돋워주는 것은 디자인과 관람객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전시다. 올해 밀라노에서는 유독 직접 만지고 느끼며 디자인과 사람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전시가 많았다. 로 피에라 박람회에서 열린 비앤비 이탈리아 B&B Italia, 플로스 Flos, 루이스 폴센 Louis Poulsen이 함께한 부스는 4000스퀘어에 달하는 대형 공간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는 통로 사이로 재미난 스크린을 설치했다. 벽을 터치하면 빛이 들어오거나 그림이 움직여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한 것. 또한 조명관 에우로루체 Euroluce에서 선보인 아르떼미데 Artemide의 워킹 아웃도어는 사람의 신장을 센서로 감지해 그에 맞는 빛의 넓이를 조절하는 미래지향적인 조명이라 할 수 있다. 특수 팔찌로 몸의 상태를 체크해 디자인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구글의 <A Space for Being> 전시도 빼놓을 수 없다. 혁신적인 기술과 만난 디자인은 이제 소통의 키워드가 됐다.
아르떼미데 워킹 아웃도어 조명아르떼미데의 워킹 아웃도어 조명을 야외에 설치한 모습. 사람의 신장에 맞게 빛을 조절해 특히 어두운 공간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한다.

루이스 폴센

플로스비앤비 이탈리아, 플로스, 루이스 폴센이 함께한 인터랙티브 전시.
     

07 DICHROIC EFFECTS

마치 꿈을 꾸는 듯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새로운 유토피아로 초대 받은 듯 낯설지만 따뜻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연출이 많았다.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 정보회사 까린 인터내셔널에서 예측했던 ‘새로운 유토피아’ 테마와 일맥상통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비관하거나 배척하는 게 아니라 테크놀로지에서 기인한 현실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보다 나은 미래를 구축하고자 하는 ‘비전을 지닌 행동주의자’들의 움직임으로 이 테마를 해석한 것. 특히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색은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세계적인 기업인 소니와 삼성의 전시장을 비롯해 베르사체 홈 Versace Home의 전시장 연출 그리고 올해 가장 주목받은 회사로 손꼽힌 만달라키 Mandalaki에서도 빛의 연출로 시공을 초월하는 이색적인 공간을 보여줬다.
베르사체 홈환상적인 컬러 프리즘을 경험할 수 있었던 베르사체 홈 전시.
삼성 밀라노‘공명 Resonance’을 주제로 한 삼성전자의 체험형 전시장. ⓒSamsung
사이먼 슈미츠 조명사이먼 슈미츠의 조명.
     

08 HOT COLORS

트렌디 컬러만 알아도 한결 멋스러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어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는 수많은 인테리어 관계자는 컬러에 집중한다. 올해의 전시 스타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레트로 감성 혹은 미래적인 감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970년대 노스탤지어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컬러가 유행의 중심에 섰다. 그중에서도 리치 브라운 컬러가 대세. 오래된 나무 가구의 색을 닮은 이 컬러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색상으로 부각됐다. 작년에 이어 레드 컬러 역시 눈에 많이 띄었는데 작년보다 한 톤 가라앉은 차분한 레드의 선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9년 메종&오브제에서도 많이 보였던 블루 컬러는 청록색 아쿠아 블루에서부터 진한 코발트 블루까지 폭넓게 유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팔라초 리타이국적인 파란색을 즐길 수 있었던 팔라초 리타의 전시.
까시나블록처럼 연출한 까사나 Cassina 공간.
모르소 알마다 체어도시&레빈 Doshi&Levin이 디자인한 모르소 Moroso의 알마다 Almada 체어.
보피 소파청량한 푸른빛의 소파는 보피 Boffi.
나뚜찌 아말리아 체어나뚜찌 Natuzzi의 아말리아 Amalia 체어.
까시나 소파로돌프 도르도니 Rodolfo Dordoni 디자인의 드레스업 Dressup 소파는 까시나.
     

