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 임상봉은 단순히 오래된 가구를 모으는 수집가가 아니다. 자신을 1900년대 가구와 더불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공기를 모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당시 가구에 빠지게 된 계기부터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전시에 대한 후기까지 들어봤다.
사보 임상봉이 가장 애정하는 페르헤르 그히치 Perter Ghyczy의 라운지 체어에 앉아 있다. 베르너 블레이저 Werner Blaser의 유리 테이블과 여러 개의 조명이 어우러진 우주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스페이스는 어떤 공간인가? 이곳은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성격을 지닌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0년대 초반 가로수길의 모던 밥상과 콰이, 코지 등을 운영했던 김영희 사장이 다양한 작가들과의 교류를 위해 새롭게 오픈한 곳이다. 그 첫 번째 작가로 내가 선정되었고, 독일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약 30년에 거쳐 수집해온 1950~70년대의 빈티지 컬렉션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페이스는 사보 임상봉의 가구 쇼룸이자 사운드 플랫폼 오드와 함께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고가의 가구를 직접 써보도록 한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솔직히 오리지널 의자와 테이블 등에서 음식을 먹는 걸 어느 컬렉터가 좋아하겠나. 하지만 그런 것 또한 재미라고 생각했다. 직접 앉고 쓰고 느끼는 것이 가구와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뮤지엄이나 갤러리만 가봐도 관객과 오브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유리 안에 보관되어 있는 것은 겉도는 전시 방식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장 자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유명한 의자에 직접 앉아보도록 한 것이다. 이곳에서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우리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안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2012년 9월) 스페이스 에이지의 비행 물체를 형상화한 루이지 콜라니 Luigi Colani의 거대한 조형물.
바우하우스 시대의 디자인 가구로 가득하다. 특별히 그 시대의 디자인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학에 재학할 당시 바우하우스의 옛날 이주촌인 바이센호프 지들룽 Weissenhof Siedlung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바이센호프 지들룽은 미스 판 데어 로헤 Mies van der Rohe, 마르셀 브로이어 Marcel Breuer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1927년에 지은 건물로, 현재 일반인들이 살 수 있도록 오픈된 주택 단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50~60년을 기다려야만 입주할 기회가 주어지는 역사 깊은 곳이다. 그 후 바우하우스에 대한 책도 읽고 도서관에서 자료도 찾아보며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독일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그 당시 독일은 다른 유럽에 비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벼룩시장에만 가도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그들만의 꾸미지 않은 것에서 나오는 매력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퉁명스러운 것 같지만 진실됨이 느껴졌다.
올해로 바우하우스가 100주년을 맞았다. 최근 독일에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가 있다면?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뮌헨을 다녀왔다. 그중에서도 뮌헨에서의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뮌헨에는 올드 피나코텍과 뉴 피나코텍이 있는데, 올드는 말 그대로 바로크 시대부터 시작해 클래식한 옛날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오래된 곳이고, 뉴 피나코텍에서는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한 <Reflex> 전시가 열렸다. 이는 바우하우스를 통해 무엇이 반사되어 우리 인류에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매우 감명 깊었다.
(USA 1966) 워렌 플래트너 Warren Platner의 대표적인 라운지 체어와 오토만 그리고 테이블 세트. 뒤 (France 1950) 장 프루베 Jean Prouvé의 카페테리아 테이블 세트.
(1920년대) 마르셀 브로이어의 벽장 컨비네이션 세트. 간결하고 심플함을 강조한 바우하우스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가구의 기능성과 합리성을 엿볼 수 있다.
재생산된 것이 아닌 오리지널 가구만을 수집한다. 적게는 30년, 많게는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불편한 점도 있을 테다. 어떤 점이 가장 신경 쓰이나? 최근의 가구가 단점이 훨씬 많다. 모양은 좋은데 불편한 가구들이 너무 많아서 이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을 수가 없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건축가들이 만든 가구를 직접 써보면 현대 가구에 비해 천 배는 더 편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빈티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빈티지 제품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 초보 컬렉터에게 전하고 싶은 팁이 있다면? 유행만 뒤쫓을 것이 아니라 여러 디자이너에 대해 공부한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가품과 진품을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사용해보길 권한다. 실수를 통해 얻는 노하우가 크기때문이다. 오리지널만 고집하지 말고 이것저것 써볼 것. 옷 또한 동대문에서도 사보고, 명품도 입어봐야만 비로소 멋쟁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경기도 양주에서 조명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전시인가? 경기도 양주 조명박물관에서 열리는 조명 전시는 독일 램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잉고 마우러부터 시작해 베르너 팬톤, 찰스&레이 임스 등 바우하우스와 1970~80년대 이탈리아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 조명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는 7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아직까지도 빈티지 가구다. 이게 마약 같아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나에게 없는 것들, 거기로 또 관심이 쏠린다. 빈티지 가구는 나의 삶이다.
실행하지 못한 꿈꿔왔던 것이 있나? 언젠가 내가 모은 컬렉션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뮤지엄이나 갤러리를 열기에는 어려우니 집을 하나 사서 한 방에는 1920년대, 한 방은 30년대 이렇게 각 방을 시대별 가구로 채워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나는 가구를 모으는 사람이 아니다. 공기를 모으는 사람이다. ‘분위기 Atmosphere’를 중시한다. 기본적인 가구가 갖춰지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 그 공기까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엘레강스가 아닌 걸레강스의 극치가 되는 것이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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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유럽 산업의 중흥기를 바탕으로 쏟아져나온 수많은 디자인 제품을 캡슐 안에 넣어 디스플레이했다.
(1963년) 조 콜롬보 Joe Colombo의 엘다 Elda 체어는 스페이스 에이지의 대표적인 라운지 체어로 하이 소사이어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