09 집처럼 따뜻해진 사무실

사무 가구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로 피에라 전시장의 워크 플레이스 3.0 전시관은 ‘사무실의 봄’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 연출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사무실이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트렌드가 반영된 아르페르 Arper의 칠라 고 Cila Go 시리즈는 팬톤이 선정한 2019 트렌디 컬러인 리빙 코럴 색상으로 가방이나 책, 문구류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디자인과 기능적인 면을 두루 갖췄다. 오피스 가구 브랜드 페드랄리 Pedrali 역시 한층 더 화사해진 오르가테크 Orgatec 사무 의자를 선보였다. 또한 사람들이 둘러앉아 회의를 할 수 있게 둥근 형태로 디자인한 스웨덴 브랜드 오펙트 Offecct의 폰트 Font 소파도 주목할 만하다.
아르페르 칠라 고 컬렉션봄기운이 느껴지는 아르페르의 칠라 고 컬렉션.
로 피에라 박람회로 피에라 박람회장에서 만난 페드랄리의 전시 부스.
아르페르 플렌싯 컬렉션아르페르의 플렌싯 Planesit 컬렉션.
오펙트 폰트 소파둘러앉아 회의를 할 수 있게 디자인된 오펙트의 폰트 소파.
     

10 확장된 선의 조명

조명관 에우로루체에서는 단연 라인 조명이 트렌드였다. 많은 브랜드에서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의 조명을 출시했는데, 단순히 형태만 날씬해진 게 아니라 원하는 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 독특한 설치 방법으로 오히려 선의 존재감을 더욱 과시할 수 있었던 것. 플로스 Flos는 듀오 디자이너인 포르마판타스마 Formafantasma와 와이어라인 WireLine 조명을 선보였다. 이들은 고무 벨트 소재와 LED 광원이 만나 대조적이면서 우아한 선의 느낌을 표현했고, 비비아 Vibia는 디자이너 슈테판 디츠 Stefan Diez와 플러스마이너스 Plusminus 조명을 선보였는데 유연한 리본 형태로 대각선이나 수평, 수직 등에 관계없이 조명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제 조명을 테이블 위에 놓거나 천장에 매달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차례다.
아르떼미데 조명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아르떼미데의 턴 어라운드 Turn Around 조명.

비비아 조명

비비아 플러스마이너스 조명대각선, 수직, 수평 등 방향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비비아의 플러스마이너스 조명.
플로스 조명우아한 라인의 연속성을 보여준 플로스의 와이어라인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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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 블루보틀

서울에 온 블루보틀

서울에 온 블루보틀
소문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블루보틀이 서울에 문을 열었다. 로스터리와 카페를 한 건물에서 즐길 수 있는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은 커피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도 찾아갈 만큼 공간과 커피 맛, 자체 프로그램으로 탄탄한 준비를 마쳤다.  
블루보틀 서울 1호점군더더기 없는 마감으로 공간을 간결하게 비워 낸 블루보틀 서울 1호점.
  공사 중인 벽돌 건물에 파란 병 모양의 로고가 설치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이 성수동에 문을 연 것이다. 공간 설계는 스케마타 아키텍트 Schemata Architects의 조 나가사카 Jo Nagasaka가 맡았고, 로스터리는 1층, 카페는 지하에 위치한다. 유리창이 많고 간결한 콘크리트 구조만 존재해 은은한 햇빛이 지하까지 파고들었다. 따뜻한 색감의 호두나무로 만든 가구가 놓인 홀과 커피를 내리는 카운터, 바리스타 클래스와 커핑 Cupping을 위한 공간이 직관적인 동선을 따라 구분돼 있었다. 과거 공장이 많았던 성수동과 어울리는 자재나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도 블루보틀 이곳만의 개성이다. 블루보틀의 역사는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흥미롭다. 17세기 후반 터키군이 비엔나에 남기고 간 원두로 탄생한 중앙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 이름이 바로 블루보틀 Blue Bottle이다. 지금의 블루보틀은 이 커피 하우스에 대한 오마주로, 2002년 제임스 프리먼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클라리넷 연주가였고, 소규모 원두를 로스팅하며 블루보틀을 시작했다. 지나치게 볶지 않아 원두의 맛과 향을 살린 블루보틀 커피는 충성심 있는 마니아층을 만들어냈고, 사람들은 파란색 물병 로고에 환호했다.  
서울 블루보틀공식 오픈 준비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 중인 블루보틀 서울 1호점.
 
블루보틀 핸드드립숙련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깔끔한 맛의 핸드 드립 커피.
 
블루보틀 원두서울 1호점에서는 로스팅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이뤄진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매장인 블루보틀 서울 1호점에서는 블루보틀만의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를 비롯한 커피 메뉴와 메종엠오 Maison MO와 협업한 베이커리 메뉴를 선보인다. 로스터리가 같은 건물에 있기 때문에 늘 최상의 원두를 맛볼 수 있으며, 카페 안쪽에는 트레이닝 랩 공간이 있어 숙련된 바리스타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계획이다. 팬들을 위한 블루보틀의 굿즈도 놓치지 않았다. 로고가 새겨진 컵부터 커피 관련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으며 내부에는 김형학 플로리스트와 협업한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공간에서 꽃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블루보틀의 철학이기도 하다. 블루보틀이 서울에서 써내려갈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2호점으로 내정된 삼청점은 지역 분위기를 살려 한국 전통의 멋과 주변 경치를 끌어안을 것이다. 유독 커피 애호가들이 많고 카페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 출사표를 던진 블루보틀이 어떻게 적응하며 나아갈지 사뭇 기대된다.  
성수 블루보틀적색 벽돌과 컬러 대비를 이루는 블루보틀의 로고.
 
블루보틀 굿즈블루보틀 마니아층을 위한 굿즈 코너.
 
성수동 블루보틀적색 벽돌로 긴 테이블을 만든 단체석.
 
김형학 플로리스트공간 곳곳에 놓인 김형학 플로리스트의 꽃 장식.
 
블루보틀 메뉴공간만큼이나 심플한 메뉴판.
 
블루보틀 로스터리최상의 원두 맛을 내기 위한 로스터리 공간.
 
블루보틀매일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원두 테스트를 거친다.
 
성수동 카페1층에는 로스터리 공간이, 카페는 지하에 있지만 아래로 빛이 잘 내려오는 구조여서 전혀 어둡지 않았다.
 
메종엠오메종엠오와 협업한 베이커리 메뉴.
     

MINI INTERVIEW

조 나가사카의 공간 미학
일본 블루보틀의 매장을 설계한 스케마타 아키텍트의 조 나가사카가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의 설계를 맡았다. 장식을 배제한 구조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사용자와 콘텐츠를 돋보이게 만드는 그의 건축적인 재능은 이번 매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 나가사카

 

블루보틀 서울 1호점이 오픈하는 성수동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인가? 성수동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은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동네를 둘러보니 오래된 공장도 있고, 아티스트가 관여했을 법한 새로운 카페도 보였다. 멋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혼재해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나름의 존재 방식이 흥미로웠다.

일본의 블루보틀은 지역성을 확실하게 반영하는 듯했다. 서울 1호점이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인 이유가 성수동이라는 지역성과 연관 있는가? 블루보틀의 일본 1호점인 블루보틀커피 기요스미 시라카와 로스터리&카페와 마찬가지로 로스터리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1호점의 카페 공간은 로스팅 공장에 카페가 위치한다는 것이 설정이었다. 지금 계획 중인 2호점은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것이다.

서울의 다른 카페나 상업 공간을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5년 전쯤부터 일하며 서울과 인연을 맺었는데, 그때와는 많이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다. 특히 성수동에 재미난 가게가 많아지는 듯하다.

보통 카페는 밝고 개방적인 1층을 선택하는데, 서울 1호점은 오히려 반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지금 건물 앞의 도로는 자동차 통행량이 많고 옆의 도로는 안정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1층에 로스터리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원두나 재료의 반입을 생각하면 1층에 로스터리가 있는 게 합리적이긴 하다. 지하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라 안정적인 느낌의 카페를 배치했다.

건축가는 가구를 중요하게 여긴다. 서울 1호점의 가구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서울에서 식사할 때면 스테인리스로 만든 젓가락이나 식기류를 자주 사용하고 지하철 내부나 역사에도 스테인리스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일본보다 스테인리스가 저렴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차가운 인상을 줄 수 있어서 가구는 온기가 느껴지는 짙은 색상의 목재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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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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